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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재현의 스포츠와 건강

디스크가 아니에요, 엉덩이 근육 풀어주세요

골반 틀어진 여성들 앗! 통증

글 | 이재현 운동생리학 박사 사진제공 | REX

2012. 08. 07

어느 날 엉덩이와 허리에 뻐근하게 통증이 생기더니 다리로까지 이어져 디스크인 줄 알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평소 다리를 꼬고 앉거나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상근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디스크가 아니에요, 엉덩이 근육 풀어주세요


K씨는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다리까지 방사통이 이어져 주변에서 디스크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만 하다가 결국 바쁜 시간을 쪼개 병원에 갔더니 검사 결과 의외로 디스크가 척추 정렬에서 탈출된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대신 의사가 엉덩이 안쪽 부분을 깊숙이 누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고 몇 가지 검사 후에 이상근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디스크로 자주 오인되지만 사실은 근육 문제
디스크가 아니에요, 엉덩이 근육 풀어주세요


이상근은 엉치뼈(궁둥구멍근, piriformis) 안쪽에서 나와 대퇴뼈의 머리로 이어져 엉덩이 관절을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작용을 하는 근육이다. 그 아래로 혹은 이 근육을 통과하여 좌골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이상근에 문제가 생기면 좌골 신경과 관련된 반응이 나타나곤 한다. 그중 하나가 이상근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비대해지면서 좌골 신경이 눌려 다리 방사통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를 사람들은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달리 이상근증후군의 경우에는 허리와 엉덩이에 심한 통증이 있어도 막상 허리 움직임에는 어려움이 별로 없고 대신 고관절을 안쪽으로 돌리는 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또한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허리 디스크는 더욱 통증이 심해지지만 올릴수록 통증이 사라진다면 이상근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근증후군은 근육의 긴장과 무리한 사용으로 문제가 생기는 만큼 초기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해주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엉덩이 근육 약하고 골반 틀어진 여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나
이상근증후군은 여자가 남자보다 6배나 많이 발생하며 엉덩이 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하기 쉽다. 사실, 엉덩이에는 큼직한 근육들이 많다. 엉덩이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대둔근부터 그 아래쪽에 중둔근과 소둔근까지 이러한 근육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약해져 있으면 상대적으로 작고 가장 안쪽에 있는 이상근이 무리를 하게 된다. 결국 긴장되고 비대해진 이상근이 아래쪽 신경을 건드리면 통증이 온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골반 앞쪽에서 고관절을 굽혀주는 근육들이 수축된 상태로 굳어져 상대적으로 엉덩이의 수축 능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장기간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한쪽 발을 가속페달에 올리고 틀어진 자세로 장시간 운전을 하면 한쪽 엉덩이가 뻐근함을 자주 느끼게 된다.
주부들의 경우는 어떨까? 한쪽으로 틀어진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다가 일어나거나, 옥상에 빨래를 널려고 무거운 빨래 더미를 들고 계단을 올라갈 때 한쪽 엉덩이에 통증을 느끼는 것도 골반 주변 근육의 비정상적인 긴장으로 이상근증후군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또한 앉아서 격렬하게 다리를 움직이는 사이클 선수나 조정 선수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달리기 선수들과 같이 전방 이동 운동을 반복하는 선수들도 고관절 옆면에서 골반의 안정성을 잡아주는 근육들을 발달시키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이상근이 과도하게 긴장하기 쉽다.



다리를 꼬거나 뒷주머니에 지갑 넣는 행동은 금물
이러한 증상들을 예방하려면 평소 자세 습관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거나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앉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 몇 가지 운동만 습관화하면 통증을 미리 예방하거나 초기에 완화시킬 수 있다. 운동 치료의 포인트는 긴장된 이상근을 이완시키고 이상근이 무리하게 고군분투하지 않도록 주변 근육들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그 밖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손쉬운 이완법으로 통증 부위에 테니스공을 깔고 누워 압박을 하고 있다가 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심부 근육인 이상근은 스스로 눌러서 압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극을 주고 이완시킬 수 있다.
단, 이상근증후군의 진전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고 허리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다른 질환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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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 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일러스트 | 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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