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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손예진 스타일 멘토 김성일과 나눈 패션 정담

“배우의 본래 이미지와 캐릭터 특성 고려해 스타일링, 그 스타일 유행처럼 번지면 기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1.08.17 11:53:00

요즘은 연예인도 예쁜 사람보다 스타일 있는 사람이 각광받는다.
그만큼 감각이 중요한 세상. 김남주 손예진 김사랑 등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연예인의 ‘패션 멘토’ 김성일을 만나 톱스타의 스타일링 뒷얘기와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삶을 들었다.
김남주 손예진 스타일 멘토 김성일과 나눈 패션 정담


과거에는 패션을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이 좌지우지했다면 이제는 그 몫을 스타일리스트들이 담당하고 있다. 생산되는 수많은 옷 가운데 선택하고 조합하는 이들의 안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급부상한 스타일리스트는 의상 스타일링만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격상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커지면서 모델의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구두, 액세서리까지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는 직종이 필요해지면서 스타일리스트는 트렌드세터가 됐다.
이 흐름을 만들어온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스타일리스트 김성일(42)이다. 그는 90년대 말부터 활동하며 스타일리스트란 개념과 역할을 개척해왔다. 김성일은 광고 스타일링으로 업계에 발을 디뎠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잡지, 드라마, 스타 스타일링 등을 담당하는 ‘마당발 스타일리스트’가 된 케이스.
김성일에게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 룩’(김남주)은 잊을 수 없는 작업이다. 파스텔 톤 의상에 리본 같은 여성스러운 디테일이 더해진 스타일링을 추구해 김남주의 발랄한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했는데, 덕분에 출산 후 복귀한 김남주는 일약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김성일 역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김성일은 ‘개인의 취향’에서 보이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로맨틱 톰보이 ‘박개인 룩’(손예진)을 선보이고, 이어 방영된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에게 지적이고 세련된 뿔테 안경과 H라인 스커트, 자연스럽게 넘긴 컬 헤어를 매치해 도도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올해 최고의 히트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김사랑에게 밀리터리 스타일 커리어우먼 룩과 여성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상을 번갈아 입히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여성들의 심리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패션 디렉팅을 맡았고, 배우 이미숙과 함께 홈쇼핑 여성복 브랜드도 론칭하는 등 그의 활동 반경은 날로 커지고 있다.

도시적이면서 사랑스러운 김남주 특성 살려
“제가 하는 일 중에서 스타 스타일링 비중은 절반 정도밖에 안 돼요. 최근에는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죠. 브랜드 스타일클래스에 가서 고객들에게 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하고, 영화나 잡지 화보, 광고를 통해서 스타일링을 선보이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저마다 전문 분야를 갖고 있지만 저는 비교적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편이에요.”
김성일은 99년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도프 스튜디오’에서 패션기획팀장으로 일하며 스타일리스트로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그의 업무는 광고 스타일링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실력이 소문나면서 자연스레 스타 스타일링까지 맡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인연이 맺어지기도 했는데, 10년 넘게 함께 작업한 김남주가 대표적이다.
스타일리스트는 그야말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사람. 그렇기에 김성일은 자신이 스타일링을 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스타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로 그들의 스타일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스타일링 작업을 하기 위해 배우 본연의 특성과 드라마 캐릭터를 분석해 ‘교집합적인 요소’를 찾는 부분을 설명할 때 배우의 특징을 조금 언급했다.
“김남주씨는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드라마 속 천지애처럼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운 여자예요. 그래서 ‘내조의 여왕’에서는 김남주씨의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그때 제가 스타일링한 아이템이 유행처럼 번졌을 때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이런 게 스타일리스트의 뿌듯함일 거예요. 이미숙씨와는 14년 정도, 김사랑씨와는 5,6년, 손예진씨하고는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때부터 함께 작업해왔는데 드라마 ‘개인의 취향’ 때도 같이 일했어요. 손예진씨는 의외로 소년 같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많아서 ‘개인의 취향’ 때는 여성스러운 이미지보다 톰보이 스타일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죠.”
김성일은 스타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서도 완성을 추구한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찜’해둔 재킷을 원빈이 사서 속상했다”고 밝힐 만큼 옷 욕심도 많다. 인터뷰 날 그는 바이커 베스트 차림으로 나타났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가늘고 긴 목을 가리기 위해 걸치기 시작한 스카프는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아이였다. 종이인형놀이에 빠진 것만 해도 그렇다. 그는 기존 종이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새로운 걸 만들어 친구들에게 10원, 20원에 팔기도 했다. 그만큼 옷이 좋았다. 그는 “두 아들에게 하루도 같은 옷을 입히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패션 감각을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다른 아이들이 긴 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을 때 어머니는 저희에게 반바지와 긴팔 티셔츠를 입히셨어요. 당시 저는 그런 스타일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는 ‘얘가 진짜 멋을 모르네. 이런 게 진짜 멋진 거야~’라고 말씀하셨죠. 그만큼 사고를 뒤집어서 하는 분이세요. 기성복을 입지 않고 양장점 가서 직접 천을 고르고 디자인을 요청하는 어머니와 같이 다니다 보니 저절로 감각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도 멋쟁이인 어머니는 ‘지금 네가~ 이렇게 된 건 다 내 덕이야~’라고 하세요(웃음).”
어머니에게 배운 스타일링의 키워드는 밸런스. 그는 좁은 어깨를 넓게, 큰 얼굴을 작게, 짧은 다리를 길게, 6등신을 8등신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웨지힐을 신듯 어느 한 곳에 포인트를 줘 착시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색감도 자칫 비율을 잘못 맞추면 촌스러워지기 때문에 밸런스를 고려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강한 컬러, 중간 컬러, 포인트 컬러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스타일링의 기본 공식”이라고 말한다.

원래 그의 전공이 국어국문학이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미술교육을 부전공하면서 막연하게나마 스타일리스트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우리 사회에는 그런 직업군이 없었다. 차선책으로 성도어패럴에 입사해 남성복 디자이너가 됐고, 입사 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면서 인생의 나침반 바늘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워낙 옷을 좋아하다 보니까 옷 만드는 일이 즐거웠죠. 그런데 3년 정도 사무실에서 홀로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다 보니까 따분해지더라고요.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쉬는 셈 치고 반년 정도 어학연수나 다녀오자 싶었죠. 그때가 스물일곱 살이었는데,뉴욕과 런던 중 어디로 갈까 저울질하다 런던을 선택했어요. 한창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수석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던 존 갈리아노가 영국 출신이기도 했고, 이왕에 하는 것 정통 영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김성일의 스타일리스트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존 갈리아노가 나온 디자인 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 오브 아트·패션’에 구경을 갔다가 커리큘럼을 보고 본격적인 패션 수업을 받게 됐다. 한국에서 미술을 공부했기 때문에 기초부터 다시 배울 필요는 없었다. 그는 파트타임 수업을 들으며 패션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고 ‘다양한 패션들을 조합해 하나의 스타일링으로 구체화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한다.
“일러스트가 부족하면 관련 수업을 듣고,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면 그걸 만들 수 있는 수업을 듣는 식이었어요. 수업료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국 패션계 사람들이 시장 조사차 영국에 오면 백화점이나 시장을 함께 다니며 가이드 노릇도 했는데 그때 스타일링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활자 통해 많은 영감 얻어
그는 지금도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영국에서 보낸 시간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실 옷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어요. 숍을 가도 되고, 외국 잡지를 봐도 되니까요. 하지만 서양을 접하지 않으면 그 문화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은 서양 옷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옷을 알기에 앞서 옷이 만들어진 토대가 된 문화를 아는 게 중요한데, 저는 그곳에 머물면서 조금이나마 서구의 문화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들의 식습관, 예의범절 같은 소소한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예술까지 말이죠. 이처럼 소소한 것에 주목하면서 스타일링할 때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배워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감각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잡지를 보면서 패션계의 흐름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마음을 열고 대상을 바라본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들을 모두 스타일링과 연결시키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감각을 열어두며, 커피잔에 적힌 영문 글씨나 주유소 간판의 색감을 보고도 영감을 받곤 한다. 이런 노력은 독서로도 이어진다.
“역사책, 소설, 여행책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인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활자를 읽다 보면 다른 활동을 할 때보다 더 많이 상상하게 돼요. 지금까지 해온 것들과 책에서 읽은 내용, 책 제목 같은 것들을 통해 문득문득 영감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해두고 자주 들춰봐요.”
어느새 그의 나이도 마흔을 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사는 것도 좋지만, 외로운 순간은 없을까. 그에게 불쑥 결혼관을 물었다.
“연인의 조건은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함께 살기 어려울 거예요. 또 예전에는 예쁜 사람을 찾았다면 요즘엔 호감 가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제 주위에는 없네요(웃음). 하느님이 언젠가 찾아주시겠죠 뭐.”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인생을 끌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하는 김성일.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삶의 지향점을 물었다. “대한민국의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세계의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할 것 같았는데 그는 뜻밖에도 ‘향기’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고 보면 김성일은 ‘스타일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타일링은 당당함의 표현이다. 이는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헤어, 메이크업, 여기에 향기까지 더해져 자신의 캐릭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모든 패션은 향기로 시작해서 향기로 끝나요.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향수죠. 어떤 사람에게 막 세탁한 옷의 향기가 날 것 같았는데 막상 푸아종(독극물) 냄새가 나면 확 깨잖아요.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까운 스타일리스트로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맞는 향수를 만들고 싶어요.”



김남주 손예진 스타일 멘토 김성일과 나눈 패션 정담

김성일은 김남주, 김사랑, 이미숙 등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연예인의 패션 스타일링뿐 아니라 패션쇼에서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모델 스타일링도 한다.



여성동아 2011년 8월 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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