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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대되는 변신

진행자로 영역 확장, 오현경 딸과 더불어 꿈꾸는 ‘러브송’은…

“동네에서 유명한 ‘딸바보’, 40대 내 모습 제대로 알리고 싶어”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6. 16

청춘은 아프다고 했다. 오현경 역시 그러한 청춘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 몇 차례 굴곡을 겪으면서 그는 더 단단해졌고, 더 아름다워졌다. 10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오현경. 그가 이번에는 연기자가 아닌 MC에 도전한다.

진행자로 영역 확장, 오현경 딸과 더불어 꿈꾸는 ‘러브송’은…


나이 들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좌절의 아픔을 맛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배우 오현경(41)은 30대 후반부터 도전을 즐기고 있는 몇 안 되는 스타다. 미스코리아 진에 뽑혀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했다가 한순간에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2007년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남편에게 모진 수모를 당하는 여자로 변신해 배우로서의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발차기 전문인 괄괄한 체육 선생(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다섯 살 지적 수준을 가진 40대 아줌마(드라마 ‘글로리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오현경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번엔 연기가 아닌 tvN 토크쇼 ‘러브송(매주 토요일 밤 12시30분 방송)’ 진행자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5월 초 기자와 만난 오현경은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을 하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애초 제 꿈은 연기자가 아닌 MC였어요. 결혼하면 연기를 계속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방송도 가정도 다 잘하려면 MC를 하는 게 제격이다 싶었죠. 한번은 오디션을 통해 음악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 MC로 합격했는데, 나이 제한에 걸려서 못했어요. 낙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연기자로 캐스팅되긴 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죠. 그동안 케이블 TV에서 잠깐씩 진행을 맡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메인 MC가 되니 정말 기쁩니다(웃음).”
그는 한동안 옛 꿈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과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다행히 오현경은 복귀작을 통해 문영남 작가를 만나면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좋은 작가님을 뵙고서야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알게 됐어요. 30대 후반이 되니까 공인으로서의 책무와 기회의 의미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죠. 선배들이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계속하면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았어요. 망가지는 역이라도 열심히 연기하면,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다시 또 찾아주시더라고요. 연기자로서 그만큼 더 성장하는 건 물론이고요.”

아침드라마 주인공, 토크쇼 메인 MC 동시에

진행자로 영역 확장, 오현경 딸과 더불어 꿈꾸는 ‘러브송’은…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스스로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 순간, 뜻밖에도 MC 제의가 들어왔다. 오현경도 때마침 과거의 꿈이 몽글몽글 되살아났다. 배우가 아닌 인간 오현경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사실 저라는 사람을 아는 분이 별로 없잖아요. 저, 의외로 귀엽고 괜찮은 사람이에요(웃음). 40대가 되니까 사람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면서 그 사람을 포용하고 싶더라고요.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제 인간미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문제는 그가 SBS 아침드라마 ‘미쓰 아줌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스케줄이 빠듯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현경은 ‘러브송’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신을 진행자로 낙점해둔 담당 PD를 만나면서 프로그램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들어오는 바람에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작진의 반대에도 담당 PD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저를 고집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고맙더라고요. 그동안 나를 바라봐준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했죠.”



녹화 끝낸 뒤 인연 이어가고 싶어 연락처 교환
‘러브송’은 여자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와 그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는 프로그램. 그렇기에 MC에게는 출연진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솜씨 못지않게 노래를 좋아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다행히 오현경은 노래에 애착이 큰 편. 신곡에 떠밀려 사라진 좋은 노래들이 이 방송을 계기로 다시 불리길 바라고 있다. 그는 가수의 연배를 불문하고 골고루 좋아하는데 특히 혜은이, 김수희, 나훈아, 이승철, 김태우, 빅뱅, 바이브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저는 노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요. 그만큼 애착이 많아요. 노래를 잘했다면 아마 가수가 됐을 거예요. 노래를 듣다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찡한 뭔가가 나오는 것 같잖아요. 책을 통해서 위로받듯이 노래를 들을 때도 그럴 때가 많죠. 저만 해도 이재훈의 ‘사랑합니다’, 이승철의 ‘네버엔딩 스토리’, 나훈아의 ‘영영’ ‘찻집의 고독’을 좋아해요. 댄스곡이면서도 슬픈 바이브의 ‘프로미스 유’는 애창곡이고요. 그저께는 이미자 선생님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이것이 진정한 노래다’란 생각이 들었죠.”

진행자로 영역 확장, 오현경 딸과 더불어 꿈꾸는 ‘러브송’은…


진행자로 변신한 그는 김완선, 윤해영, 김현정, 김진이 출연한 첫 방송에서 침착하면서도 정감 있는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잘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처음에는 얘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함께 MC를 맡은 조혜련씨가 윤활유 노릇을 해준 덕에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속내를 내보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도 숨겨둔 얘기를 조금씩 풀어놓으면서 소통할 수 있었죠. 진실한 대화를 나누니까 그 시간이 알차게 느껴져 기분이 좋더라고요. 며칠 전에 4회분 녹화를 마쳤는데, 그제야 너무 길게 얘기하면 편집되고, 어느 정도 대화의 포인트를 짚어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노래로 사람들의 감성을 끌어내고, 그걸로 그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방송 포맷이 참 좋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는 것도 신선했고요. 요즘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아요(웃음).”
오현경은 진행자와 게스트의 만남이 단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상 연예인은 제각기 일상이 바빠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인지 그는 “연예계 동료로서 계속 연락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렵게 속내를 꺼내놓은 사람과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뒤풀이를 하곤 하는데, 서로가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란 것을 느껴요. 그래서 전화번호도 꼭 교환해요. 한 번 마주친 인연일지라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게스트가 궁금할 때마다 짧게나마 문자를 보내려고요. 어제만 해도 가수 김현정씨와 문자를 주고받았어요(웃음).”
오현경은 “돌고 돌아서 꿈을 이룬 만큼, 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적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기에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편안한 엄마, 독한 여배우 오가는 행복한 삶
한편, 일에 몰입하는 것이 즐겁지만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보통의 워킹맘과 다를 바 없다. 친구들에게 엄마 사인을 가져다줄 정도로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아홉 살 딸을 보면서 오현경은 ‘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아이들은 관심을 받으면 더 잘 자라잖아요. 그래서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학교에 가서 책 도우미도 하고 예절 공부도 시켜줘요. 이번에 학교체육대회에서 계주 선수로 뛰었는데, 결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망신만 당했죠(웃음). 딸이 학원에 가거나 학교에 갈 때 바래다주기도 하고요. 힘들긴 하지만 제가 조금 덜 자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해요. 아마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분당에 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할걸요(웃음). TV는 가능한 한 못 보게 하는 편이에요. 어린 나이에 TV에 빠지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제 방에만 TV를 뒀어요. 대신 공연은 자주 보여줘요. 큰 의미를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접하게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아이를 닦달하면서 키우지는 않는다. 그는 엄마 노릇에 충실하되, 아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딸의 장래 희망이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아기’라는 걸 안 순간, 몰아치기 식의 교육은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아이가 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이것저것 많이 시켰어요. 물론 남들 보란 듯이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학원도 많이 보내고, 책도 많이 읽히고, 여름방학 프로그램에도 보내고, 피아노도 시켰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공부를) 할 아이는 어떻게든 하고, 안 할 아이는 어떻게든 안 한다’는 진리가 절실하게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방학에는 학원 다 끊고 책만 읽혔죠. 그런데 도리어 욕심내지 않고 키우니까 아이가 더 잘 자라는 것 같아요. DVD로 ‘맘마미아’를 많이 봐서 그런지 전곡을 다 외우더라니까요(웃음).”
오현경은 스스로도 욕심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평소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한다는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지만 성공을 좇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성경의 시편과 잠언을 읽으며 마음을 정화시킨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커리어만큼은 계속 쌓아가고 싶다고 한다. 필라테스를 하고, 등산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여배우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살을 빼야 할 때는 가끔 마시던 술에 손도 대지 않고, 저녁마저 굶을 정도로 독하게 굴기도 한다.
오현경은 엄마의 이름으로 가정과 일을 동시에 챙기는 사이 저절로 단단해지고 행복해졌다. 이처럼 고난이라는 힘겨운 강을 건너왔기에 그 강을 아직 넘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법도 하건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혹여 잘못된 조언이 그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오현경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별로였더라도 지금은 박수를 쳐주고 싶은 사람,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계속 노력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책임감이 없었다면 이렇게 살지 못했겠죠. 저는 나중에 제 얘기를 자신 있게 책으로 써낼 거예요. 그러기 위해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중이니까 기대해주세요. 롤 모델이요? 없는데, 그냥 제 자신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보죠 뭐(웃음).”

장소협찬·고릴라 인 더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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