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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학 보내도 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

글·사진 | 이광수(캐나다 통신원)

입력 2011.12.02 17:46:00

조기 유학 보내도 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원어민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며 영어권 국가로 조기 유학을 보낸다. 영어권 국가에서 1~2년 정도 교육을 받으며 생활하면 저절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기 유학생들이 밀집해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직접 접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조기 유학을 오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데다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학교생활을 하기 때문에 성인들에 비해 영어를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2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우수한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 조기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영어 문법을 공부했으므로 문법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문법의 기초가 약하다. 이곳에 산 지 1~2년, 심지어 10년이 돼도 문법적으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예상외로 많다. 문법의 기본 개념이 튼튼하지 못하면, 자신이 쓰고 싶은 표현을 자유자재로 응용해서 구사하지 못하고 항상 쓰는 표현들만 반복해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다.
또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및 분석적 사고력, 창의력, 시사 상식 등이 캐나다 현지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토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줍음을 타며 묵묵히 앉아 있다 보면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 일상생활에서도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교사나 현지 학생들과 사고를 요하는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조기 유학 보내도 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

1 2 3 캐나다 토론토 한 중학교의 한국 학생들과 교실 수업 풍경.



문법·글쓰기 실력 부족해 고급 영어 구사하는 데 한계

더 큰 문제는 바로 글쓰기. 학교와 교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빠르면 초등학교 때,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에세이 쓰기 교육을 시작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수학을 제외하고는 글쓰기 숙제가 없는 과목이 없으며(심지어 수학에서도 간혹 수학적 개념을 글로 설명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주관식 시험 문제도 큰 벽이다. 대화할 때는 문법에 숭숭 구멍이 나도 의사소통에 딱히 문제가 없으니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글로 쓰면 영어 실력이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논리적·분석적 사고력, 리서치 능력이 부족한 한국 학생들의 경우 글쓰기 과제물을 받아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거나, 선생님이 요구한 것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글을 써내는 등 에세이 숙제만 나오면 쩔쩔맨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 3~4년 정도 된 한국 학생들이 원어민과 빠른 속도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영어로 글쓰는 것을 보면서 영어를 잘 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바로 이런 허점이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논리력을 비롯한 사고력을 기르고, 문법의 기본을 튼튼하게 다진 학생들은 유학을 와서 단시일 내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모든 면에서 영어 실력이 눈부시게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기 유학만 보내면 어느 날 갑자기 자녀의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올 거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 대신 문법부터 차근차근 영어 실력을 다져야 한다.



이광수씨는…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영어교육학을 전공했다. 1996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1997년부터 현지에서 ‘Young 영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드에서 건진 리얼 그래머’‘TOP 70 영어 실수 바르게 고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올댓 그래머’가 있으며, ‘올댓 영어’ 카페(http://cafe.naver.com/allthatg)를 운영 중이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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