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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파워 대담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정리·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6. 16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의 방향이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있다. 그럼에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여전히 궁금증과 불만이 많다. 그래서 이 장관과 교육 정보 품앗이 운동을 펼치는 ‘국자인’ 운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천 명 앞에서 강의할 때도 흔들림 없던 이 장관은 국자인 운영진의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에 진땀을 뺐다. 입시와 교육 전반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고 서로의 진정성을 다시금 확인,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씁쓸하지만 아이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렇게 부모가 나서서 발품 팔지 않아도 모든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며 재능을 키우고 꿈을 이루는 것. 누구나 동의하는 이상적인 교육 모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가는 길에 대해선 각자 처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학부모는 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는 탓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엄마들이 입시 정보에 목말라 있는 걸 교과부와 대학은 알까요? 알고도 모른 체한다면 전국의 엄마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얼마 전 교육 정보 품앗이 운동을 벌이는 ‘국자인’ 카페에 한 학부모가 올린 글은 이들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인지 잘 보여준다. 정부는 정부대로 학부모들이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한숨짓는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는 교육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50)과 ‘국자인’ 운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입시와 교육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국자인 운영진은 입학사정관제, 집중이수제 등 민감한 교육 현안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했고, 이 장관은 이를 열린 자세로 경청했다. 특히 어머니들이 현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에서 이 장관은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차분하고 소신 있게 정부의 정책 기조와 교육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입학사정관제 의도는 좋으나 내실화는 여전히 과제 vs 10% 선에서 유지하되 진로 지도 시스템 강화할 것
이윤선 현재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입학사정관제(이하 입사제)입니다. 대학 입시 요강을 보면 역경 극복 사례나, 특이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나타내는 아이들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라 평범한 아이들은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로선 좀 더 객관적인 자료가 절실합니다.
★ 입학사정관제 내신 성적과 수능점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학생의 잠재능력과 소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각 대학의 인재상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 입학사정관은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성적 외에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 수능과 내신 성적만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적성과 잠재 능력, 장차 대학에 들어왔을 때 다른 학생보다 더 우수하게 수업에 임할 수 있는 준비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주호 장관(이하 이 장관) 교육은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교육은 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이들의 관심도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에만 쏠려 있었습니다. 입사제의 기본 취지는 점수로는 드러나지 않는 재능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입사제의 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춘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면 입학사정관이 이것을 찾아내서 봐준다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점수 중심의 입시 제도를 완화해보자는 것이지, 또 다른 부담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모든 걸 학부모가 챙겨준다는 생각도 버리시고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세요.
권희숙 입사제와 수시가 증가하면 수능 부담이 줄어서 아이들이 입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부모로서 안타까운 것은 현실에서 이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정책을 추진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학생들은 여태껏 살아온 인생이 당장의 정책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장관 거꾸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입시가 성적순으로 아이들 줄 세우기가 된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운동이나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가능할까요. 입시 제도와 공교육 중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두 가지가 동시에 천천히 속도를 맞춰가며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도 그것을 감안해서 입사제 전형을 10% 선에서 유지하되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거쳐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통이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고용정책, 직업교육 등을 연구하며 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교과부 차관 등을 거쳐 2010년 8월 장관에 임명됐다.
글로벌 인재 양성, 공교육 강화, 교육 기회 균등을 기반으로 한 현 정부의 교육 정책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 설계사’라고 불린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고자 노력하며 차관 시절 거의 매주 주말에도 쉬지 않고 현장을 방문해 실무를 챙겼고, 장관이 된 후에도 틈만 나면 학생, 교사, 학부모와 만나 의견을 듣는 ‘현장 중심형’이다. 블로그 ‘이주호의 긍정의 변화(http://이주호.kr)’에는 ‘장관 초청하기’라는 코너가 있다. 학생 학부모 등 소모임에서 장관과 만남을 신청할 경우 내용을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달려간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이미애 입사제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인데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방과 후 수업을 해야 할 시간에 학과 공부만 시키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 장관 정부는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 후 특기 적성 교육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만,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면 시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긍정적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현재 입시 제도를 지속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부모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보다 지금 아이들이 훨씬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입시 제도와 공교육이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의 동생, 그 동생들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희는 공교육이 살아나서 아이들이 학교 공부만 해도 입시에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도 힘들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훨씬 더 힘들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애 입사제 내실화를 위해 입학사정관의 정규직화를 통한 신분보장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관심은 입학사정관의 신분 문제보다 입사제가 제대로 운용되고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에 있지요.
★ 입학사정관 정규직화 현재 입학사정관 정규직 비율은 22% 안팎. 정부는 입학사정관이 정규직화 되면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우수 인력이 유입돼 입사제가 질적으로 내실화될 것으로 보고, 입학사정관을 정규직화 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관 입학사정관을 어떻게 뽑고 운용하는지는 대학에 맡기고 있습니다만, 고용 기반이 안정돼야 좋은 인력풀을 확보하는 건 사실입니다. 정부도 입학사정관의 신분 보장뿐 아니라 실질적인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사제 전형이 공교육에서 이수한 활동 중심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하고, 초·중·고등학교의 창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입사제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진로진학상담교사 1천5백명을 배치해 공교육 내에서 진로·진학지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진로진학상담교사 교과부는 올해 1천5백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모든 중·고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5천3백여명)를 배치해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진학준비와 전공 및 직업선택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
권희숙 진로지도교사의 수가 양적으로 늘고 있는 건 피부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양적 확대에 그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상담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이 확보되면 좋겠습니다. 또 현장체험학습이나 전문가 특강, 각종 직업군 종사자의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이 장관 물론입니다. 각 학교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국가적인 종합 진로 정보망인 커리어넷을 구축해 진로와 직업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 커리어넷(www.career.go.kr) 교과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위탁해 1999년부터 운영 중인 진로 정보 사이트. 학과 및 직업 정보, 심리검사, 사이버 상담 등 진로 서비스를 실시하며 2010년 기준 전체 중·고생의 60%가 가입해 있다. 2010년 총 2백40만 건의 상담이 실시됐다.

국자인 (http://cafe.naver.com/athensga · 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적자원 활용)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교육 정보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임. 카페 매니저인 이미애 대표가 ‘선배 엄마가 후배 엄마에게 자신이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를 나눠주자’는 취지에서 2006년 시작했으며 현재 회원 수가 5만7천여 명에 이른다. 카페를 통해 복잡한 대입 전형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신동원(휘문고), 조영혜(서울 국제고), 최병기(대학교육협의회) 등 국자인의 취지에 공감하는 공교육 교사를 초청해 입시의 흐름과 대비법에 관한 특강을 열기도 한다. 진학뿐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 모색에 관한 정보도 교류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대학생들의 봉사 소모임을 통해 서울 수서 여성보호센터와 가리봉동 성 프란치스꼬 여성장애인 복지관을 지원하고, 경기도 가평 버섯구지마을에서 월 1회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미애 대표(49·가운데)는 대형 어학원에서 토익과 토플을 가르치던 영어교육전문가로,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에 눈을 떠 국자인 카페를 개설했다. 교육부장 이윤선씨(45·오른쪽)와 기획부장 권희숙씨(44·왼쪽) 역시 자녀 입시를 계기로 국자인과 인연을 맺었으며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후배 엄마들의 멘토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자주 바뀌는 입시 제도 따라가기 힘들어 vs 학부모 고충 잘 아는 만큼 일관성 유지할 것

이윤선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또 하나의 큰 어려움은 입시 제도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는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고1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학 전형에 맞춰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전형이 없어지면 그 아이는 갈 곳이 없습니다.
이 장관 앞으로 입시 제도의 방향은 크게 보면 수능과 논술 비중이 줄고 공교육 체계 내에서 얼마나 능력을 키웠느냐를 가늠하는 입사관 전형이 차츰 늘어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그 속도의 페달은 각 대학이 밟는 것입니다. 카이스트나 포스텍처럼 100% 입사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있고, 서울대처럼 빠르게 입사관제 비율을 늘려 가는 학교도 있습니다만, 정부가 대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각 대학이 전형을 수시로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대입 전형 내용 변경을 최소화하고 모집요강 발표 일정도 앞당길 수 있도록 대교협에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권희숙 현재 각 대학별 전형이 3천여 개에 이를 만큼 종류가 많고, 그 내용도 어려워 부모와 학생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입 전형 간소화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 장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고 대입전형 간소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2012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2백 개 대학 중 84개 대학이 정원 내 전형 수를 2천4백77개에서 2천1백8개로 15% 축소한 상황이고요, 향후 더욱 간소화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미애 복잡한 입시 정책과 사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며,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으로(면접, 논술 등) 입시를 치르면 사교육 시장이 교묘하게 먼저 움직입니다. 대입 전형 간소화는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합니다.
★ 대입 전형 간소화 각 대학별로 10개 이상의 전형 방식을 택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3천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정부는 대학 측에 대입 전형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 대학들은 유사 전형 통폐합, 논술 폐지 등으로 간소화에 호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효가 크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 2010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 조사결과, 총 사교육비 지출 규모와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전년에 비해 각각 3.5%,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부모님들이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교육 관련 통계조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논술 비중을 축소하고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교실 수업의 변화, 학교 중심 영어·수학 교육 내실화, 방과후수업의 수준 향상 등을 통해 계속해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나가겠습니다.
★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2010년 사교육비 총 규모(학생·학부모 4만4천명 인터뷰 조사)는 2009년 21조6천억 대비 3.5% 감소한 20조9천억,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0.8% 감소한 24만원이었다. 특히 특목고 진학 희망 중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가 11.3%, 강남 지역이 5.1% 감소했는데 교과부는 그 원인을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자기주도적 학습 전형 등 고교입시제도 개선, 방과후수업의 활성화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목고 입시에서 사교육이 감소한 것은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사교육비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 집중 이수제 문제 많다 vs 혜택 받는 아이들 분명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  vs 국자인 엄마들 솔직 토크

이주호 장관은 국자인 운영진과의 대담 후, 향후 정책 추진에서 학부모 의견에 더욱더 귀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입시 제도와 함께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핫 이슈가 교과집중이수제다. 이 제도는 2011년 초등 1·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는 새로운 수업 편성 방식으로 각 학교가 과목별 수업 시기를 자율적으로 정해 한 학기에 8과목 이내에서 수업하도록 한 것. 국어·영어·수학을 제외한 사회·음악·체육·기술 등 단위 수가 적은 과목을 3년 가운데 특정 학년에 몰아서 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동시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학습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과학 실험이나 미술 실기, 토론 수업 등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도덕·체육 등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연계된 과목은 한꺼번에 몰아서 배울 경우 단계별 습득이 힘들다는 점에서 불만도 적지 않다.
권희숙 사회·음악·미술 등은 아이들이 꾸준히 접해야 하는, 인성의 발달과 상식과 지식을 키우는 학문입니다. 또 체육도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땀 흘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과목을 한 학년에 다 끝내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 장관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 한명 한명이 다 소중합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뒤처져서는 안 되겠지요. 일부에서는 고충을 말씀하시지만 집중이수제를 통해 혜택을 보는 아이들(예체능 학원에 다니지 않는 경우 등)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체육 같은 과목은 1시간으로 잘라 놓으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음악·미술도 집중적으로 배우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2시간으로 늘려 재량껏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중간·기말 고사가 12과목에서 8과목으로 줄면 아이들 부담도 덜할 것입니다.
이미애 과학 실험 같은 경우 몰아서 수업을 하는 게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과목을 재조정한다든지, 일부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장관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과목 중 하나가 체육이 아닐까 싶은데요, 체육이 없어도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수업 연계를 통해 운동을 생활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집중이수제 때문에 못하게 됐다, 그럼 학교와 상의해서 문제를 풀어드려야죠. 저희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습니다. 오늘 집중이수제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은 만큼 앞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애 감사합니다. 장관님 말씀처럼 정책을 추진하실 때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책 준비 단계에서부터 상황에 맞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살펴주세요.
이 장관 정부는 ‘학부모 교육정책 모니터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교육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운영되는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출하는 등 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와 국민 간 의사소통을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신 국자인 운영진 분들도 모니터단에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이 밖에도 국자인 운영진은 이 장관에게 “정보에 소외된 지방에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의 장을 강화할 것”과 “초등학교에서 특히 심한 남녀 교사 비율 불균형을 해소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덧붙여 이 장관은 “그간 교육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조금 추진해 보다 아니다 싶으면 없던 것으로 하고 방향을 트는 일이 반복되면서 혼란이 가중됐고, 결과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됐다. 현 정부는 교육 정책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있는 만큼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담을 마친 후 국자인 운영진은 “현 정부의 교육에 관한 방향성과 이 장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교육 주체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돼 소통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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