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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폭행 사건으로 시작해 치정 얽힌 법조 비리로 비화!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조영철 홍중식 기자, 연합뉴스 제공

2012. 01. 16

부장판사 출신 남자 변호사와 여자 검사의 부적절한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여자 검사가 내연 관계에 있던 변호사로부터 벤츠 자동차와 샤넬 가방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변호사의 또 다른 내연녀들의 등장과 수임 사건을 둘러싼 청탁 정황 등이 불거지면서 치정과 법조 비리가 얽힌 대형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의 진정인이자 최 변호사와 내연 관계였던 A씨, 그리고 최 변호사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취재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지난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사건은 11월 말 서울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여자 검사 이씨(37)가 부산 지역에서 일할 때 최모 변호사(50)로부터 벤츠 승용차와 샤넬 가방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최 변호사의 또 다른 내연녀인 A씨. 부산에서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A씨는 2011년 7월 “빚을 갚지 않는다”며 최 변호사를 부산지검에 고소하고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의 내용은 A씨의 절도 사건을 수임받은 최 변호사가 채무를 갚지 않을 뿐 아니라 검사장급 인사에게 사건을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수표와 상품권 등을 받아갔다는 것. 또한 이 검사가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최 변호사와 내연 관계를 맺으면서 벤츠 자동차, 법인카드, 명품 가방 등을 받은 의혹도 포함돼 있다. 최 변호사와 역시 내연 관계였던 A씨는 돈과 여자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자 이 사건을 폭로하게 된 것이다.
이 검사는 2011년 초 수도권으로 근무지는 옮긴 뒤에도 최 변호사와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에 사표를 제출했다. 현재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해, 감금치상, 무고 등의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임신 6개월의 유부녀인 이 검사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이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취재하기 위해 12월 중순 부산을 찾았다.

진정인 대학 강사 A씨
“최 변호사에게 결혼 각서 받았지만 관계 악화되자 감금·폭행당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12월 초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하고 있는 최모 변호사.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진정인 A씨가 살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빌라. 달맞이길에 위치한 이 빌라는 부산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두 달여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A씨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이웃 주민들에 의하면 그는 작은 체구에 곱상한 외모의 소유자로,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한다.
A씨가 최 변호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6~7월 경. 최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재학 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된 뒤 부장판사까지 역임하다가 2002년 변호사로 개업한 엘리트 법조인이다. 법복을 벗은 후에는 최근까지 부산과 창원에서 로펌을 운영해왔다. A씨는 공갈 및 협박 사건, 절도 사건 등에 휘말리면서 최 변호사와 가까워졌고, 이후 A씨 관련 소송은 모두 최 변호사가 맡았다.
A씨는 2012년 1월호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최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에 로비를 해서 관련 사건을 모두 해결해주겠다며 환심을 샀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최 변호사에게 로비 명목으로 제공한 것은 1천만원짜리 수표와 골프채, 1백만원 상당의 와인과 명품 지갑, 상품권이다. 하지만 그가 최 변호사에게 제공한 돈과 물품이 실제 로비에 쓰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 A씨 역시 “당시에는 최 변호사를 믿었었는데 지금 와 생각하면 (로비 대상자에게) 정말 줬을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A씨는 두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밖에도 “최 변호사에게 7억원을 빌려주었으며, 이 가운데 차용증을 받고 빌려준 것은 3억8천만원이고, 2억원은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씨는 어떻게 최 변호사를 믿고 거액을 맡겼을까. 우선 판사 출신 변호사라는 점이 신뢰감을 준 데다 애정 관계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에게 사귀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가 아내와는 별거한 지 10년이 됐으며, 곧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각서도 써줬다는 것이 A씨의 주장.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체포 영장이 발부돼 부산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는 이모 검사.



또 그는 최 변호사의 다른 내연녀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의사 B씨는 최 변호사와 10년 정도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최 변호사에게 다른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B씨가 먼저 A씨에게 연락해왔고, A씨는 B씨의 이야기를 통해 최 변호사가 이모 검사와 또 다른 내연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벤츠 여검사’로 불리는 이 검사는 서울예고, 한양대 법대를 거쳐 사시에 합격한 후 변호사, 법률구조공단 부산지구에서 일했고 2007년 부산지검에 검사로 임용됐다. 최 변호사와는 2005년 법률구조공단에 근무할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변호사는 이 검사에게 법무법인 명의의 벤츠 승용차를 제공하고 법인카드와 샤넬 핸드백 등을 제공하며 사건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초 부산지검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신빙성을 얻고 있다. ‘피의자 이름을 알려줘’라는 이 검사의 메시지에 최 변호사는 사건 내용을 설명해줬고, 이에 이 검사는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했음을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는 이 검사가 ‘백(샤넬)값 보내도! 5백40만원’이라고 보낸 내용도 있었다.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이모 검사의 영장 실질 심사가 열린 부산법원 법정 주변에서는 철저한 통제가 이뤄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최 변호사에게 이 검사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종용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2011년 5월 이 검사에게 ‘벤츠 승용차를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최 변호사 주변에 유독 여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지식도 풍부하고, 상대방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남자”라고 말했다. 또 수시로 “예쁘다. 날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직접 요리를 해주는 등 자상한 면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의 복잡한 사생활에 염증을 느낀 A씨가 먼저 헤어질 것을 요구했고, 이에 최 변호사가 감금·폭행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1년 3월엔 폭행으로 전치 11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고. 하지만 A씨는 폭행 등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며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창재 특별검사의 조사에 성실히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건을 진정한 이유에 대해 “최 변호사가 구속되기를 바랐던 것보다 사람들이 내 말이 사실이란 걸 알아주길 바랐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 변호사 주변인들
“점잖고 조용한 사람, 수십억원 담보 잡힌 집은 경매로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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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변호사가 최근까지 거주했던 부산의 아파트. 12월 중순 경매로 넘어갔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최 변호사는 여러 여성들과 문란한 관계를 유지하며 치정과 법률적 업무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온 셈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점잖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최 변호사가 최근까지 거주한 부산 금정구의 아파트는 해운대와 함께 부산에서 입지가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곳에서도 가장 넓은 81평형(10억원 상당)에 거주했다. 부인과 자녀들이 있지만 서울에 살고, 부인만 가끔 부산 아파트에 들르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이웃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서 유학하게 됐다. 최 변호사 부인은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부산) 집을 자주 비웠다. 최 변호사와 그의 부인 모두 조용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사건이 터지자 주변 사람들도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사건이 알려진 후 이 아파트에서 최 변호사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취재 결과 그의 집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채로 인해 이미 경매에 넘어간 상태였다. 창원에도 최 변호사 소유의 아파트가 있었지만 최근 이마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그는 변호사 개업 이후 상당한 부를 축적했으나 중국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큰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함께 투자했던 동업자들과의 관계도 틀어져 2011년 5월 두 사람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 검사에게 벤츠 등을 제공하며 잘 처리되도록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최 변호사의 동업자들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이 검사는 최 변호사와의 친분으로 벤츠 등을 제공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최 변호사가 언급된 여인들과의 관계는 인정하고 있지만 사건 청탁을 한 부분은 부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폭행을 당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감금은 인정하지만 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는게 최 변호사의 해명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 이후 법무법인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새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의뢰받은 사건도 사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최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됐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진단
부와 명예 거머쥐고 불륜에 빠지는 이유는…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진정인 女강사 & 최 변호사 주변 입체 취재
‘벤츠 여검사’ 사건은 변호사, 검사, 대학 강사, 의사 등 보통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벌인 행각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이 컸다.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이들이 왜 돈과 섹스의 유혹에 이토록 쉽게 빠져들었을까.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50)는 이를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진단했다. 다양한 가치의 부재가 가져온 비극이라는 것. 그는 모든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꿈꾸지만, 정작 이를 달성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뭐냐고 물으면 행복, 건강처럼 일반적이고 막연한 것들을 꼽는데 이는 돌려 말하면 자신만의 가치관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가치관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지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황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개인 각자가 가치관을 갖는 걸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따라야 할 규범과 틀을 정해놓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문제시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가치는 경제적 안정, 성공 등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돈 하나로 귀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전공을 선택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으로는 몸도 팔고 영혼도 파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나요? 명품 가방과 좋은 차로 치장하고, 성형 수술 하고 더 나아가 불륜까지. 물론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 기부라는 것 역시 돈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는 관심 없고 돈으로 자기만족을 하는 데에 그치는 게 다반사죠.”
다양성의 부재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지 못한 데서 기인한 면이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 서구 사회에서는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신분제에서 벗어나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그 대가로 권리를 누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이른바 시민의식이 형성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그런 시민의식이 자리 잡지 못했고, 개인 각자가 가치관을 갖는 것은 위험하며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명품 소비와 인터넷 문화 등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도 바로 이러한 배경이 원인이다. 그는 시민의식을 고양해야 할 교육과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황 교수는 우선 각자 삶의 가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부와 명예, 건강 같은 일반적인 가치가 아닌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라는 것. 또한 자신의 삶이 존중받기를 원하듯 타인의 정체성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쏠림 현상 등에 나타나는 한국인의 심리 지수는 매우 위험한 상태로, 지금 당장 진지한 성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벤츠 여검사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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