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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중국

급격한 고령화, 한 자녀 정책의 딜레마

글&사진·이수진 중국통신원

2013. 10. 07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산아제한으로 인구 급증을 막으면서 식량난과 환경오염, 자원 부족 등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그 후폭풍으로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자 산아제한 정책 유지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한 자녀 정책의 딜레마


중국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아제한 정책은 1982년 ‘1가정 1자녀 정책(계획생육)’이 국책으로 채택되면서 더욱 엄격하게 집행됐다. 그 덕분에 지난 30여 년 동안 인구 4억 명이 덜 태어났다고 한다. 이는 유럽(구소련 제외)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하지만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낙태로 인한 인권 문제, 위반 벌금으로 인해 불거지는 사회 양극화 문제, 응석받이로 자란 ‘소황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낳았다.
최근에는 만삭에 접어든 임신부를 강제 낙태시킨 사건이 발생해 인권 문제로 비화됐다. 그는 둘째를 임신한 후 4만 위안(한화 약 7백20만원)의 벌금을 물 길이 없어 단속 관리를 피해 다니다 결국 강제 낙태를 당했다. 계획생육 정책을 위반할 경우 ‘사회부양비’라 불리는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벌금은 지역과 소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저장 성의 한 사업가는 둘째 딸을 낳은 후 1백30만 위안(약 2억3천4백만원)의 벌금 통보를 받았다.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폭로가 나온 장이머우 감독의 경우 인터넷상에 “원칙대로 하면 1억6천만 위안(약 2백8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글이 떠돌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중국의 31개 성·시 자치구 가운데 17개 성·시에서 지난해 걷힌 산아제한 위반 벌금이 1백65억 위안(약 3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가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호적에 올리지 못한 ‘헤이하이쯔(黑孩子)’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에서 산아제한을 위반해 호적에 오르지 못하고 의료·교육 등의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헤이하이쯔는 1천3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고령화, 한 자녀 정책의 딜레마


호적에 올리지 못하는 아이 vs 소황제
농촌에 헤이하이쯔가 있다면, 도시에는 ‘소황제(小皇帝)’가 있다. 현재 중국에는 한 자녀 가정이 약 8천만~1억 가구에 달한다. 중국인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집집마다 아이가 하나씩이다 보니 부모 외에 양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6명의 어른, 12개의 눈이 한 아이만 바라본다. 아이 한번 안아보겠다고 뻗는 손이 12개요, 아이에게 열리는 주머니가 6개다. 응석받이로 자란 이 아이들은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미숙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여섯 명의 어른이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과잉 보호는 태어나기도 전인 산부인과에서부터 시작된다. 산부인과 대기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자세히 보면 임신부는 한 명인데 딸려오는 식구가 대여섯 명이다. 남편은 물론 친정부모, 시부모까지 함께 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은 소황제의 입대 증가로 전투력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잠복훈련 중 MP3를 듣다 발각되는 등 군기 문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병력 중 독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 20%에서 현재 50%를 넘었다.
최근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스캔들의 주인공 리톈이(17)는 바로 골칫덩이 소황제 문제아 가운데서도 최악의 사례라 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인민해방군 예술학원 소속의 국민가수 리솽장(74)으로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 가수다. 그는 51세에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57세에 아들 리텐이를 얻었다.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아들은 내 마음속에 핀 꽃”이라며 치켜세울 정도로 리솽장의 ‘늦둥이 사랑’은 유명했다. 하지만 리톈이는 올해 집단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부모가 아들을 감싸고 나서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게다가 리톈이는 2년 전 무면허로 BMW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 이미 한 차례 소년원에 다녀온 전력이 있다. 당시 열다섯 살로 운전면허가 없었던 리톈이는 자신이 차로 들이받은 운전자 부부에게 적반하장, 오히려 폭력을 행사해 화를 키웠다. 소년원에서 1년을 지낸 아들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가 리관펑(李冠峰)으로 개명까지 했지만 2년 만에 이번에는 성폭행 혐의로 악명을 떨치게 됐다.
그 외에도 한 자녀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책 변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잃은 중국 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역시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교통사고나 각종 질병 등 불의의 사고로 자녀를 잃고 졸지에 사고무친이 된 부모들이 나라 정책으로 인해 아이를 한 명만 낳아 이렇게 된 것이니 정부에서 노후를 책임지라고 나선 것이다.
중국에서 외둥이를 잃은 가구는 1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베이징 시는 지난 9월부터 사고 등 불의의 사태로 인해 자녀를 잃은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한 자녀 정책의 딜레마

놀이공원 풍경. 중국인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하나 더 낳을 수 있게, 규제 완화로 가닥
중국의 위생·가족계획생육위원회가 최근 “적절한 시기에 가족계획 정책의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산아제한 정책의 완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재 한 자녀 정책의 예외는 소수민족과, 부부 양쪽이 모두 독자인 외둥이인 경우 둘째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부 가운데 한쪽만 독자인 경우에도 둘째를 허용하는 방식, 일부 소득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산아제한을 중단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격적인 정책 변화는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예외를 늘리는 방향의 정책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연 중국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중국의 인구 정책 변화가 중국은 물론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중국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를 거쳐 CJ 중국법인 대외협력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중 2, 중 1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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