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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집중 기획 ④

떴다 하면 재벌드라마, 그 이유는?

글·이문원 사진·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 제공

2011. 04. 15

대중은 언제부터 재벌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과연 재벌이란 소재는 한국 드라마 고유의 코드일까.

떴다 하면 재벌드라마, 그 이유는?

‘로열패밀리’의 무대인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전경과 내부 모습.



왜 갑자기 TV드라마가 재벌에 목매게 된 걸까. 짧게 보면 근래 들어 재벌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히트했기 때문이다. SBS ‘시크릿 가든’ ‘찬란한 유산’, KBS ‘부자의 탄생’ 등 예는 많다. 곧 ‘너도나도’ 재벌 이야기를 기획하다 보니 지금처럼 한 시기에 드라마 두 편이 동시에 방영 중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황을 긴 안목으로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국 드라마의 기본 코드는 ‘계급격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대중 자체가 이 같은 계급격차, 빈부격차 상황에 민감하다 보니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재벌급 가정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초점을 기업에 맞추면 기업 드라마, 애정관계로 맞추면 순애 드라마, 인간관계로 잡으면 막장 드라마가 되는 식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재벌 천지’ 상황도 딱히 특이할 건 없다. 어느 해, 어느 시즌이라도 재벌드라마는 서너 편 이상씩 꼭 있었다. 다만 중심 배경과 초점에 따라 해당 드라마들을 부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중산층 폭 넓어지면서 재벌에 대한 위화감 줄어들어
그렇다면 이 같은 분위기는 대체 언제부터 ‘당연한 것’이 돼버린 걸까. 대략 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안방극장의 대세는 재벌드라마나 계급격차 드라마가 아니었다. KBS ‘달동네’ ‘보통사람들’, MBC ‘한지붕 세가족’ 등 서민층 가족드라마가 대세였다. 이런 드라마들이 당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던 서민층 시청자들과 정서적으로 합일을 이뤘다. 물론 이 시기 재벌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개 재벌은 부정적 이미지로만 다뤄졌다. 부유층에 대한 대중의 위화감이 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80년대 후반 들어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 시대, 88올림픽 세대, 민주화 시대가 열리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90년대 이후 중산층 중심 사회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부유층에 대한 대중의 위화감도 점차 누그러졌다. 거의 처음으로 재벌2세가 긍정적으로 비쳐진 차인표 주연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가 등장한 것도 이 때다. 같은 시기 배용준을 스타덤에 올린 ‘젊은이의 양지’에선 재벌 2세가 해맑은 이상주의자로, 탄광촌 출신 청년은 냉혹하고 이기적인 출세지향주의자로 설정되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금, 2011년까지 이어진 셈이다. 지금은 여러 시각이 혼재된 상황이다. 재벌로 대변되는 부유층은 선인으로도 악인으로도,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등장한다. 동일 코드가 오래 지속된 만큼 그에 대한 시각도 다양해진 셈이다. 코드의 정착기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계급격차 코드는 한국 드라마만의 특징인 걸까. 적어도 대중문화 선진국 중심으로 생각해볼 땐 그렇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한류 열풍은 드라마 ‘겨울연가’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겨울연가’ 윤석호 PD는 자신의 작품 내에서 계급격차 묘사를 일부러 삭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모습이 일본 대중에게 부담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 드라마는 계급격차 코드가 상당부분 제어된 것으로 잘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재벌 소재는 80년대 ‘다이너스티’ ‘댈러스’ 등 일부 드라마에서만 반향을 일으켰을 뿐, 이제는 유행이 지난 코드로 여겨진다. ‘레이건 시대 코드’로까지 불린다.
결국 재벌드라마, 부유층 드라마, 계급격차 드라마는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에 의한 한국의 고유코드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우리의 차별적 특색이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만의 매력이자 힘일 수도 있다. 어차피 버릴 수 없는 코드라면, 이를 느긋이 즐기며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보다 긍정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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