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기적을 노래하다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응시자 2백만명·제작비 1백억·우승 상금 5억…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9. 15

2009년 처음 불기 시작한 ‘슈퍼스타K’ 열풍이 해가 거듭될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한 ‘슈퍼스타K’는 오랫동안 침체돼 있던 음악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우리나라 대중문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슈퍼스타K’ 제작진에게 더욱 강력하게 돌아온 시즌 3 오디션 현장 이야기,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지난 시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슈퍼스타K’ 하민숙 작가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2’ 최종 대결이 이뤄지던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은 허각 팬 대 존박 팬으로 나누어졌다. 케이블 방송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직장인들도 둘, 셋만 모이면 슈스케 최종 우승자를 점치느라 바빴다. 결국 이날 시청률은 케이블 방송에서는 경이적인 수치인 21%를 기록했다. 슈스케 2가 탄생시킨 스타는 최종 우승자 허각뿐이 아니다. 뛰어난 노래 실력과 말쑥한 외모를 지닌 존박, ‘통기타 신드롬’의 장본인인 장재인, 일찌감치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승윤 등 다양한 인물이 배출됐다.
올해 또다시 14주의 기적이 시작됐다. 8월12일 베일을 벗은 슈스케 3는 첫 방송이었음에도 순간 최고 시청률 9.9%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향후 시청률도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팀은 슈스케 3 방영에 맞춰 책 ‘기적을 노래하라-세상의 공식을 바꾼 슈퍼스타K의 끝나지 않은 도전’(동아일보사)을 펴냈다.
슈스케 3 첫 방송을 하루 앞두고 슈스케 메인작가이자 이 책의 주요 필자인 하민숙 작가(32)를 만났다. 약속 시간을 조금 넘겨 부랴부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 작가는 “새벽까지 편집한 뒤 잠깐 집에 들어가 씻고 나오는 길”이라며 미안해했다. 앞으로 그는 넉 달이나 더 출퇴근 없는 마라톤 촬영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방송 규모가 훨씬 커졌다. 제작비 1백억원 이상, 촬영테이프 2만 개, 오디션 참가자 수 1백97만 명, 최종 우승상금은 무려 5억원이다. 제작진 수도 시즌 1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시즌 1 때만 해도 PD 6명에 작가 5명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어요. 그러다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서 이번 시즌에는 연출팀 20명을 포함해 총 제작진이 30명 가까이 돼요. 1월부터 방송을 준비했는데 촬영 전부터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다시피 하니까 팀워크도 더없이 좋아요. 시즌 1, 2를 만든 스태프들이 그대로 시즌 3에 합류했어요.”

지난해 비해 음악적 수준 높아진 참가자들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오디션 참가자 수도 지난해에 비해 50만 명 넘게 늘었다. 숫자만 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의 음악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는 게 하 작가의 증언이다. 그는 “오디션 예선 편이 3회에 걸쳐 방송되는데 잘라내기에 아까운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편집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지방 예선이 강세를 보였다는 거예요. 물론 경합이 치열한 서울을 피해 일부러 지방을 찾은 사람들도 있는데, 서울에 집중됐던 지난 시즌과 달리 다양한 지역 출신 중에서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 많더라고요. 올해는 해외 예선도 늘렸어요. 시즌 2 때는 미국 LA만 갔는데 이번에는 뉴욕·베이징·도쿄·센다이·오사카에서도 예선을 치렀어요. 뉴욕 예선은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됐는데, 사실 그 전날까지도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하는 마음에 걱정을 했죠. 그런데 당일 아침 그곳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는 거예요.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만원을 이뤘죠(웃음). 베이징에서도 K팝 열풍 덕분에 지원자들이 많더라고요. 12시간 기차를 타고 왔다는 참가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현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중국에서도 슈스케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라고 해서 뿌듯했어요.”
참가자들의 면면이 더욱 화려해진 만큼 제작진도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시즌 1, 2 때는 무반주로 예선을 치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피아노 반주자를 배치했다. 참가자들도 솔로에서 범위를 넓혀 시즌 3에서는 힙합·댄스·아카펠라 등 다양한 그룹이 등장했다. 솔로 중에서는 기타를 들고 나온 참가자가 유난히 많았는데, 지난해 오디션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타를 쳐 화제를 모은 장재인의 영향으로, 의자를 가져다주겠다는 제작진의 배려에도 대부분 “그냥 앉아서 할게요”라고 했다.
슈스케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래에 감동을 입혀서다. 이번 참가자들 중에도 가슴 뭉클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 작가는 “지원서만 보더라도 ‘이게 현실에서 가능해?’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시즌 1 때는 최종 10명 중에 8명 모두가 가슴 절절한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슈스케 2 우승자인 허각 또한 ‘중졸 출신 환풍기 수리공의 인생역전’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로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3차 예선을 거쳐 ‘슈퍼위크(15명 선출)’에 뽑히면 그때부터 참가자들과 제작진은 매일같이 붙어 지내면서 많이 친해지는 게 사실이에요. 진심으로 친구들을 아끼게 되고, 떨어지는 참가자와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죠. 특히 시즌 2 때는 사랑에 허기진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박)보람이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친구인데 ‘톱 8’ 경연 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중 VCR을 통해 ‘이번 무대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호소력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는 자신의 각오가 나가자 다잡았던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어요. 결국 함께 있던 윤주원 조연출에게 ‘어떡해요, 자꾸 눈물이 나요’ 하면서 ‘PD님, 저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돼요?’ 하고 말하더군요. 윤 PD는 순간 당황했지만, 보람이를 가슴으로 꼭 끌어안아줬어요. 비록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그 무대를 통해 보람이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지 않았을까 싶어요.”

노래에 스토리를 입히다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통기타 연주로 편곡해 장재인과 함께 불러 화제를 모았던 김지수는 방송을 통해 이혼 후 수십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부모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본선이 시작되고 얼마 후 김지수의 아버지가 아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한다는 소식이 제작진에게 전달된 것. 그동안 어머니만 오디션장을 찾았는데, 오래전 헤어진 아내와 다시 만나는 게 불편해 일부러 아버지가 피했다는 생각에 제작진은 조심스레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만은 서로에 대한 어떤 원망과 미움도 없이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했다. 하 작가는 “음악이 세대 간의 다리를 놓았듯, 참가자들의 도전은 가족 간의 다리도 놓았다”고 말했다.
“시즌 1 우승자인 서인국은 방송에서 소개됐듯이 어머니가 폐지를 주워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친구였어요. 우승했을 때도 ‘상금으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죠. 그런데 얼마 전 인국이를 만났는데, 우승 상금이 아직 통장에 그대로 있다는 거예요. 부모님은 ‘우리가 힘들긴 해도 여태껏 이 돈 없이도 살았는데 이건 너를 위해 쓰자’라고 말씀하셨대요. 부모님을 위해 쓰는 게 곧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몇 번이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던 거죠.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그게 부모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몫이다. 마음을 열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야만 감동적인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하 작가는 시즌 1 참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처음이었던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던 탓이다. 특히 ‘톱 10’에 뽑힌 참가자들이 합숙소로 들어가던 날, 첫 촬영에 늦은 참가자들 때문에 언성을 높인 적이 있는데 그 일로 참가자들과 스태프들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하 작가는 “본보기 삼아 일부러 혼낸 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다. 시즌 2 때는 참가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비치지 않았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연출진의 투혼이 있었기에 슈스케는 매회 새로운 이슈를 낳을 수 있었다. 슈스케를 통해 ‘스타 PD’로 거듭난 김용범 CP는 맹장이 터져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럼 다음 주 제주 예선은 어떻게 하지?”라고 말해 동료들 사이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다른 스태프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간만에 집에 들어가니 가족들이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통에 몇 시간 못 있고 다시 사무실에 나왔다는 사람, 링거액이 하도 천천히 떨어져서 그냥 바늘 뽑고 돌아왔다는 사람, 며칠째 아침마다 사무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니 청소 아주머니가 “집이 없느냐?” 물었다는 사람까지 모두가 1년 가까이 사생활을 포기하고 방송에 ‘올인’한 열성파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혼인 제작진에게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헤어지거나 혹은 결혼하거나.’ 일에만 매달리느라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결국 애인과 헤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결혼해 같이 살기로 하면서 어떻게든 연애가 종결된다는 것이다. 하민숙 작가는 다행히 후자에 해당한다. 시즌 2를 준비하던 중 결혼에 성공한 그는 월요일이면 남편과 “주말에 만나” 하고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매주 방송을 준비했지만, 안타깝게도 생방송의 ‘묘미’인 방송 사고를 피해갈 수 없었다.
“슈스케 2 첫 방송이 펑크 날 뻔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녹화 분량이 워낙 많다 보니까 매일 밤을 새우고 편집을 해도 다 못 해서 결국 40분이나 늦게 방송이 나갔어요. 정말 대형 사고도 이런 대형사고가 없죠(웃음).”
슈스케 2 마지막 방송도 어찌 보면 대형사고다. 허각과 존박의 숨 막히는 대결은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결과물이었다. 이날 두 사람의 경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하 작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 허각과 존박 외에도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들을 응원하는 부모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장면들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한다. 그 감동은 TV 앞에 모여 있던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앞으로 슈스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 작가는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평론가가 쓴 글을 봤는데 ‘슈스케는 시즌 10까지 가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오디션 범람에 불을 지핀 원조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더는 예전 같은 인기가 아니라고 그만둔다면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라는 내용이었죠. 제 생각도, 저희 제작진의 생각도 그것과 일치해요. 더 새롭고 더 감동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올해는 해외 예선도 미국·일본·중국 7개 도시로 늘렸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빌딩에서 오디션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



‘슈퍼스타K’가 발굴한 스타들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슈스케 초대 우승자인 서인국은 벌써 세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우승하던 그해 바로 나온 앨범 ‘부른다’에 이어 지난해 발표한 ‘애기야’ 그리고 지난 8월 초 댄스곡 ‘Shake it up’을 발표하며 발라드에서 댄스곡으로 범주를 넓혔다. 최종 경합 멤버는 아니지만 다소 도발적인 매력으로 주목받았던 길학미도 지난해 봄 소속사를 찾아 앨범을 냈고, 박세미도 그룹 쥬얼리의 새 멤버로 투입돼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슈스케 2의 슈퍼스타 허각은 마지막 미션곡이었던 ‘언제나’를 타이틀곡으로 삼아 지난해 10월 첫 앨범을 발표했다. 또 얼마 전 화제를 모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불러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대결을 그리는 KBS ‘불후의 명곡 2’에도 출연해 매주 남다른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다. 허각의 영원한 맞수, 존박은 김동률이 앨범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스케 2 방송이 끝난 뒤 소속사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던 그는 결국 가수 이적이 있는 뮤직팜과 계약했다. 슈스케 2 경합 때부터 누나 팬들을 몰고 다닌 존박이기에 정식 가수 데뷔 후 활약에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들이 많다.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장재인 역시 지난 5월 첫 공식 데뷔 앨범 ‘데이 브레이커’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네이버 뮤직에서 매주 선정하는 ‘이 주의 발견’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유정훈으로부터 “작사, 작곡, 연주가 모두 가능한 국내에 흔치 않은 솔로 여자 음악인이라는 점에서 가요계가 얻은 훌륭한 인재”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장재인은 각종 TV, 라디오 방송 게스트로 출연하고, 화보 촬영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한편 매주 일요일마다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슈스케 2에서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를 열창해 스타성을 인정받은 강승윤은 얼마 전 드라마 ‘마이더스’ OST ‘니가 천국이다’를 불렀다. 연기에도 도전장을 냈는데, 8월 말 전파를 타는 MBC 시트콤 ‘하이킥 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허무개그를 즐기는 이종석의 친구 강승윤으로 출연한다. 중심 캐릭터는 아니지만 시트콤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다스의 손’ 김용범 PD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시즌마다 화제를 낳으며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꿔놓은 슈스케. 그 중심에는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김용범 CP가 있다. 2002년 Mnet에 입사해 그동안 ‘스쿨오브락’ ‘SS501 스토커’ ‘슈퍼주니어의 미스터리 추적 6’ ‘아이돌 월드’ ‘서인영의 카이스트’ 등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기획해온 김용범 PD는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이번 슈스케 3가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의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시즌 예선을 진행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실력 있는 분들이 많이 참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고 1년 동안 슈스케만 기다려온 분들도 많았는데, 예선 인터뷰에서 ‘왜 다른 오디션에 나가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한 참가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박 터지는 곳에서 박 터지게 승부하고 싶다’라고요.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인정을 받아야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얘기였어요. 그만큼 시즌 1, 2를 진행하면서 오디션에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슈스케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오는 오디션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아요.”
이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MBC ‘위대한 탄생 2’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데, 실제로 지상파 오디션과의 경쟁력이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PD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 등 시스템적으로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심사위원의 안목도 덩달아 올라갔기에 진짜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오디션에 합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그는 더는 시청률이 프로그램 인기를 가늠하는 객관적 척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에 비해 시청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미디어로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PD는 “슈스케 3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지난 시즌의 슈스케와 경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 점수는요~’라는 유행어를 낳은 심사위원들의 활약이 이번 시즌에서도 기대된다. 이승철, 윤종신에 이어 마지막으로 합류한 여자 심사위원은 윤미래. 지난 8월 중순 열린 슈스케 3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윤미래는 자신만의 심사기준은 ‘솔(soul)’이라 밝힌 바 있다. 윤미래는 “선배 심사위원들 앞에서 테크닉적인 부분은 얘기하기 힘들 것 같고 ‘솔’을 느낄 수 있는 친구를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 3’ 예선 참가기
“오디션장이 아닌 축제의 장을 봤다”

‘슈퍼스타K 3’ 베일 벗다
“기적을 노래하라~.” 슈스케 3 타이틀 문구인 이 한마디로 모여든 사람은 약 2백만 명. 그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나이 서른셋에 더군다나 회사원인 내가 새삼 가수가 되려고, 혹은 상금 5억원 때문에 도전에 나선 건 아니다. 그동안 슈스케를 보며 ‘내가 부르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자만심이 없지 않았다. TV광고에서 ‘예선 마감일 1주일 후’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1차 예선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지원하는 방법과 ARS 전화를 통해 녹음하는 방법 두 가지였다. 나는 전화 녹음을 택했다. 그리고 1주일 후, 합격이라는 문자와 함께 2차 예선 일정을 안내해주는 전화를 받았다.
2차 예선은 7월2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현장에 도착하니 역시나 참가자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려 보이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이들의 꿈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더니 수십 개 오디션 부스가 마련돼 있고 복도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는 휠체어를 타고 온 마흔 중반의 아주머니였다. 기타를 들고 오디션을 보러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노래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남편을 응원하려고 갓난아기를 업고 온 아내,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춤을 몇 번이나 추는 꼬마와 그 옆에서 “잘했다”며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엄마 등 오디션은 어느새 온 국민 축제의 장이 됐다. 오디션이 진행될수록 “심사위원들이 너무 야박하다” “후렴 고음이 자신 있는데 너무 빨리 끊어버렸다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탈락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오후 5시가 돼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준비한 노래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와 김범수의 ‘제발’. 심사는 슈스케 PD(혹은 작가)와 보컬 트레이너가 했다. 먼저 ‘넌 할 수 있어’를 부르자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음색이 괜찮으시네요. 다른 장르도 준비한 거 있나요?” 하고 물었다. 속으로 “됐구나” 하고 쾌재를 부르며 ‘제발’을 이어 불렀다. 그리고 1주일 뒤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여기서 끝났다. 3차 예선부터는 방송에 참여해야 하는데 회사 일을 포기하고 오디션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2차까지 남은 3백18팀 중 한 사람이었다는 뿌듯함만 평생 간직하려 한다.
글·강부경<주간동아 디자이너>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