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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흑진주 아빠 사이, 정의란 무엇인가

글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0.10.06 10:01:00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흑진주 아빠 사이, 정의란 무엇인가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다
지난 9월2일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가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의 딸을 5급 계약직으로 특채한 사실이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의 딸 유모씨는 2006년부터 3년간 외교부 통상 분야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올해 8월 다시 한 명을 뽑는 자유무역협정 담당자 선발에 지원, 합격했다. 딸이 아버지가 장관으로 있는 정부 부처에 채용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우선 7월 실시된 1차 모집에 유 장관 딸이 제출한 외국어 시험증명서 유효기간이 지나 탈락하자 1차 응시자 전원을 자격 미달로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실시했다. 그사이 유 장관의 딸은 새로 성적표를 획득, 재응시했다. 또 당락을 좌우하는 면접위원 5명 중 2명이 외교부 간부였다. 3명의 외부 면접위원은 유 장관 딸이 아닌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외교부 간부 2명은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또 유 전 장관 딸의 근무태도도 논란이 됐다. 2006년부터 계약직으로 근무할 당시 상사들까지도 그녀의 눈치를 살폈으며 무단결근을 무마하기 위해 엄마가 상사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는 것. 논란이 일자 딸은 응모를 자진 취소하고 유 장관은 사퇴했지만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교부뿐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에도 비슷한 사례에 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감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흑진주 아빠의 안타까운 자살
2년 전 KBS 휴먼다큐 ‘인간극장-아빠와 흑진주’ 편에 출연해 홀로 3남매를 돌보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 황모씨가 지난 9월8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몸을 던진 장소에는 신산한 삶을 말해주는 낡은 신발과 소주병이 남아 있었다. 원양어선 선원이던 황씨는 지난 199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해 이듬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 곳에 정착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던 그는 배 타는 일을 그만두고 전남 시골마을에 귀농했다. 하지만 3년 만에 특용작물 농사에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설상가상 2008년 4월 아내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황씨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혼혈에 관대하지 않은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할 아이들을 위해 혼혈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어주는 등 살뜰하게 아이들을 보살펴왔다. 방송을 보며 마음속으로나마 황씨를 응원했던 사람들은 그의 자살 소식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남매를 향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양육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돕기로 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가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올해 들어 최장 기간(8주·9월 둘째 주 기준)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 책은 지난 5월24일 발간된 이래 현재까지 40만 부가량 판매됐다. 인문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은 총 1백여 종인데 이 가운데 인문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노자와 21세기 2’ 단 3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에 대해 지난 8월 말 방한한 샌델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정의 같은 윤리적인 가치에 갈증을 갖고 있는 시대다. 신뢰·이타주의·연대의식 같은 도덕적 가치는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크고 강해진다”고 말했다.
앞서 두 사건이 우리 사회 신뢰와 연대성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동아 2010년 10월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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