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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공부의 왕도

실험 참가자 강신우·이보경의 사교육 제로 프로젝트 도전 후기

글·구희언 기자 사진·조영철, 지호영 기자

2011. 08. 10

EBS 다큐프라임 ‘사교육 제로 프로젝트, 4000시간의 실험’은 아이들에게 타의 아닌 자의로 공부하는 길을 제시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두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도전 후기.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모의고사 1등급도 받아”
동북고 2학년 강신우


실험 참가자 강신우·이보경의 사교육 제로 프로젝트 도전 후기


“혼자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점이 좋았어요. 공부 계획표를 짜고, 공부한 뒤에 뭘 외웠는지 테스트하고 그런 걸 통해 공부를 어떻게 혼자 할지 생각할 수 있었죠.”
강신우군(17)은 문득 자신이 그동안 혼자 공부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더욱 이번 실험에 흥미를 느꼈다. 강군은 “중학교 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모두 학원에서 배우거나 과외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사교육을 끊고 자기주도학습에 몰두한 지 4개월만인 지난해 9월 모의고사 성적이 많이 올랐다. 강군이 내민 모의고사 성적표에는 영어, 수학, 과학 1등급이 찍혀 있었다. 그는 “1등급은 이때 딱 한 번 받았다”라며 쑥스러워했다.
학교에서 하위권이던 강군의 성적은 현재 중위권으로 올라왔다. 평소 자리에 5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는 그의 좌우명은 ‘작심삼일’.
“제가 한번 뭔가 하려고 마음먹어도 이틀을 못 넘기더라고요. 3일만 넘기면 그동안 한 게 아까워서라도 계속하게 되기에 좌우명을 그렇게 정했어요.”
강군의 부모님은 그가 이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무척 좋아하셨다. 그는 “원래 부모님이 시키면 더 하기 싫은데 이번만큼은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실험이 끝난 지금도 강군은 사교육 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한 뒤 내신은 조금 올랐고 모의고사 성적은 많이 올랐어요. 평소에는 EBS 교재를 주로 활용해요. 강의도 듣고 교과서도 외우고요. 수학이나 영어는 혼자 하기가 어려워 학교에서 수업 듣고 방과후학습을 따로 신청해서 들었어요.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찾아가서 질문했고요. 좋아하는 과목이 과학인데, 1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과학 선생님이라 마음껏 질문할 수 있었죠.”
그는 가장 좋았던 일로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과 가평에서 1박2일 캠핑한 것을 꼽았다.
“실험이 진행되는 내내 공부만 하면 지겨우니까, 쉬어가는 의미에서 떠난 여행이었어요.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밥도 해먹고 텐트 치고 잠도 자면서 추억을 만들었죠. 그렇게 공부하는 중간에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교수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체육학과나 경호학과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중학교 때부터 체육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과학을 좋아하지만, 운동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생전의 할아버지를 멋진 모습으로 기억한다는 강군은 존경받는 교사가 되겠다며 눈을 빛냈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알게 된 것 최고의 성과”
여의도여고 2학년 이보경


실험 참가자 강신우·이보경의 사교육 제로 프로젝트 도전 후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허투루 공부하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도 배웠고요.”
이보경양(17)은 실험 기간 ‘공부 계획’ 세우기에 맛을 들였다.
“몇 번 플랜을 짜보니까 공부 계획표가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일주일 단위와 하루 단위로 일정을 짰어요. 시간 단위로도 짜고요. 한번에 몰아서 짤 때도 있었고, 짬 날 때마다 플랜을 짜면서 점검했죠. 이제는 학습 플래너를 써야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법을 배운 것도 실험의 성과예요.”
그전까지 이양은 타의에 의해 공부해왔다.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문제집을 풀었고, 과외 선생님이 내주는 대로 숙제를 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영어 학원에 다녔으며 대학생 과외 선생님에게 매주 수학 과외를 받았다. 처음 이양이 ‘사교육을 끊겠다’고 하자 그의 부모는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걱정하는 눈치였다.
“너 스스로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격려해주셨어요. 과외나 학원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다들 하니까 했던 거거든요.”
하지만 이양 자신도 긴가민가했다. 이양은 처음으로 타의가 아닌 자의로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불안했죠.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갑자기 점수가 뚝 떨어질 게 눈앞에 보이니까요. 실제로 기말고사 때는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혼자 공부하다 보니 진도 맞추기도 급급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실험에 참가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매번 모의고사를 풀면 모르는 단어를 체크해서 외우고, 문법은 모르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선생님께 질문했어요.”
문학이나 사회처럼 외우는 부분이 많은 과목은 혼자 공부하는 걸로도 충분했다. 수학이나 영어는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고. 실험을 마치며 이양은 다니던 영어 학원을 그만뒀다. 혼자 공부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덕분이었다. 학교에서 중위권인 그는 “실험을 마친 뒤 혼자 공부하며 조금씩 오르던 점수가 지금은 정체기”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인 이양의 여동생도 ‘스스로 공부해보겠다’며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이양은 자신의 의지가 없으면 사교육도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남이 이끌어주지 않고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점이 어려웠지만, 대신 직접 세운 계획을 실행해 나가면 그 과정에서 만족감이 들더라고요.”
그는 이름처럼 ‘자신의 빛으로 자기 길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다. ‘이과가 대학 가기 쉽다’는 안이한 생각에 선택했는데, 친구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심리학에 눈을 떴다. 이양은 심리치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적어도 한 번은 혼자 힘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과외를 하더라도 스스로 예습이나 복습을 하지 않으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제가 잘 아니까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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