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issue 2 승부조작 혐의 강동희 둘러싼 세 가지 의문

글·진혜린 |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3. 04. 24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강동희 원주 동부 프로미 전 감독이 구속됐다. 현역 시절 ‘레전드’로 불리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승부조작 가담했을까?

issue 2 승부조작 혐의 강동희 둘러싼 세 가지 의문


3월 11일 강동희(47) 전 감독이 구속됐다.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였다. 그가 받았다고 알려진 돈은 4천7백만원.
강 전 감독은 2011년 2~3월 브로커 2명으로부터 7백만원, 1천5백만원, 1천5백만원, 1천만원씩 4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후 2010~2011 정규 시즌 막판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팀이 정규 시즌 8경기를 남겨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자 남은 경기를 고의로 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이에 앞서 2월 28일 승부조작의 대가로 돈을 전달한 혐의로 브로커 최모(37) 씨를 구속한 데 이어, 3월 6일에는 같은 혐의로 전 프로야구 선수 조모(39)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브로커 최모 씨가 한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 베팅을 주도한 정황이 발견됐고, 최모 씨를 구속 수사하던 중 강 전 감독의 이름이 자주 거론돼 그 또한 소환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의 영상, 은행 계좌 인출 내역, 불법 스포츠토토 베팅 현황, 브로커 2명(최모 씨, 조모 씨)과의 통화와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증거로 강 전 감독을 3월 7일 소환조사한 끝에, 3월 11일 구속했다. 강 전 감독은 구속에 앞서 원주 동부 프로미 감독 자리를 내놓았다.
강 전 감독은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 브로커 최모 씨에 대해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이전부터 금전 관계가 있었지만 승부조작을 위한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 자금난에 시달렸다?

issue 2 승부조작 혐의 강동희 둘러싼 세 가지 의문




승부조작 의혹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 선수 생활과 감독으로 활동하며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은 강 전 감독이 고작 몇천만원 때문에 위험한 줄타기를 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는 1996년부터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강동희 농구교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강 전 감독은 꽤 오랜 기간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2005년 사설 도박장 출입 혐의로 2006년 약식 기소돼 1백만원의 벌금을 낸 정황으로 볼 때, 강 전 감독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박 빚 압박이 컸으리라는 추측이다. 실제 동부 구단과 인접한 강원랜드에서 강 전 감독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2006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 일대 도박장에서도 포커 게임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번째 정황 증거로 2010년 분당에 문을 열었던 퓨전 한식당 ‘이구동성’이 1년여 만에 문을 닫으면서 재정난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선수 이운재와 공동 투자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 1층에 문을 연 식당은 이운재 선수 아내와 강동희 선수 아내가 함께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식당이 위치했던 이웃 상가의 말에 따르면 비교적 큰 규모의 한식당을 인테리어 등에 꽤 신경을 써서 오픈했으나 입소문을 타기 전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실제 강동희 전 감독의 아내와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는 채권 최고액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수억원으로 설정돼 있다. 아파트 명의는 아내 앞으로 돼 있으나 채무자는 아내와 강 전 감독으로 각각 설정돼 있는 상태다.

#3 협박을 받았을까?
물론 자금난에 시달려 승부조작을 했다는 결론은 억측일 수도 있다. 자신이 쌓은 명성과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선수로서, 감독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양심 등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 전 감독이 조직폭력배의 협박을 받았을 거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 전 감독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최모 씨의 측근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강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돈보다도 조직폭력배의 협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 전 감독과도 안면이 있다는 최모 씨 측근은 “강 전 감독이 최모 씨가 힘들 때 용돈을 주기도 했고, 최모 씨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빌리기도 하는 사이라 승부조작과는 상관없는 돈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하지만 최모 씨는 조직폭력배에게 협박받은 사실이 있다. 만약 강 전 감독 또한 조직폭력배의 협박을 받았다면 ‘도박’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씨를 협박했던 인물도 이미 수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issue 2 승부조작 혐의 강동희 둘러싼 세 가지 의문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아파트에는 강 전 감독의 아내와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된 인물은 총 3명. 브로커 최모 씨와 조모 씨, 그리고 강 전 감독이다. 검찰은 거기에 브로커 최모 씨를 통해 강 전 감독에게 건너간 돈이 조직폭력배와 관련된 A(33) 씨에게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는 2011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2009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직접 사설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으며 2백64억4천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현금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 10월 전직 축구 선수를 통해 국내 프로축구 현역 선수 6명에게 많게는 7천만원의 돈을 주고 승부를 조작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A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지만 현재 승부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농구 경기가 2011년 초반에 있었고 이는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지기 전의 일이다.
한편 올 1월 5일 1980년대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씨의 빈소에 강 전 감독이 화환을 보낸 것과 관련해 강 전 감독 또한 조직폭력배들과 일정 부분 관계를 맺어왔다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동희, ‘그럴 사람 아니다’라는 사람들
강동희 전 감독의 구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농구계는 술렁였다. 중앙대와 기아를 거치며 강 전 감독과는 남다른 관계를 맺어온 허재 KCC 감독은 “동희는 그런(승부조작) 짓을 하라고 해도 못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히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동희를 믿을 거다. 진짜 착한 동생이다”라고 그를 감쌌다. 강 전 감독을 동부팀 코치로 데리고 있다가 아예 감독 자리까지 내준 전창진 KT 감독 또한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전 감독은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며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강 전 감독에 대한 농구계의 신임은 두터웠다. 이에 프로농구 감독들이 강동희 전 감독을 위해 탄원서를 준비했다가 부정적 여론이 워낙 거세 끝내 탄원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 응한 최모 씨의 측근 또한 “강 전 감독이 그럴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만약 승부조작을 했더라도, 계획적이고 상습적으로 뛰어들었을 사람이 절대 아니다. 분명 협박 등 마지못한 상황에 억지로 끌려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에 대한 가혹한 매도가 더는 없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3월 12일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기다리겠다”고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당사자는 오죽하겠느냐마는 강 전 감독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다. 가족은 어떤 의미에선 당사자보다 더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강 전 감독은 2004년 이모 씨와 결혼, 슬하에 열 살과 일곱 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이 발행되는 운동 경기 감독이 청탁을 받아 부정 행위를 한 경우가 입증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 강동희 전 감독은…
농구 선수 강동희. 1997년 프로농구의 탄생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이름이다. 허재, 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불리며 1990년대 ‘코트의 마법사’로 군림했다. 프로농구가 2002년 무렵부터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며 쇠락해왔지만 ‘오빠부대’를 이끌었던 영광의 이름들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강동희 전 감독도 그중 하나다. 1966년생인 그는 송도고, 중앙대를 거쳐 1990년부터 기아자동차에서 활동했던 포인트가드다. 1997년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소속팀인 기아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그해 여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손꼽혔다. 프로농구의 침체와 함께 그 역시 기력이 떨어졌지만 은퇴를 앞두고 팀을 옮겨 LG를 4강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은퇴와 함께 LG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강 전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 시즌까지 원주 동부 프로미에서 코치로 활동하다 2009년 전창진 감독의 뒤를 이어 동부 프로미의 사령탑을 맡았다. 2012년에는 3년 계약, 4억 연봉으로 동부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0~2011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아왔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