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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우리는 그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초록뱀 미디어 제공

입력 2012.12.18 11:14:00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희준.
퓨전 사극 ‘전우치’ 촬영에 들어간 그에게서는 더 이상 천재용을 찾을 수 없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도술을 부리는 도사 강림으로 이미 변신을 마친 뒤였다.
이희준, 우리는 그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이 큰 인기를 얻고 끝난 뒤로 차기작이 가장 궁금했던 배우가 있다. 바로 천재용 역으로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이희준(33)이다. ‘넝쿨당’에서 부잣집 외동아들이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가슴 따뜻한 남자 천재용으로 활약한 이희준. 선머슴 같은 방이숙(조윤희)을 짝사랑하다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었다.
‘넝쿨당’ 이전까지 이희준은 사실 ‘물음표’ 같은 배우였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했지만 보자마자 “아, 그 배우! ” 하고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았던 게 사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유독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형사’를 많이 연기해 ‘형사 전문 배우’ 타이틀을 얻기도 했던 이희준, 그랬던 그가 ‘넝쿨당’으로 한 방에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 13년 차 중고 신인의 등장이었다.
최근 그는 KBS2 수목드라마 ‘전우치’에서 악역으로 변신했다. 보통 악역이 아니다. 긴 머리에 짙은 아이라인, 하늘을 날고 장풍을 쏘고 벼락을 치는 전우치의 숙적 도사 강림이다.

이희준은 변신의 귀재다
“어머니들이 ‘천재용’을 참 좋아해주셨는데, 이제 미워하시겠죠? 하하하. 못된 역을 맡아서 욕먹는 건 드라마를 위해 좋은 거니까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희준은 특히나 어머니 팬들이 많다. 그는 “요즘 밥집에 가면 매번 계란찜을 공짜로 먹는다”라며 웃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핫한 스타로 떠오른 그에게 ‘천재용같이 로맨틱하고 유쾌한 실장’ 역과 ‘내면의 아픔을 지닌 악역 도사’ 역 시나리오가 나란히 들어왔다. 과감히 후자를 골랐다. 그게 드라마 ‘전우치’다.
“안 해본 걸 하고 싶었고, 못하더라도 부딪히는 걸 선호해요. ‘넝쿨당’에서의 캐릭터와 반대되는 모습이라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제 안에 귀여운 캐릭터 말고 욕심 덩어리인 모습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느냐고 했더니 “이마를 훌러덩 깐 게 걱정”이라며 “악역은 원래 욕을 많이 먹어야 잘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액션 연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의 특기는 복싱, 킥복싱, 합기도. 그럼에도 와이어 타고 하늘을 나는 액션은 처음이라고. 그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재밌었다”라며 “멋있는 액션을 스태프들이 짜주면 찍으면서 즐긴다”고 했다.
원래 성격은 강림보다는 천재용 쪽에 가깝다고 했다. 지금도 진지한 장면을 촬영하고 나면 그걸로 현장에서 장난을 친다. 도사들의 이야기라 촬영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특수효과를 덧입히는 분량이 많다. 맨 정신으로 손바닥에서 장풍이 나오는 것처럼 연기해야 할 때는 민망하기도 했다.
“첫 촬영에서 도술을 부리고 번개를 모았거든요. 장풍을 쏘면 나무가 다 부러진다고 믿고 기를 모으고 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컷! ’ 소리가 나니까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현장에 가면 장난 삼아 스태프들에게 장풍도 막 쏴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요즘엔 피하거나 맞아주기도 하죠. 작품 끝날 때쯤 뭔가 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희준은 쓸 만한 물건이다

이희준, 우리는 그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이희준은 ‘전우치’에서 율도국의 엘리트였지만 전우치에게 모든 걸 뺏기자 악당이 된 강림 역을 맡았다.





연예계에는 연극·뮤지컬 배우 출신이 많다. 얼굴은 생소한데 ‘연기가 된다’ 싶으면 십중팔구 무대에서 시작했다. 조재현, 송강호, 최민식, 오달수, 강신일, 오만석 외에도 ‘골든타임’으로 대세가 된 이성민이나 ‘건축학개론’ ‘더킹 투하츠’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조정석도 무대에서 연기를 배운 케이스. 이희준도 마찬가지. 1999년 연극 ‘관광지대’로 데뷔해 올해로 배우 생활 13년 차다. 배역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다 보니 시청률이나 관객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영화 단역 출연 때도 그랬지만 시청률을 생각하고 뭔가를 촬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주변에서는 ‘넝쿨당’ 이후로 ‘전우치’가 잘돼야 한다고 많이들 얘기를 하세요. 강림을 통해 악역이지만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캐릭터의 새로운 면이 나오는 대본을 받으면 정말 신나요. ‘넝쿨당’에서 주로 일상적인 연기를 했다면, ‘전우치’를 통해 선 굵은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시청자를 떠나서 제 자신에게요.”
이희준은 학창 시절 드라마 ‘케세라세라’에 형사 역으로 단역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드라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가 속한 극단 차이무의 연극 ‘B언소’를 보러 온 KBS PD의 눈에 띄어 TV와 인연을 맺었다. KBS2 드라마스페셜 ‘텍사스 안타’ ‘완벽한 스파이’ ‘큐피드 팩토리’ ‘동일범’에 잇달아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잇따른 단막극 출연은 그가 대중적 스타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큐피드 팩토리’의 연출을 맡은 김형석 PD가 ‘넝쿨당’을 만들며 그를 섭외한 것. 당시 출연 예정인 영화가 있어서 네 차례나 거절했지만 결국 끈질긴 PD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하기로 했던 영화의 배역이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운이 좋았다. 만약 드라마를 거절했다면 다른 운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작품은 시청률 40%를 넘기며 ‘대박’이 났고 이희준은 넝쿨째 굴러들어온 인기를 얻었다.

이희준은 대구 킹카다

이희준, 우리는 그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2남 중 장남이다 보니 부모의 기대가 컸던 그는 학창 시절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연기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 출연 당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다닐 때 잘 노는데 공부도 잘하고 매년 반장도 하는 ‘얄미운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는 전교 4등까지 했고, 고등학교 때는 전교 20등을 했다. 아버지의 “ 너 티코 탈래? 그랜저 탈래? 의대 가면 그랜저 탈 수 있다”는 설득이 주효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성적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영남대 화공과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은 기타 치고 노래하고 술 마시고 연애하는 나날이었다고. 1년에 20명을 사귄 적도 있다. ‘텐아시아’ 인터뷰에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혈압 재러 온 간호사와 사귄 적이 있다”고 밝혔다.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도 ‘대구 킹카’의 간증은 이어졌다. 학창 시절 패션 잡지에 캠퍼스 킹카로 소개된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 그는 반소매 티셔츠에 목도리를 맨 독특한 패션을 소화했다. 그는 “잡지에 사진과 전화번호가 함께 기재돼 어마어마하게 많은 전화를 받았다”라며 “자기 사진을 보내면서 사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날 그가 출연한 ‘승승장구’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대세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희준은 소문난 독종이다
졸업해서 취직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던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입대를 몇 주 앞두고 당한 교통사고였다. 교통사고로 목이 꺾여 갑상선이 터지는 바람에 군 면제를 받은 것. 이리저리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아동극단의 단원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오디션에 지원했다. 동화 속 주인공을 연기하며 재미를 느끼고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즈음이다.
영남대 재학 시절 펑펑 노느라 학사경고만 받던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가 1년여 간 밀양 연극촌 생활을 했다. 체계적인 연기 교습을 받고 싶어 연기파의 산실로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재수해서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간 뒤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악바리처럼 공부했다. 8학기 중 3학기는 전액 장학금이다. 사투리 교정을 위해 24시간 젓가락을 물고 발음 연습도 했다. 졸업 이후에는 유오성, 송강호 등을 배출한 극단 차이무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연기 롤모델은 손현주. 첫 TV 단막극을 함께한 게 인연이 됐다. 이희준의 말을 빌리자면 손현주는 “남몰래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정말 진실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서 그는 “손현주가 포장마차에서 ‘초심을 잃지 말고, 성형 수술 하지 마라. 넌 내가 책임진다’라고 했다”라는 일화도 털어놨다.
지난해 KBS2 드라마스페셜 ‘완벽한 스파이’에 출연한 손현주는 제작발표회에서 이희준을 “송새벽 같은 스타가 될 것”이라며 추켜세웠다. 그는 “송새벽처럼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한다. 연기를 하는데 마치 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희준은 송새벽과 대학로에서 연극을 같이한 막역한 사이. 이희준은 “새벽이가 먼저 유명해져서 기분이 좋다. 제2의 누구도 좋지만 내 개성대로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 남자가 이희준이었어?”
‘넝쿨당’ 이전, 당신은 이미 그를 알았을지도 모른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배우 이희준을 처음 안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잘 생각해보자. 이 남자, 언젠가 본 적 있지 않나.

영화 ‘밀양(2007)’의 야외기도회 자원봉사자 스쳐 지나가듯 등장하는 야외기도회 자원봉사자로 출연했다. 배역 이름이 아예 ‘야외기도회 자원봉사자’다.

영화 ‘부당거래(2010)’ 황정민 후배 형사 최철기(황정민) 형사의 동료로 짧은 스포츠머리에 경상도 말투를 쓰는 남 형사로 등장했다.

영화 ‘황해(2010)’ 보은 경찰2 역 보은 경찰1(손강국)과 함께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희준은 드라마와 영화 가리지 않고 형사 역으로 자주 등장해 ‘형사 연기 전문 배우’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 박시후 괴롭히던 왈패 마포나루의 유곽 빙옥관의 2인자였으나, 조석주(김뢰하)를 모함해 유배를 보내고 조직을 가로챈 왈패 공칠구 역을 맡았다. 조석주와 김승유(박시후)를 끝까지 괴롭히는 비열한 인물로 등장했다. 이희준의 사극 분장을 볼 수 있다.

영화 ‘퀵(2011)’ 초반 이민기에게 폭탄 배달받은 대망실장 ‘퀵’에서 한기수(이민기)가 초반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한 폭탄을 받고 이리저리 들여다보다가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죽음을 당해 퇴장하는 단역이었다.

영화 ‘특수본(2011)’의 유흥업소 사장 오른팔 ‘특수본’에서 비리 형사 박경식(김정태)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유흥업소 사장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2인자 이근수 역으로 정보통 개코(조재윤)와 극의 코미디라인을 이끌었다.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2012)’의 파파라치 고 기자 네티즌들은 ‘찌라시’라고 부르는 인터넷 신문의 프리랜서 기자 고재효 역을 맡았다. 사적인 원한으로 2010 프로야구 우승팀 ‘레드 드리머즈’의 주전 유격수 박무열(이동욱)을 쫓는 캐릭터. 별명은 고도사.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도사견이라는 뜻이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의 귀여운 레스토랑 사장 부잣집 외동아들이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인 레스토랑 사장 천재용으로 활약했다. 선머슴 같은 방이숙(조윤희)을 짝사랑하다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 작품으로 안방극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화차(2012)’의 김민희 전 남편 ‘화차’에서 장문호(이선균)의 사라진 약혼녀 차경선(김민희)의 전 남편 노승주 역으로 등장했다. 차경선이 숨겨왔던 불우한 과거사를 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차형사(2012)’의 인라인 변태 형사 런웨이 잠입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뚱뚱한 형사 차철수(강지환)와는 180도 다른 훤칠한 모습으로 일찌감치 디자이너 고영재(성유리)의 선택을 받은 후배 형사 경석 역을 맡았다. 하지만 잠복근무 중 차철수와 노상방뇨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범인과 마주치고, 차철수의 실수로 소변 보던 자세 그대로 인라인을 탄 채 질주하다 여고생들에게 발견돼 ‘인라인 변태’로 전락하고 만다.

드라마 ‘전우치(2012)’의 악역 도사 율도국에서 전우치(차태현), 홍무연(유이)과 도술 수련을 하며 우정을 나눈 벗이었지만 홍무연이 전우치를 선택하면서 비뚤어지는 캐릭터. 매번 전우치를 위험에 빠트리는 최대의 적으로 군림한다.

이희준, 우리는 그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여성동아 2012년 12월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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