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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Medical Theme | 엄마가 아프면 딸도 아프다 ①

엄마가 아프면 딸도 아프다

유방암·다낭성난소증후군·하지정맥류…

글·최영철 사진제공·REX

2011. 05. 31

특정 질환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자녀는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예방을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훨씬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엄마에게서 딸로 대물림되는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엄마가 아프면 딸도 아프다


이 세상에서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무엇일까. 첫째는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내 몸에 질환이 찾아드는 것 자체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다음은 병세가 고약해지기 전에 빨리 질환을 알아내 그 근본을 뿌리 뽑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게 어떤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여, 수시로 해당 질환에 대해 검사를 하고 대비해서 난치 불치병을 막아야 한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3대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가족이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어떤 질환에 가족력이 있다는 말을 쓰는 것은 형제·자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3대에 걸친 직계가족 중 질환을 가진 사람이 2명 이상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자손인 ‘나’는 그 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이 중에는 아예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인자가 대물림 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질환을 유발하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인자가 가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유전성 질환’이라고 한다.

유방암
외할머니에게서 어머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가족력 질환 또는 유전성 질환의 대표격은 갑상선암(전체 여성암의 16.7%)에 이어 국내 여성암 발병 2위를 기록(2008년 기준)한 유방암(15.1%)이다. 미국에선 이미 가장 흔한 여성암이고 한국에선 매년 환자가 11%씩 증가해 발병률 증가세로는 여성암 중 단연 1위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 특징 중 하나는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하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높다는 사실이다. 또 이러한 추세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998년 10만 명당 60명에 그친 40대 유방암 환자는 2008년 1백40명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외과 안수경 교수는 “유방암 발생에는 하나의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발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방암 발생 위험은 일생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즉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을수록 증가한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과연 대물림되는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까. 의학계는 현재 5~10% 정도로 추정한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센터 박찬흔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는 고침투율과 저침투율로 나뉘는데 고침투율 유전자를 가진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일반 여성에 비해 30배까지 올라가고, 일생 동안 60~ 85%의 유방암 발생 위험을 가진다”고 경고한다.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이 없는 경우에 비해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쪽에 유방암이 있는 경우 유방암 발생 확률이 2~3배 정도가 되고, 어머니와 자매 모두가 유방암이 있으면 위험성은 8~12배 정도로 높아진다. 성애병원 외과 고진철 과장은 “최근 논문에 따르면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가족력이 2명 이상인 경우 약 19.4~42.9%까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전한다.
따라서 어머니, 외할머니, 자매 중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25세 이상 여성의 경우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그 사실을 반드시 밝히고, X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6개월에 한 번,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평소 자신의 유방에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지 자가 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유방에 멍울이나 혹이 만져지거나(유방암 증상 중 90% 차지), 유방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는 경우, 유두 이물질 분비, 유두 함몰, 유두 습진, 겨드랑이에 림프절이 만져지면 곧바로 유방암 전문의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요즘 유방암은 악성 종양이 인근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1기는 5년 생존율이 90~95% 이상, 림프절 전이가 심하지 않거나 종양 크기가 작은 2기는 70~80%에 이른다. 반면 유방암이 목의 림프절, 뼈, 폐, 간 등 전신으로 전이가 된 4기, 즉 말기암은 생존율이 15~20%로 떨어진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수시로 검진을 해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의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최근에는 유방암의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유방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암종을 제거하는 수술이 발달해 미용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조기 암 발견의 중요성은 그만큼 강조된다.

유방암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과 식습관

1. 기름진 음식과 고칼로리 음식을 피한다.
2. 너무 맵고 짠 음식을 피한다.
3.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한다.
4. 술과 담배를 끊는다.
5. 가공식품은 가급적 피한다.
6. 몸의 칼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나 탄산음료의 과다한 섭취를 피한다.
7. 적당한 운동으로 뼈의 건강을 유지한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외과 안수경 교수,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센터 박찬흔 교수, 성애병원 외과 고진철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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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난소증후군

쭈뼛쭈뼛 어머니 손에 이끌려 부인과를 찾은 윤모양(16). 유난히 털이 많고 여드름도 많아 고민인 윤양이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1년 동안 약간의 피만 비칠 뿐 생리다운 생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양쪽 난소에 작은 물주머니(난포)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발견됐다. 충격을 받은 것은 윤양의 어머니. 자신이 젊은 시절 같은 증세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이 질환은 ‘다낭성난소증후군’.
가임기 여성 1백 명 가운데 5~10명에게서 나타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말 그대로 난소에서 배출되지 못한 난포들이 난소에 쌓여 생기는 질환이다. 난포는 정상적인 배란 과정에서 성숙하면 난자로 바뀌는데, 난자가 되지 못한 난포가 난소를 채우고 있는 것. 다낭성난소증후군의 특징은 무월경, 무배란 등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 내분비적인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며, 여성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애병원 산부인과 박종두 과장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유전인자로 알려진 CYP19 유전자는 인슐린 분비 유전자와 황체호르몬 분비 유전에도 관여한다고 하지만 아직 연구돼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당뇨와 마찬가지로 다낭성난소증후군도 유전적인 경향이 많으나, 색맹의 유전 확률을 계산하듯 계산될 수는 없다. 이는 단일 유전자로 인한 유전 확률보다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유전에 관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크게 세 가지 증세를 호소한다. 첫째 불임, 둘째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등 불규칙한 생리와 이상 자궁 출혈, 셋째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남성화 경향이다. 남성화 경향이란 팔다리에 털이 많아지고, 여드름이 늘거나 드물게는 탈모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질환의 특성상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생겨도 모르고 있다가 결혼 후 임신을 시도할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설사 다낭성난소증후군임을 알아도 어머니가 임신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면 딸도 이를 방치하다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자궁내막암 등의 질환과 연관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은 주로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하며, 환자가 임신을 원치 않으면 규칙적인 생리만 할 수 있도록 피임약으로 호르몬 치료를 한다. 비만증이 있는 환자는 먼저 체중을 5∼7% 정도 줄여야 생리불순을 치료할 수 있다.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만 세포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줄어들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치료하는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또 생리가 불규칙적이면 3개월에 한 번, 생리가 규칙적이면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도록 한다.
박종두 과장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당뇨병의 발생 가능성이 워낙 높아서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한 심장병 발병 가능성도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제2형 당뇨병의 치료에 이용되는 메트폴민 제제를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대사증후군 차원에서 접근해 당뇨병 예방과 신체 대사의 조절에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한다.
도움말 성애병원 산부인과 박종두 과장

하지정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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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 실종’ 패션이 유행하는 중에도 유독 치마를 입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다리 혈관이 퍼렇게 불룩 솟아오르는 ‘하지정맥류’ 환자들이다. 알고 보면 이 질환도 유전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가족력 질환의 대표적 케이스다. 인구 1백 명당 3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정맥 벽이 약하거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는 “하지정맥류의 발생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 요인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양친이 모두 정맥류가 있으면 자녀의 하지정맥류 발생 확률이 90%가 넘는다. 양친 중 한 명이 하지정맥류가 있어도 여자는 약 2/3가 발생할 수 있다. 남자는 발생 확률이 조금 낮아 1/4 정도다. 하지정맥류는 유독 여자의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머니와 딸 사이에 유전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힌다.
정맥류는 중력에 저항하며 안전하게 혈액을 수송해야 할 정맥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 근육과 판막의 탄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위로 올라가려는 혈액과 고장 난 판막 사이로 새어나온 혈액이 만나 혈관이 부풀고, 혈액이 역류하면서 늘어난 혈관이 급기야 피부 위로 흉하게 두드러진다.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와 주변 피부가 멍든 것처럼 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심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정맥혈이 오금이나 허벅지 부위를 맴돌면서 한 번만 펌프질을 해도 될 심장이 두 번 세 번씩 뛰게 되어 결과적으로 심장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이는 곧 심장 질환으로 이어진다.
호르몬 변화, 비만, 임신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정맥류의 가장 두드러진 발병 원인은 역시 가족력이다. 3개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 정맥류 환자의 25%가 가족 중에 정맥류를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 판막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정맥 벽에 구조적인 결함이 주 원인이다. 특히 임신과 산후 조리 과정에서 정맥류가 생기는 사례가 많아 환자 중 여성이 남성의 2배나 많다.
최근에는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주입하고,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경화요법과 혈관 레이저수술, 광투시 정맥 적출술로 흉터가 거의 없는 수술이 가능하다. 혈관이 튀어나와 치마를 입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자신의 치료는 물론, 자녀들의 다리도 유심히 살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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