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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코리안 몬스터 #99 류현진 미국 생활 백서

“메이저리그 데뷔 직후 투·타 겸비, 환상적인 활약하며 정상급 투수 예우 받아”

글·권이지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연합뉴스 뉴시스 제공

입력 2013.07.16 11:32:00

대한민국 대표 좌완 투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두 달여 만에 진짜 몬스터가 됐다. 팀 내 최다승을 거두고, 신인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승승장구하는 류현진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코리안 몬스터 #99 류현진 미국 생활 백서


“LA 다저스는 헐값에 류현진을 잡은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최대 일간지인 ‘LA타임스’ 6월 10일자에 나온 말이다. 6년간 3천6백만 달러(한화 약 4백15억원)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26)에 대한 우려 섞인 눈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싹 바뀐 것이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과한 투자’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지금 그의 행보는 많은 이의 색안경을 벗겨버렸다. 빅 리그 경험이 없는데다 스프링캠프 당시 러닝에서 낙오하고 체력 훈련에서 미흡함을 보였던 그였기에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인한 놀라움은 더욱 컸다.
류현진은 4월 2일 평생 꿈이던 메이저리그 첫 데뷔전을 치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맞대결에서 류현진은 아쉽게도 6과 1/3이닝 3실점 1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6회까지 안타 9개를 맞았음에도 병살타 3개를 솎아내 실점을 최소화했다. 패전 투수가 됐지만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았고, 장타도 거의 맞지 않은 점을 높이 살 수 있던 데뷔전이었다. 그리고 그는 진화하는 투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로 날아온 종합선물세트

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코리안 몬스터 #99 류현진 미국 생활 백서


4월 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전. 두 번째 등판 만에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초반에는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특유의 침착함이 빛을 발하면서 1회 2실점 외에 상대에게 전혀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세 번째 등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4월 13일 경기에서는 승리 투수와 동시에 2회 초 첫 타석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안타이자 첫 2루타를 뽑아냈다. 5회 초엔 선두 타자로 나와 안타를 쳤고, 6회 초엔 한 번 더 안타를 치며 3타수 3안타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7년간 배트를 잡아본 일 없던 류현진의 맹타는 상대 투수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경기 직후 다저스 공식 트위터는 류현진의 뛰어난 타격 실력을 극찬하며 다양한 별명을 트위터에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따 베이브 류스,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20세기 초 뉴욕 양키스의 전설 루 게릭의 이름을 빗대 류 게릭,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타격 폼과 밝고 성실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켄 그리피 주니어(2010년 은퇴)의 이름을 딴 켄 그리피 류니어 등 총 12종의 별명을 선물한 것.
선배 박찬호와도 비교되지만 류현진의 타격은 더 정교하다. 박찬호가 한 방을 생각하고 노려치는 타자라면 류현진은 스윙이 간결하고 대처 능력이 좋은 편이다. 특히 빠른 공을 커트해 내 상대 투수를 귀찮게 하며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류현진의 타격 코치는 전설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다.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메이저리그 중계를 담당하는 민훈기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 때 맥과이어 코치가 류현진의 타격감이 좋다고 하기에 단순히 립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정말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5월 11일은 류현진이 다저스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만인에게 인식시킨 날이었다.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한 이날 경기까지 다저스는 8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감독 경질설까지 오가는 상황에 등판한 류현진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 있게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타석에서는 끈질기게 공을 보며 볼넷으로 출루했고, 희생번트 작전도 무사히 해냈다. 류현진은 투타 양쪽에서 활약한 덕에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5월 26일 ‘프리웨이 시리즈’라고 불리는, 다저스 대 LA 에인절스의 지역 라이벌 대결은 류현진의 시즌 11번째 등판. 지역 라이벌인 두 팀의 맞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날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인 ESPN은 ‘Ryu Can Do’라는 문구로 류현진의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했다. 류현진은 몸이 가벼운 듯 1회부터 강속구를 뿌려댔고, 2회에 첫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8회까지 19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 하며 막강 타선이라 불리는 에인절스 타선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타석에서는 팀의 첫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9회까지 올라온 류현진은 총 1백13개의 공을 던지며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김선우가 2005년 9월 25일 완봉승을 거둔 이후 8년 만의 쾌거였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 해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처럼 류현진은 꾸준하게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몸값 두둑한 선수들이 포진한 다저스 타선이 2013년 시즌에는 불방망이가 아닌 물방망이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펜의 난조가 계속되면서 류현진에게는 한화 이글스 시절이 오버랩되는 경기가 제법 됐다. 특히 6월 13일 애리조나 전에서는 3루타를 치며 타점과 득점을 모두 기록하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불펜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특히 류현진의 승리를 자주 날린 불펜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한국 팬의 미움을 톡톡히 사는데, 그래서 류현진이 “벨리사리오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는 몬스터, 라커룸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류현진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 내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은 장기자랑 시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면서 자리에 있던 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맷 켐프를 끌고 나와 함께 말춤을 추기도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벽을 허물었다.
스프링캠프를 보내면서 류현진의 절친은 루이스 크루즈, 아드리안 곤살레스로 굳어졌다. 멕시코 출신인 크루즈는 8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며 영어를 못해 외로움을 겪었던 터라 류현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류현진과 대화를 하려고 스마트폰에 번역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따로 만나 식사를 하는 사이가 됐다. 크루즈는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둔 날 시즌 첫 홈런을 날려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의 부모는 크루즈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류현진의 두 번째 절친 아드리안 곤살레스는 1루수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왼손 거포다.
6월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야시엘 푸이그는 스프링캠프 때 만난 류현진에게 찰싹 달라붙는 귀여운 동생이다. 푸이그는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쿠바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한 다저스의 유망주로, 6월 이후 12경기에 출전해서 20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6월 12일 애리조나 전에서 류현진이 3루타를 치고 득점에 성공해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푸이그는 가장 먼저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을 했다. 류현진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장난 치는 것이 귀여운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류현진과 푸이그 모두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눈짓,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다양한 세리모니를 만들어서 즐길 정도.
LA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 홈런(결승타점)과 함께 완봉승까지 거둔 커쇼도 류현진의 새로운 절친으로 떠올랐다. 류현진이 안타를 치고 나갈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커쇼가 류현진의 한국 팬처럼 보일 만큼 환호하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2011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수상자이기도 한 특급 투수 커쇼는 류현진에 대해 묻자 “나 역시 류현진의 피칭을 보며 많은 것을 참고하며 배운다”며 치켜세웠다.

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코리안 몬스터 #99 류현진 미국 생활 백서


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코리안 몬스터 #99 류현진 미국 생활 백서

현지에서 류현진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 류현진이 호투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경기장을 방문해 류현진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팬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번지는 ‘류현진’ 효과
소속 팀인 다저스는 안팎으로 사랑받는 류현진 덕에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저스타디움은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이면 평균 관중이 1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홈경기 평균 티켓 가격은 약 50달러 선으로, 류현진이 홈경기에 매번 등판할 경우 1년에 약 3백만 달러의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수치다. 이 덕분에 팀 성적은 좋지 않지만 다저스는 관중 동원 능력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교민들의 연이은 방문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류현진 등판 경기 관람을 필수 코스로 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니폼 판매 수입도 짭짤하다. 류현진의 등번호 99번과 함께 ‘RYU’가 새겨진 공식 유니폼 상의는 2백 달러 이상. 기념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린다.
한인사회에도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인한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한국계 은행인 한미은행은 류현진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기간은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6년. 한미은행은 류현진이 삼진을 잡거나 안타를 칠 때마다 1백 달러(한화 약 12만원)를 류현진이 설립하는 자선단체인 ‘HJ99재단’에 기부하기로 협의했다. ‘HJ99재단’은 한미은행과 매칭펀드 방식으로 자금을 모을 계획으로, 향후 재단 기금을 1백만 달러(한화 약 12억원)까지 키울 예정이다.
미국 진출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넥센타이어, 하이트진로, 오리온은 다저스타디움에 광고판을 설치, 류현진을 통한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고판 가격은 비공개지만 예상 연간 광고비는 1백20만~1백50만 달러(한화 약 14~17억원) 선이라고 한다.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에서 중계를 보는 사람들까지 이 광고판을 볼 수 있어 두 국가에 광고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중계를 맡은 MBC가 가장 신이 났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방송하는 MBC는 광고 수익이 잘 나지 않는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완판’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전과 종료 후, 경기 시작 후 매 이닝마다 광고를 내보내는 야구의 특성상 꽤 큰 수익을 안겨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LG 유플러스는 발빠르게 움직여 류현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플러스 부회장이 직접 광고 담당자를 불러 류현진을 섭외하라고 지시해, 다른 기업들이 류현진의 이후 성적을 점치며 주저할 때 직접 LA로 건너가 일주일 만에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류현진이 1승을 추가할 때마다 가입자들에게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류현진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후배 양성을 위한 시설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류현진은 자신이 중·고교를 나온 인천에서 야구 아카데미나 어린이 야구교실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류현진 측 에이전시에서 먼저 제안해왔으며, 현재 야구장 부지 선정 등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가 부지를 제공하면 류현진 측에서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으며, 규모는 약 2만3천㎡가 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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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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