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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관람기

현대 미술의 거장과 친해지기~

사진 현일수 기자

입력 2010.02.05 16:52:00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전은 아이와 함께 관람하기 좋은 전시회다. 앤디 워홀은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소개돼 있으며 아이들에게 익숙한 유명 스타들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다. 주부 오진영씨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들 준성이가 ‘앤디 워홀’전을 둘러본 소감을 전해왔다.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관람기

마릴린 / 91.4×91.4cm / 종이에 실크스크린 / 앤디 워홀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이번 전시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학을 맞은 아들 준성이(13)를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끌어낼 좋은 공연을 물색하던 차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을 관람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회 중 준성이가 고른 것이다. 앤디 워홀의 만화 같은 그림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로 나와 서울시립미술관에 이르는 길은 서울에서 가장 산책하기 좋은 길 중 하나인 덕수궁 돌담길이다. 돌담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시립미술관 앞에 앤디 워홀의 유명한 작품인 ‘캠벨 수프’와 ‘꽃’의 디자인을 차용해 장식한 매표소가 눈에 띈다. 전시회장 입구도 강렬한 빨강색의 캠벨 수프 깡통 모양으로 만들어놓았다. 이쯤에서 아이에게 캠벨 수프와 앤디 워홀에 대해 설명해줄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캠벨 수프는 미국에서 어느 슈퍼에서나 살 수 있는 가장 흔하고 값도 싼 음식이래. 앤디 워홀은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품들을 작품 소재로 삼은 화가란다. 앤디 워홀 이전의 미술관은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그림이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워홀은 그걸 바꾼 거야. 아무나 사먹는 수프 깡통 그림을 미술관에서 전시한다는 게 당시에는 충격적인 일이었대.”
앤디 워홀은 코카 콜라나 캠벨 수프처럼 흔하고 대중적인 상품을 소재로 삼아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또 한 가지 소재를 색상만 바꾸어가며 대량 생산하는 ‘아트 팩토리’라는 개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한 방식으로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에 앤디 워홀의 미술사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깡통 모양 입구를 지나 2층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준성이와 함께 오디오 가이드를 한 개씩 빌려 목에 걸었다.(각 3천원)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것인지, 도슨트 설명을 들을 것인지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도슨트의 설명 시간은 오후 1시, 3시, 5시, 7시이고 오전 10시30분은 어린이 도슨트 시간이다. 도슨트는 주말에는 운영되지 않는다. 오디오 가이드에는 전시된 작품 1백10여 점 중 40여 점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작품 앞에 서면 자동으로 설명이 흘러나온다. 오디오 가이드는 배경음악도 신경 써서 선택한 흔적이 엿보였는데 믹 재거를 그린 작품 앞에서는 롤링 스톤즈의 음악이, 마이클 잭슨 초상화 설명에서는 그의 음악이 나오는 식이다.

마이클 잭슨·믹 재거 등 유명 스타 그림에 특히 흥미 보여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관람기

중학교에 진학하는 준성이는 유명인들의 초상화 섹션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준성이가 가장 흥미로워한 곳은 유명 인물들의 초상화를 모아놓은 섹션이다. 마릴린 먼로·마이클 잭슨·실베스타 스탤론·잉그리드 버그만·엘리자베스 테일러·믹 재거 등 초대형 스타들과 중국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보인다. 이전의 화가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주인공인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앤디 워홀은 스타의 얼굴을 그리면서 매스미디어에 지배되는 대중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 시리즈가 모여 있는 이 전시실에는 앤디 워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이 있다. 바로 흑백톤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초상화인 ‘은색 리즈’인데 판매가가 무려 3백50억원이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앤디 워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시리즈와 할리우드의 톱스타 휴 그랜트에 대한 에피소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휴 그랜트는 2001년 앤디 워홀의 청록색 엘리자베스 테일러 초상화를 약 38억원에 구입했다가 6년 만인 2007년 여섯 배나 오른 2백45억원에 팔아 큰 수익을 올린 적이 있는데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사실 그 그림을 산 것은 술김이었고 술이 깬 뒤 그렇게 비싼 그림을 산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앤디 워홀은 인기 스타들의 그림을 그렸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영화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멋있게 보이고 싶어했대. 사람들은 앤디 워홀이 유명 스타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을 두고 매스미디어 시대에 누구나 스타를 꿈꾸고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고 있어.”
그가 원했던 대로 앤디 워홀은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게 유명해졌고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벌었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영화·잡지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높이 인정받는 명예를 누렸다. 그는 물질적인 성공과 예술적인 명예를 둘 다 거머쥐려는 야심이 강했고 이를 숨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돈이 되고 화제가 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에 마릴린 먼로가 사망했을 때 그의 그림을 그렸고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때는 슬퍼하는 재키의 그림을 그렸다. 전시장 벽면 이곳 저곳에 걸려 있는 앤디 워홀의 글에는 그의 이런 면모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며 일을 하는 것도 예술이다. 그리고 훌륭한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 …나는 뼛속까지 천박한 인간이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다.”
전시장 곳곳에 걸려 있는 그의 글을 읽어보며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도 그림 구경 못지않게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전시회에는 앤디 워홀의 다양한 영상과 사진, 소장품 등 4백여 점이 소개돼 그의 예술뿐 아니라 생전의 일상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유명 스타들의 가장 화려한 전성기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부와 명성을 얻은 앤디 워홀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화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죽음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다.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 메인 이미지이기도 한 검은 바탕에 푸른색 얼굴에 머리카락이 쭈뼛 솟아 있는 이 자화상에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시지인 ‘메멘토 모리’를 담았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떨쳤지만 죽음 앞에서는 다 소용 없었고 다 마찬가지였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혹시 앤디 워홀은 돈도 성공도 명성도 얻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대중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관람기

1 알버트 아인슈타인 / 101.6×101.6cm / 캔버스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 워홀은 대중스타 뿐아니라 아인슈타인 카프카 마오쩌둥 등 역사적 인물의 초상화도 제작했다. 2 캠벨 수프Ⅱ-치킨덤플링 / 88.9×58.4cm / 종이에 실크스크린 / 캠벨수프 깡통, 코카콜라 등은 대량생산 소비사회를 상징한다. 3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 / 31.1×31.4cm / 코팅된 레코드 표지에 옵셋 석판화와 종이 스티커 /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데뷔 앨범 표지이기도 했던 워홀의 작품.



전시기간 ~4월4일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 주말·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입장료 어른 1만2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천원 문의 02-548-8690 / www.warhol.co.kr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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