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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김재일 교수의 ‘뇌 이야기’

“인간의 행복, 뇌 활용에 달려있어요”

글 이설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2009. 06. 16

‘생각대로 하면 되고’는 빈말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것은 뇌에서 출발한다. 뇌의 지시에 따라 분비된 화학물질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 행복과 성공을 이루기 위한 뇌 200% 활용법.

김재일 교수의 ‘뇌 이야기’

“뇌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정보처리예요. 체내 환경과 체외 자극을 적절한 방향으로 축적하는 거죠. 즉 생존과 적응을 위해 이 정보들을 필요한 지식으로 전환, 응용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은 신경과학 전문가 김재일 아주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53). 하지만 “뇌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듣자 머릿속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얽혔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뇌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고 미지의 영역을 풀어가는 방법론도 각양각색이기 때문. 그는 “뇌 신경계를 다루는 학문은 어떤 차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신경심리·행동신경·정신의학 등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상식선에서 이야기하면 뇌는 몸과 마음을 구성하고 일으키는 집이에요. 뇌가 인지기능과 정서기능 모두를 관장하는 것이죠. 그래서 생각과 몸의 느낌, 즉 감정은 서로 연결돼 작동합니다.”
그에 따르면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감각의 사령탑이다. 그리고 감각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신경전달물질. 김 교수는 “생각하는 즉시 감정도 생각을 따라간다. 주로 하는 생각에 따라 뇌 회로가 구성돼 그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순환 고리는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예컨대 스스로 ‘나는 못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뇌는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몸에 전달하고, 그 느낌을 받은 몸은 다시 그런 생각을 만드는 거죠. 이러한 순환이 그 사람의 기질을 형성하는 겁니다.”
생각이 정서를 결정한다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될 터. 김 교수는 그 방법으로 기억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뇌는 거쳐 온 모든 시간을 담아내지 못한다. 의미 없는 사건들은 지워지고 특별한 감정을 느낀 사건만이 기억창고에 저장된다. 이렇게 감정이라는 체에 걸러 저장된 기억에는 하나의 감정이 부과된다. 그는 “과거 일을 떠올릴 때 같은 기분이 반복되는 것은 기억에 덧입힌 감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서는 주로 중뇌가 다루는데, 기억 역시 그 부분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기억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므로 떠올리는 기억에 따라 감정이 좌우되는 거죠. 따라서 좋은 생각을 하려면 추억을 떠올리면 됩니다. 나쁜 기억이 엄습할 때도 의도적으로 기억을 이동하면 그런 기분을 떨쳐낼 수 있죠. 그렇게 하다 보면 좋은 기억을 부르는 감정의 회로만 발달하게 돼 나쁜 기억은 차차 잊게 됩니다.”

“기억과 주의력은 훈련으로 발전 가능”
‘손톱, 고양이, 도끼, 침대, 비행기, 귀, 강아지, 망치, 의자, 승용차, 눈썹, 말, 다리미, 시계, 자전거….’ 김 교수는 15개의 단어를 읊더니 기억나는 단어들을 말해보라고 했다. 간단한 단어들이지만 몇 개 단어는 이미 머릿속에서 휘발됐다.
기억은 인간만의 독특한 면모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기억에 의지해 과거와 연속성을 발판으로 반성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억력 역시 유전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훈련은 가능하다”며 “무작정 듣는 것보다 신체부위, 탈것 등으로 범주화하면 기억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사람이 단기로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은 ‘7’이에요. 숫자든 단어든 문장이든 평균 7가지 항목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단어들을 범주화하면 기억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요. 또 기억은 상황에도 크게 의존해요. 무언가를 흡수할 때 컨디션, 주변 환경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는 것이죠. 과거 상황에서 하나를 기억하면 전체가 통으로 떠오르는 것도 그런 원리고요. 그래서 방해요소가 없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다른 모든 정보를 무시한 채 집중대상에만 몰입하는 힘. 이 주의력도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시간을 정해 의도적으로 집중훈련을 하면 뇌의 회로가 탄탄해져 주의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주의력은 뇌 전두엽이 관장하는데, 이쪽 회로가 부실하면 산만한 성격을 보이게 되죠. 자녀가 산만하다면 좋아하는 일부터 10~30분간 시간을 정해두고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예컨대 주어진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거나 컴퓨터 게임에 집중한다면 보상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명제의 최고봉에는 자연치유가 있다. 좋지 않은 생각은 병을 키우며 긍정적인 생각은 몸을 이상적인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비과학적인 현상이지만,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통해 실제 자연치유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제가 이번에 번역한 ‘꿈꾸는 사람들의 뇌’를 쓴 조 디스펜자는 사이클 경기 도중 차에 치여 척추 6군데가 부러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뇌의 치유력을 믿고 자연치유에 도전했죠. ‘몸은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되려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규칙적으로 완치된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죠. 수백 장의 곧바로 선 척추 사진을 보기도 했고요. 그 결과 차츰 회복하기 시작해 12주 만에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습니다.”
김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는 긍정의 힘과 통하는 구석이 많다. 적극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는 명상이 뇌를 변화시켜 좋은 감정을 불러 삶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그는 “생각을 구성하는 뇌는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올바른 ‘뇌 사용법’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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