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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전문가의 조언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 인터뷰

글·백경선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1. 18

신정환의 도박이 연예가 핫이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은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6.1%가 도박 중독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은 도박 중독 증세가 심각해져 손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 지속적인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 인터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박은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 습관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며 도박 중독자 자신만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박은 혼자서는 절대 끊을 수 없어요.”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49)은 도박 중독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습관적인 행위가 아닌 전문적인 상담과 치유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도박 중독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더욱이 한 번 도박에 중독되면 죽을 때까지 그 늪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평생 동안 상담을 받고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은 ~ing만 가능하고 ~ed는 불가능합니다. 끊었다고 해도 끊은 게 아니라 단지 억제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항상 재발 가능성이 있는 거죠.”

도박 중독자 가족도 함께 상담 받아야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6.1%인 2백30만명이 도박 중독 증상을 경험하고 있고, 그 중 50만~70만명은 당장 전문적인 상담과 치유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조현섭 센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중독에 관대하다고 지적한다. 도박 중독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일주일에 1~2번씩 반복적으로 도박장을 가면 주위 사람들이 당장 상담을 받으라고 권해요. 2백인 이상 직원을 둔 기업에는 중독 전문 상담가가 상주하고 있고요. 이처럼 외국에서 상담은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죠.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졌을 때 중독이라고 생각하면서 전문가를 찾죠.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분들 대부분이 증세가 심각해져 어떻게 손 쓸 수 없게 된 경우가 많아요. 안타깝죠. 손을 쓸 수 있을 때 찾아와야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말이에요.”
도박 중독의 증상은 크게 4가지로 나타난다. 항상 도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고(강박 증상),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자기조절이 안 되며 심하면 비도덕적 비윤리적 성향을 띠고(금단 증상), 이전보다 많은 돈을 걸어야 쾌감을 맛볼 수 있으며(내성), 그리고 도박으로 인해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정이 파탄 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것.
그는 이런 증상이 없다 해도 일단, ‘도박 중독 자가선별척도’(도표 참조)를 통해 도박 중독 여부를 체크해 보라고 권한다. 지난 1년을 기준으로 3점 이상이 나오면 꼭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 인터뷰


한편, 도박 중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받는 고통도 크기 때문에 함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이 되기까지 10~15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도박은 몇 개월 만에도 중독될 수 있어요. 이처럼 도박 중독은 빨리 진행되는 한편,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문제죠. 빚쟁이들이 몰려오고 월급이 차압 들어오고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도박 중독이 드러나지, 그 전까지 가족들조차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의 충격과 배신감이 아주 커요.”
가족상담은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중독자의 치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 그는 특히 가족상담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냉정함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도박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감옥에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 빚을 갚아준다. 하지만 그는 그럴 때 그냥 아들을 감옥에 보내는 게 낫다는 등 냉정한 사랑을 해야한다고 충고한다.



행운을 떼어내면 행복이 된다
중독예방치유센터는 2009년부터 9월17일을 도박 중독 추방의 날로 정하고, 이날을 전후한 1주일 동안 도박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도박 중독 추방의 날에는 ‘행복 찾기 클로버 캠페인’의 상징물을 공개했다. 그것은 바로 네잎클로버에서 잎이 하나 떨어져 나가 세잎클로버가 되는 모습. 이는 네잎클로버가 행운, 세잎클로버가 행복이라는 꽃말에 착안해 ‘행운(요행)을 떼어내면 행복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돈, 돈 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사람들을 자꾸 도박 중독에 빠뜨리는 것은 아닐까요. 따라서 사람들의 가치관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도박을 통해 큰돈을 벌겠다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버리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열심히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그는 “앞으로도 도박 중독자들이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도박 중독자들이 센터를 집처럼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는…

지난 2007년 정부가 도박 중독의 예방 및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학교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도박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개인상담ㆍ집단상담ㆍ부부상담ㆍ재정 및 법률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재정상담을 하면서 파산해 갈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연 관람이나 숲 체험 등과 같이 도박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치유대안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중독자들이 자기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 이외에 지난해 8월 부산과 수원에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까지 각 광역시도마다 1개씩 16개소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도박 중독자들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거주시설, 중간집, 쉼터, 직업재활센터 등도 설치할 예정이다.
온라인 상담을 원할 때는 중독예방치유센터 홈페이지(www. pgcc.go.kr) 상담게시판에 고민 내용을 올리면 (공개 비공개 선택 가능) 전문가가 이메일로 답변을 준다. 전화상담(080-300-8275)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내방상담을 받으려면 사전에 전화나 이메일로 예약을 해야한다. 내방상담의 경우에는 심리검사와 심층상담을 거쳐 도박중독 치유와 재발 방지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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