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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픔을 딛고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됐을 사랑하는 진실아, 진영아… ”

글·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7. 15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최진실에 이어 진영까지, 두 자식을 먼저 보낸 정옥숙씨의 슬픔은 쉽게 헤아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아들과 딸을 꼭 닮은 환희 준희가 있기 때문이다. MBC ‘휴먼 다큐 사랑’에 출연해 깊은 슬픔을 솔직히 드러내고, 최근 자전 에세이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를 펴낸 정옥숙씨를 만났다.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최진실·진영 남매의 어머니 정옥숙씨(66)를 만난 건 6월 중순,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였다. 한낮의 식당은 무척 붐볐지만,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쇼핑 후 밝은 표정으로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 틈에서 유난히 어두운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보내고 2년8개월, 아들을 보내고 1년3개월. 그 일이 있은 후로 흰색 옷만 입는 정씨는 꽃을 보는 것도 햇빛을 쬐는 것도 미안하다고 했다. 커피잔을 들고서도 ‘환희 엄마가 내가 타주는 커피를 참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고 어쩌다 주고받는 농담에도 시원하게 웃지 못하는 그는 ‘죄인’이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MBC ‘휴먼 다큐 사랑’에 출연하고,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는 책을 통해 진실 진영 남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들이 생전에 겪었던 억울한 소문을 해명하고, 손자 환희(11)와 손녀 준희(9)에게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내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한으로 품고 갔을 억울한 이야기들을 밝혀줘야 할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억울한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엄마가 ‘그게 아니다’라고 말해줘야죠.”

“사채설에 무너진 내 딸 진실이”
생전 최진실을 둘러싼 소문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사채설이다. 2008년 9월8일 탤런트 안재환이 자살한 직후, ‘최진실 모녀가 안재환에게 사채 25억원을 빌려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들 모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정씨는 “환희 엄마 별명이 ‘짠순이’였다. 불안해서 돈을 함부로 빌려주지 못한다. 나 역시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벌어오는 돈을 관리하기도 벅찼다. 누구를 감히 빌려줄 생각도 못했고 사채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선희 남편이 그렇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환희 엄마가 ‘선희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며 정신없이 뛰쳐나가더라고요. 저녁 때 집에 왔기에 ‘그만하면 됐으니 좀 쉬라’고 말렸는데도 옷만 갈아입고 또 나가더라고요. 걱정이 돼서 집에 있는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환희 엄마가 장례식장에서 울고불고 하는 장면이 계속 TV에 나오더라고요. ‘사람들이 저걸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며 야단을 쳐도 ‘선희가 속상한 일을 당했는데 가서 도와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말을 안 들었어요.”
그러고 며칠 뒤 ‘최진실이 안재환한테 돈을 빌려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도 황당한 소문이라 처음에는 최진실도 ‘내가 돈이 없다고 하는 것보다는 낫지 뭐’라면서 웃어넘겼다. 최진실은 이영자 이소라 홍진경 엄정화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최진실 사단의 중심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 도우며 전쟁터 같은 연예계에서 끈끈한 우정을 다져왔다. 안재환이 사망한 뒤 정선희의 아파트가 남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선희에게 얼마간의 돈을 보내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선희를 돕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최진실이 받은 상처는 더욱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문이 잠잠해지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니까 진실이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낮에도 커튼을 치고 하루 종일 방에만 있었어요. 컴퓨터를 쳐다보며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생전 최진실은 조성민과 이혼으로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았다. 그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 후에도 조성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일이 안 풀리려고 그랬는지 안재환 장례식을 치른 후 최진실이 사채설로 고통 받고 있을 무렵,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과 모두 연락이 끊겼다. ‘친구들이 왜 전화를 안 받았을까’라는 생각에 최진실은 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때 이미 최진실은 조성민과의 이혼, 자녀의 성 변경 신청 등 숱한 일들을 겪으며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매사 의욕이 없었고 친구들이 찾아와도 시큰둥하거나 방에 틀어박혀 잠만 잤다. 정씨가 정신과 치료를 권했지만 ‘병원에 가면 사람들이 또 뭐라고 수군거릴지 겁이 난다’며 매니저를 통해 처방받은 우울증 약으로 버텼다.
“환희 엄마가 그러니까 가족들도 많이 지쳐 있었어요. 그러니 친구들도 지쳤겠지. 그 사람들 심정도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죽기 전날 최진실이 외출했다가 울면서 돌아왔다. 정씨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누구하나 나서서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나, 나는 진짜 왕따인가 봐. 세상을 잘못 살았다’며 통곡하는 딸을 달래 겨우 방에 들여보냈는데, 최진실은 그날 새벽 기어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가 딸을 발견한 건 새벽 3시 무렵.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딸의 몸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그는 오열하며 여기저기 연락을 했다. 아들 최진영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 넘어졌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아들과 함께 최진실의 싸늘한 몸을 바닥에 눕히고 주무르고 어루만졌지만 딸은 눈을 뜨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슬픔이 밀려왔다. 가려면 내가 먼저 가야지, 왜 네가 먼저 가느냐며 정씨는 욕실 바닥을 뒹굴었다. 그는 그렇게 최진실과 작별했다.
“그때 나서서 ‘아니다’라고 말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선희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저나 나나 다 같은 피해자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니까. 이젠 선희도 모든 것을 다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면 좋겠어요. 나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저도 살아야지.”
이영자 정선희 홍진경 등은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주 찾아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기념일엔 꼭 잊지 않고 선물을 챙긴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이영자가 아이들을 호텔로 데려가 함께 식사를 했다.
“나도 가려고 옷까지 챙겨 입었다가 환희 엄마 생각이 나서 도저히 못 가겠더라고요. 그랬더니 영자가 ‘어머니 약이라도 사서 드시라’며 봉투에 용돈까지 넣어서 보냈더라고요. 영자나 진경이나 선희나 다 내 딸 같고, 고맙고 그래요.”

“우리 엄마 살려 주세요”라고 오열하던 환희
그가 딸을 잃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누나를 잃은 최진영도 몹시 힘겨워했다. 정씨가 결혼을 했을 때 남편은 이미 가족이 있었다. 정씨는 결혼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아버지 없는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컸기 때문에 최진실 남매는 유난히 우애가 좋았다. 누나가 세상을 떠난 후 최진영은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누나의 묘 앞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왔다.
“내가 누워 있으면 진영이가 내 등을 쓸어주고 진영이가 울고 있으면 내가 기도해주고 그랬는데,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니까 서로 점점 말이 없어졌어요. 그때 아들을 좀 더 잘 챙겼더라면… 내가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나라도 의지가 됐어야 했는데… 환희 준희는 챙겨주지 않으면 굶으니 힘들어도 챙겼지만 진영이한테는 그렇게 못 해서 …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스스로 위기를 느낀 최진영은 어느 날 병원에 갈 결심을 하고 매니저를 불렀다. 하지만 3시간을 기다려도 그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때 병원에 갔더라면, 그런 일이 안 생겼을지도 모르죠. 저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이 버틸 때는 악착같이 버티다가도 순식간에 포기해버리나 봐요.”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조성민·최진실의 결혼은 ‘세기의 결혼’이라 불릴 만큼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홍진경 엄정화 이영자 정선희 이소라 등 최진실 사단이 총출동, 들러리를 섰다.



그는 울 기력조차 없었다. 지금도 자식을 보낸 그날이 떠오르면 심장이 죄어오는 것처럼 답답하다며 그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정씨는 자식들을 앞세운 뒤 사람들을 피해 살았다. 대중목욕탕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근처에는 아예 발길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도 ‘빨리 가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 환희 준희가 그런 정씨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들의 상처도 컸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광경을 목격한 환희는 한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 정씨의 가슴이 더 아픈 이유다.
“환희 엄마가 그렇게 됐을 때 준희는 어려서 뭘 몰랐지만 환희는 금세 알아차리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작은 아이가 시신을 수습하러 온 형사의 다리를 끌어안고 ‘우리 엄마가 죽었대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어요. 환희 엄마를 끌어안고 주무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환희가 그 앞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이놈, 얼른 저리 가’라고 소리를 쳤는데, 환희가 그때 몹시 놀랐나 보더라고요.”
그걸 마음에 담아두었던 환희가 얼마 전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때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던 날, 할머니가 왜 저한테 ‘이놈’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때 제가 정말 미워서 그런 거예요?” “할머니들은 원래 손자가 예쁘면 ‘이놈’ ‘강아지’ 이렇게 부르기도 해”라고 대답했지만 환희는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그 일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아직도 숙제다.
“이런 답답하고 서러운 얘기를 누구한테 하겠어요. 그나마 말벗이 되는 건 우리 환희 준희인데. 내가 울고 있으면 아이들이 와서 ‘할머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오래오래 살아야 해. 내가 빨리 커서 할머니 행복하게 해줄게’라고 위로해요. 진실이 진영이가 어릴 때 하던 얘기를 환희 준희가 똑같이 해요. 진실이 진영이도 어릴 때 ‘엄마 죽지 마. 우리가 열심히 살아서 이다음에 엄마 행복하게 해줄게. 정말 꼭 참고 살자’ 그랬거든요. 우애도 얼마나 좋은지, 진실이 진영이를 다시 보는 것 같아요.”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2007년 최진실은 어머니 정씨, 아이들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 가족여행이었다.



어려서 힘든 일을 겪어서인지 철이 일찍 든 환희 준희. 하지만 이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떻게 엄마와 삼촌이 보고 싶지 않겠는가. 하루는 환희가 아침에 일어나 “엄마 꿈을 꿨다”며 달려왔다고 한다. 환희는 신이 나서 “가족 모두 사우나에 가서 엄마가 등도 밀어주고, 점심으로 황금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는데 엄마가 천사 옷을 입고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어줬다. 밥 먹고 한강에서 연을 날리고 재미있게 놀다가 엄마가 잘 시간이 됐다며 나를 재워줬다”고 꿈에서 본 내용을 설명했다. 부러워하는 준희에게 ‘엄마 사진을 베개 밑에 넣고 자면 엄마 꿈을 꿀 수 있다’고 비법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꿈에 나왔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겠어요. 그래도 나한테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내색을 안 해요. 그래도 딱 보면, ‘환희가 지금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구나’ ‘준희가 삼촌을 보고 싶어하는구나’라는 걸 알죠. 아이들이 정히 못 참을 것 같으면 ‘울어라, 울고 싶으면 울어라’ 그래요. 나도 같이 울고….”

조성민, 그래도 아이들 아빠라서 받아들여

그는 얼마 전 아이들의 아빠인 조성민을 받아들였다. 최진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성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아빠 없이 사는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들에게는 그런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혼 후 최진실은 아이들을 끌어안고 밤마다 “엄마가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정씨는 지난날을 떠올리면 조성민을 용서할 수 없지만 딸의 마음을 헤아려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를 찾아주고 싶었다고 한다. 곁에서 이영자도 “아이들이 아빠를 만나면 더 밝아지지 않겠느냐”고 거들었다. “나는 갈 날이 멀지 않았는데 내가 죽어서 갑자기 데려가라고 하면 아이들도 서먹해할 테니까.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살을 비비며 살고 안아주고 야단도 치고 하면서 정이 드는 거지, 인연을 뚝 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다고 해서 애틋한 마음이 생기겠어요. 환희 아빠도 아빠 노릇을 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거죠.”

故 최진실·진영 엄마 정옥숙 눈물로 쓰는 편지


하지만 아이들과 조성민의 사이가 처음부터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준희는 아빠가 오면 좋다고 쪼르르 달려나가는 반면, 환희는 싫다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가 아빠를 따라 목욕탕에도 가고, 야구장에도 가라고 등을 떠밀고 조성민이 찾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환희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고 한다. 조성민이 예전보다 아이들을 자주 찾고는 있지만 교육은 여전히 정씨의 몫이다. ‘환희 엄마가 살아 있었더라면, 아이들을 더 잘 키웠을 텐데’ 라는 생각에 그는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한다고는 해도 요즘 젊은 엄마들의 교육열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답답하죠. 환희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영어도 일찍 가르치고 해서 아직까진 괜찮은데 앞으로가 문제예요. 그래도 같은 반 엄마들이 지금쯤은 뭘 시켜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자기 아이들 운동할 때 우리 아이들도 챙기고, 도움을 많이 줘요.”
경제적으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진실 남매는 각각 자신들이 살던 잠원동 빌라와 논현동 단독주택, 아파트 한 채와 얼마간의 현금을 유산으로 남겼는데 현금은 상속세와 손해배상금(한 건설업체가 최진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진실 측이 패소)을 내는 데 거의 다 썼다. 최진실 남매가 살던 집은 아직도 매매가 되지 않고 있다.
“매물로 내놓았지만 누가 그 집을 사겠어요. 한번은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를 걸어 ‘최진실씨가 살던 집 아니에요?’라고 묻더니 오지 않더라고요. 진실이가 타던 차도 살 때는 1억원이 넘었는데,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아 결국은 1백만원도 안 되는 돈에 팔았어요. 세상 인심이 야박하다고 탓할 일도 아니지. 그걸 누가 쉽게 사려고 하겠어요.”
핏줄은 못 속인다고, 환희는 운동에 재능이 있고 준희는 연예인이 장래희망 1순위다. 종종 할머니를 즐겁게 해주겠다며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준희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시키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가 원한다면 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일을 견뎌야 하는지 말해주고,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시켜야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사랑한다는 쉬운 말, 왜 한 번도 못 했는지…
그의 꿈은 환희 준희가 건강하고 지혜롭고 씩씩하게, 이 세상 좋은 것이란 좋은 것은 다 갖고 쑥쑥 크는 것이다. 그래야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아이들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환희 준희에게 틈만 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요. 이제는 제법 커서 안으면 얼마나 푸짐하고 든든한지. 그러면서 우리 진영이 진실이한테는 왜 ‘사랑한다’는 그 쉬운 말 한마디를 못 해줬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더 아프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최진실·진영 남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수천 번, 수만 번도 더 되뇌었을 말을 꺼냈다.
“진실아, 진영아 엄마가 너희들한테 못 해준 게 너무 많아서 미안해. 다른 자식들처럼 좋은 부모 밑에서 평범하게 컸더라면 그런 생각을 안 했을지 모르는데, 못난 부모 만나서 고생만 하다 가고. 엄마는 늘 너희들 눈에 고인 눈물이 엄마 탓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 진영이 가수 데뷔하고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진실이도 스타가 돼서 촬영을 할 때 사람들은 너희들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그게 너희들이 간직한 슬픔인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단다. 살아 있을 때 더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줄 것을. 그곳은 괴로움도 서러움도 없는 편안한 곳이겠지. 거기서 행복도 불행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평화롭게 지내거라. 그리고 환희 준희를 위해 엄마를 응원해주렴. 사랑한다. 우리 딸, 우리 아들.”

참고자료·‘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웅진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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