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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우월한 커플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요즘 대세! ‘마이 프린세스’

글·이혜민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2011. 02. 17

이번에는 ‘마이 프린세스’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의 보조작가를 거친 장영실 작가와 ‘파스타’의 권석장 PD가 머리를 맞댄 가운데 김태희와 송승헌이 가세했다.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도전하는 두 주인공의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MBC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는 대한민국 황실 재건이라는 극적 소재 외에도 김태희(31)와 송승헌(35)이 함께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의 연기 변신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해온 김태희는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모르는 천방지축 여대생 이설로 출연하며, 줄곧 남성적인 캐릭터를 맡아온 송승헌은 재벌 3세이자 외교관인 박해영으로 김태희와 러브라인을 만들어간다.
‘마이 프린세스’에 많은 관심이 쏠린 건 이들 커플의 스타성뿐만 아니라 뛰어난 외모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안구정화 커플’이란 애칭도 생겼다. ‘안구정화’는 외모가 너무 뛰어나 바라보기만 해도 눈을 맑게 해준다는 의미로 인터넷에서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 김태희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미인의 고유명사로 등장했다. 주인공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면서 “이 사람이 저한테는 김태희이고 전도연입니다”라고 말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이다. 이런 세간의 평에 대해 김태희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방송을 보면서 그런 대사가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저로서는 영광이죠 뭐(웃음). 그 장면을 보니까 어깨가 으쓱해지던데요(웃음). 시청자들께서 저희의 비주얼을 좋게 봐주시는 만큼 드라마도 좋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연기력이 빛나는 외모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송승헌과 김태희는 그런 평가를 채찍질로 여기며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각오다. 김태희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비슷한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섭렵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하지만 숙제는 결국 스스로 풀기로 했다고 한다.
“이설과 비슷한 캐릭터를 찾으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에 연기한 필름들을 꺼내보면서 제 안에 있는 이설을 찾고 있죠. 원빈, 현빈씨와 휴대전화 광고를 찍으면서 4차원 캐릭터가 돼본 적이 있거든요. 이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평범한 대학생이긴 하지만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신발, 머리띠, 가방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으니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이런 노력이 더해져 김태희는 점점 주인공과 닮아가고 있다. 기분이 좋아지면 길을 걷다 갑자기 춤을 추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자신도 점점 밝아진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편이었어요. 행동하기 전에도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열린 것 같아요. 창피한 것도 잘 모르게 됐고. 원래 내 모습이 이런가 싶을 정도로 이설을 연기하는 게 편안해졌어요(웃음). 그러다보니 연기하는 것이 점점 더 재밌어졌고요. 요즘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외모가 되잖아요’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예요(웃음). 전에는 이렇게 답한 적이 없는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자신도 깜짝깜짝 놀라요.”
옆에서 얘기를 듣던 송승헌은 “촬영을 하면서 김태희씨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며 쿡쿡 소리 내 웃었다. “진작 이런 역할을 맡지 않은 이유가 궁금할 정도로 털털하다”는 얘기다.
“얼마 전 ‘김태희, 정말 화장실 안 간답니다’는 댓글을 봤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웃음). 김태희씨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거든요. 촬영장에서 누가 큰 소리로 코를 풀고 있어서 쳐다보면 태희씨인 경우가 많아요(웃음).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저처럼 태희씨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실 거예요.”

연기하면서 성격 바뀐 김태희, 본래 모습대로 연기하는 송승헌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그의 폭로(?)에 놀랐는지 김태희는 “송승헌 선배는 앙드레김 패션쇼에서도 뵙고 같은 숍을 다니면서 알고 지내 편하게 대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상황을 수습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중간에 감독님도 바뀌고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래서 준비 과정 중에 송승헌 선배랑 통화를 하면서 친해졌죠. 요즘에는 통화는 별로 안 해요. 하루 3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촬영장에 오래 나와 있으니까 만나서 얘기하면 되거든요(웃음). 상대역이라 아무래도 의지가 되지요.”
동료 배우들과 관계가 돈독해지니 촬영장 분위기도 좋다. “즐겁게 찍자”는 것이 연출을 맡은 권석장 PD의 지론이기도 하다.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파스타’ 등을 연출한 그는 배우들에게 “캐릭터를 분석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편안하게 연기하며 즐기라”고 조언한다. 덕분에 송승헌은 어느 때보다 즐기며 일한다. 제대 후 줄곧 영화 ‘숙명’ ‘무적자’,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이번 역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단다.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그동안 남자다운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한번쯤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데뷔 초에 찍은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생각도 났고요. 당시 촬영하면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찍으면서도 재미있었고 시청자들도 많이 기억해주셨거든요. 그러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는데 촬영도 재밌고, 현장에 김태희씨가 있어선지 항상 촬영장에 가고 싶어요(웃음). 덤벙대고 고집도 세고 왕자병도 심한 캐릭터와 제 모습이 비슷해 연기하기도 편하고요. 너무 풀어져서 찍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예요(웃음).”
하지만 진심을 다해 촬영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마이 프린세스’는 MBC 수목드라마가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10%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2011년을 맞아 처음으로 시작된 드라마인 만큼 제작진들의 어깨가 무겁다. 경쟁작은 법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싸인’과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로 그 어느 때보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수목드라마들이 시청층과 소재, 극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마니아층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세 드라마 중에서 ‘마이 프린세스’는 삶의 밝고 건강한 측면이 부각됐다는 특징이 있는데 저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 그 순간만큼은 즐거우시면 좋겠어요. 시청률은 10%대만 나오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더 높으면 물론 좋겠죠(웃음).”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즐겁게 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하던가. ‘마이 프린세스’는 김태희의 연기 변신이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황실 재건을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며 현재 수목 드라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 송승헌·김태희 연기 변신 집중 분석
어깨 힘 빼니 술술 풀리는 송승헌 드디어 물올랐다 인정받는 김태희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송승헌은 제대 후 줄곧 남성적인 캐릭터를 맡으며 연기 폭을 넓혀왔다.



‘숱검댕이 눈썹’이 ‘까도남’만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1996)에서 ‘번개머리’ 이의정과 사랑에 빠지는 독특한 취향으로 뭇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 송승헌이다. 지나치게 잘생겼지만 썰렁한 농담을 잘하던 대학생은 이 작품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드라마 ‘가을동화’(2000)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애절한 사랑을 하는 준서로 열연해 단숨에 한류스타로 거듭난다. 이후 ‘그놈은 멋있었다’(2004) 등으로 변신을 시도하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부드러운 준서 오빠로 남았다.
이후 병역 파문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고 2006년 현역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나는 ‘가을동화’ 이미지와 달리 남자다운 성격이다. 남자 배우는 남자 냄새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줄곧 남성적인 캐릭터만 고집했다.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이 아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하지만 대중의 평은 좋지 않았다. 영화 ‘숙명’(2008)에서 조직 폭력배로 변신했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드라마 ‘에덴의 동쪽’(2009)에서 복수하는 마피아로 MBC 연기대상까지 받았음에도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영화 ‘무적자’(2010)에서는 주윤발이 맡았던 역을 맡아 성냥 대신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열연했지만 “지나치게 폼만 잡는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인연을 맺었다. 캐릭터와 본래 성격이 비슷해 편히 연기하고 있다는 그는 ‘허술한 매력이 있는 완벽남’으로 변신해 호평을 얻고 있다. 그간의 연기 경험을 녹여 “연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 성공의 비결로 보인다.

예쁜 외모 아닌 연기로 평가받게 돼

김태희 송승헌 드라마 동반 출연기

김태희는 강한 여성상을 맡아오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다.



김태희를 보니 ‘노력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연기력 없는 배우’란 평을 들으면서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김태희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으로 한순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악녀로 분한 모습이 부자연스러웠지만 뛰어난 외모가 그런 허점을 잠재우고도 남았다. 이후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에서 지적인 캐릭터로 주목받는 듯했지만 연기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다.
이후 김태희는 줄곧 액션신이 많은 작품을 선택하며 연기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지만 한번 떨어진 평가는 다시 오를 줄 몰랐다. 영화 ‘싸움’(2007)에서는 이혼한 여자로 난이도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전작 ‘중천’(2006)이나 ‘구미호 외전’(2004)에 비해 감정 기복이 큰 인물을 연기했음에도 “김태희의 표현법은 몇 가지로 한정된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김태희는 드라마 ‘아이리스’(2009)에서 프로파일러로 활약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 덕분에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는데, 인기상만 받아왔던 그는 “연기자로서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뒤이어 영화 ‘그랑프리’(2010)를 찍으면서는 “어색한 표정과 몸짓도 자연스러워졌고, 연기 집중도도 좋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마침내 김태희는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이 역할이 어색하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 마스카라가 번진 얼굴,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우는 모습 등 다양한 그의 연기를 보는 것이 어느 때보다 편하고 즐겁다. 드디어 김태희 시대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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