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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논란의 불씨 지핀 신정아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1. 05. 17

2007년 학력 위조와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신정아. 그가 출소 2년 만에 또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수인번호 ‘4001’을 제목으로 한 에세이를 발간해 실명을 거론하며 고위층 인사들의 부도덕한 추문 등을 자세하게 밝힌 것. 학력 위조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브로커에게 속아 가짜 학위를 진짜 학위로 믿었을 뿐 학위를 속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다시 논란의 불씨 지핀 신정아


신정아(39)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왔다. 1년6개월간 복역 중 써내려간 그의 수필은 책으로 묶여 나온 지 한 달 만에 2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그리고 세상은 또 한 번 시끄러워졌다. 2007년 학력 위조와 성곡미술관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정아는 이 책을 통해 학력 위조와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한 ‘금지된 사랑’조차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재평가받고 싶은 듯했다. 실제로 3월22일 열린 출판기념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난 사건 중 자신이 가장 억울한 부분은 학력 위조와 꽃뱀 이미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그의 말에 의아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학위 브로커에게 속았다 vs 브로커들의 존재 여부조차 모호
먼저 학력 위조와 관련해 자신도 브로커에게 속아 가짜 학위를 진짜 학위로 믿었을 뿐 자신이 직접 학위를 위조하지 않았다는 게 신정아의 주장이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캔자스주립대에 입학한 그는 1996년 졸업 전시회 중 친구 제임스 로리스를 통해 예일대 시간강사인 린다 트레이시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 허가서를 받을 때, 금호미술관에 재직 중이던 2000년 당시 예일대에 다시 지원 서류를 넣을 때도 에세이 쓰는 것을 비롯해 모든 입학 절차와 관련해 트레이시의 도움을 받았다.
결국 2000년 말 예일대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은 그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총 4학기 코스 수업을 받았고, 한 학기에 서너 과목 정도의 수업 내용을 리포트로 제출했으며, 지도교수와 대학원 부원장을 포함한 3명의 예일대 교수들 앞에서 논문 디펜스(논문 내용에 대해 비판하고 방어하는 절차)까지 치렀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정에서 트레이시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많은 돈을 들여 트레이시에게 학위 취득 전 과정을 의뢰하고 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학위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학위가 위조됐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4월 중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은 신씨가 주장하는 학위 브로커 린다 트레이시가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현지 취재 결과 예일대 강사 목록에 린다 트레이시라는 이름이 없고, 디펜스 시험은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없었다가 올해 생겼다는 것. 또한 신정아가 10년 넘게 트레이시와 연락을 취해오면서 연락처 하나 없다는 것도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신정아는 “늘 트레이시가 페이(선불)폰으로 연락을 취해왔다”고 주장한다.
또 신정아는 2007년 사건이 터진 직후 뉴욕으로 가 린다 트레이시를 만났지만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둘의 대화를 녹음해두려고 했는데 담당 변호사가 극구 말려 그러지는 않았다는 것. 하지만 신정아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이 내용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정아가 자신의 캔자스대 동창생이라고 지목한 제임스 로리스의 존재도 명확하지 않다. 책에서 제임스는 신정아가 캔자스대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나온다. 신정아는 제임스를 돈으로 매수해 교양과목 대리출석을 맡겼고, 학위 이수가 다 된 것이라 믿고 졸업 전시까지 열었기에 당연히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임스로부터 받은 학위 증명서는 어떠한 서류전형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중에 사건이 터진 뒤 확인해보니 교양과목 점수가 전혀 안 나와 졸업 자격이 안 돼 있었고, 그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는 게 신정아의 주장이다. 하지만 SBS가 취재한 결과 캔자스대 학생 명부에서 제임스 로리스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이름으로 교직원 명부까지 찾아봤지만 제임스로 추정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다시 논란의 불씨 지핀 신정아


또한 신정아가 린다 트레이시나 제임스 로리스에게 보낸 송금 명세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정아는 “미국에 갈 때 현금으로 가져갔다. 비자금을 전달할 때도 계좌이체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결국 당시 신정아의 송금 명세를 추적한 한국 법원은 두 사람을 가상의 인물로 규정했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터뷰 때 신정아가 직접 들고 나온 로펌 서류에서도 ‘정보 부족으로 린다 트레이시와 제임스 로리스가 실존하는지 의심스럽다’는 문구가 방송에서 포착됐다.



“나는 꽃뱀 아니다. 가슴 설레는 사랑이었다”
신정아가 두 번째로 항변하는 것은 ‘꽃뱀’ ‘몸 로비’로 추락한 자신의 여성성이다. 당시 그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불륜이 밝혀지면서 더욱 거세졌는데, 오히려 신정아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이 여자의 몸으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소위 권력깨나 있는 남자들에게 어떤 희롱을 당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 출신 국회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를 직접 거론하며 그들이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여성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들을 겪게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변양균과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강조한다. 변양균을 ‘똥아저씨’라 묘사하며 그와 만나게 된 과정, 5년 동안 주고받은 연서, 심지어 변양균이 법정에 제출한 서면증언 진술서를 공개해 두 사람의 첫 육체적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서술했다. 하지만 진정 사랑한 사이었다면 상대의 치부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신정아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니다. 최소한 만나는 시간만큼은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그때를 생각하면 슬프다. 슬퍼서 그냥 덮어두는 게 좋겠다. 이제는 정말 끝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전 영부인이 외할머니 vs 허구 속 인물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것은 신정아 외할머니의 존재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자신의 외할머니로부터 이어졌다고 말한다. 책에서 그는 “외할머니로부터 나를 눈여겨봐달라는 말씀을 들은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나를 보자고 했다. 외할머니는 당신께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똘똘한 손녀딸이 있으니 한번 지켜봐달라고 하셨단다”라고 써놓았다. 또 “외할아버지는 재야운동을 하셨고, 외할머니는 당시 ‘신여성’으로 불리던 여성 지식인이었는데, 부모 반대로 부부가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낳았고 먼 친척 댁에 맡겼다”며 “엄마를 키워준 부모가 비록 친부모는 아니었지만 실제 부모가 대단한 분들이었기에 엄마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컸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급기야 네티즌들은 “볼 살이 없어 홀쭉한” “너무나 정숙한 스타일”이라는 신정아의 묘사를 근거로 그의 외할머니가 전 영부인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 일간지는 신정아의 고향인 경북 청송에 내려가 현지 친인척과 이웃들을 취재한 결과 신정아의 외조부모가 따로 있지 않다는 증언을 얻어냈다. 즉, 청송 출신 이모씨와 그의 셋째 부인 권모씨가 신정아 어머니의 생부 생모라는 것. 이 취재 내용이 맞다면 신정아는 책을 통해 외할머니의 존재를 부풀렸거나 엉뚱한 인물을 외할머니로 둔갑시킨 셈이다.
신정아는 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뿐 아니라 대국민회담이나 기자회견 때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코멘트를 해줬고,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 DVD도 구입했다고 한다.

또다시 논란의 불씨 지핀 신정아

신정아의 에세이 ‘4001’ 출판기념 기자회견 모습.



하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한발 빼는 모습이다. 신정아는 ‘신동아’ 5월호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달라”는 요구에 “책에 쓴 것 자체가 후회스럽다. 정말 존경하고 근사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하면 안 되지 않는가. 내 이미지가 워낙 더러우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이유는 배후설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신정아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출판기념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고 ‘사건 속의 신정아’ ‘소문 속의 신정아’와 완전히 이별하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신정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은 논란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책으로 심판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왜 일일이 증거를 대야 하냐”고 항변했다.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
변양균 부부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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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교회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변양균 부부의 첫 예배 후 모습.

신정아의 ‘폭로’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인물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항간에는 변양균과 부인 박모씨가 헤어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는데, 취재 결과 두 사람은 그간의 상처를 이겨내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변양균은 2009년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 주말마다 부부가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H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변 전 실장 부부가 다니는 교회의 안수집사이자, ‘신정아 스캔들’ 당시 변 전 실장의 법률 대리인이던 김모 변호사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4월 중순 H교회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두 분이 함께 교회에 다니시는 게 맞다. 부부 사이 일을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사건 당시 변양균의 아내 박모씨가 암투병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미 다 완치됐다.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2009년 2월15일 교회 소식란에 이들 부부에 대한 첫 소식이 올라와 있다. ‘환영’이란 문구 아래 변 전 실장과 그의 부인 이름이 보이고, 옆에는 그들을 교회로 이끈 인도자 이름이 쓰여 있는데 바로 김 변호사다. 또 다른 교회 소식을 보면 변양균 부부는 2010년 10월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뿐 아니라 변 전 실장은 교회에 온 직후 복지관을 돌면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는 게 교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기자가 교회를 찾았을 때는 변양균 부부는 만날 수 없었다. 신정아의 책 발간으로 또다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3주 전부터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교회 한 관계자는 신정아가 책을 낸 데에 대해 “새롭게 시작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짓인 것 같다”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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