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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딸 목 졸라 죽인 뒤 자살한 아버지 안타까운 사연

3백만원 사채에 성매매까지 내몰린

글 이영래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05.21 15:33:00

등록금 마련을 위해 3백만원을 빌렸으나, 그 빚이 1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유흥가에 넘겨진 여대생 딸을 아버지가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악덕 사채의 덫에 걸려 죽음으로 내몰린 이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다.
여대생 딸 목 졸라 죽인 뒤 자살한 아버지 안타까운 사연

지난해 11월 말, 한 지방 소도시 A지구대에는 서울로부터 긴급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송파구 삼전동에서 딸을 목 졸라 죽인 아버지가 연고지 쪽으로 갈지 모르니 검거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검거되지 않았다. 딸을 죽인 다음 날, 그는 안성천 하구의 수문 입구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고, 그의 차가운 주검은 새벽, 낚시꾼에 의해 발견됐다. 관련 서류는 송파경찰서로 보내졌고, 시신은 유가족에게 넘어갔다. 아무도 그 죽음에 대해, 또 그 죽음의 내막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 4월, 뒤늦게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TV며 신문에서 요란을 떤 뒤에도 사람들은, 심지어 경찰조차도 11월 말, 천변의 삭풍 아래 발견된 그 죽음과 그 사연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
4월 중순, 뒤늦게 그의 주검이 발견된 곳을 찾았다. 행락객들이 길을 메운 주말 오후, 어렵게 도착한 그 일대는 농지 일색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파종되지 않아 붉은 흙들이 고스란히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고, 차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농업용 도로는 벌판 끝에서 안성천과 만났다. 표지판 하나 없는 그 길을 헤매고 헤맨 끝에 간신히 그가 죽었다는 수문 앞에 설 수 있었다. 제방 아래 난 굴다리 사이로 안성천의 너른 강이 보일 뿐, 휑한 바람만이 감도는 벌판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곳에 무슨 흔적이 있을 턱이 없었다. 제방 너머로 올라서자, 벚꽃 나무가 만개한 강변 도로 안쪽에는 낚시를 나온 사람들과, 휴일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이 삼삼오오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 저 끝에서 죽었대지요. 이 마을 사람은 아니라고 하던데…. 저기 H쪽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던가? 한창 추울 때 그랬으니까, 우리도 잘 몰라요. 아무튼 이 마을 사람은 아닐 거예요.”
마을 주민 한 명은 용케 그 죽음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가 왜 죽었는지는 몰랐다. 흉사를 입에 올리는 불경스런 일을 아무도 범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 모든 것을 안고 사라지기 위해 택한 죽음이니 어쩌면 그가 바라던 대로 된 셈이다. 혹 괜한 소문이 이어질까 두려워 더 이상 그의 행적을 쫓지 않기로 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불황이 이어지던 2007년, 건설회사를 다니던 그는 직장을 잃고 외국으로 나갔다고 했다. 돈벌이를 위해 그가 외국으로 나간 사이, 서울에서 친구들과 같이 자취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던 그의 딸, B양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동대문에서 액세서리를 떼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 제법 돈이 될 것처럼 보였고 친구들과 함께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로 의기투합했다.
캠퍼스 주변에는 학생증만 가져오면 담보 없이 바로 대출해준다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널려 있었고, 한 선배의 소개로 한 대부업체를 찾았다. 2007년 7월, 등록금도 보태고 용돈도 벌겠다며 친구 둘과 함께 각각 3백만원씩을 빌려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나선 것.

여대생 딸 목 졸라 죽인 뒤 자살한 아버지 안타까운 사연

거침없이 늘어난 빚에 성매매 전전해도 빚만 더 커져
대출 신청을 하자 선수수료를 빼고 2백65만원이 즉시 입금됐다. 하루 4만원씩 90일 동안 갚으면 되는 조건인 터라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하루 4만원쯤이야 설마 어떻게든 만들지 못하겠느냐는 배짱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단순한 계산은 곧 그녀를 파멸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대출 뒤 35일이 지나자 일수가 밀리기 시작했다. 대부업체 측은 “이자가 계속 밀리는 것보다 다시 대출을 받는 것이 낫다”고 충고해줬다. 이른바 ‘꺾기’였다. 그녀는 다시 5만원씩 96일간 갚기로 하고 4백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역시 일수는 밀리기 시작했고, 빚은 점점 커져만 갔다. 대부업체 측의 협박이 이어졌다. 이번엔 다른 대출업체에서 돈을 빌려 갚으라며 제3의 대부업체를 소개해줬다. 물론 늘어나는 일수를 감당할 길은 없었다. 두 번째 대부업체는 다시 세 번째 대부업체를 소개해줬고, 세 번째는 네 번째를, 그렇게 그녀는 무려 8개 대부업체와 일수 계약을 맺었다. 매일 갚아야 할 일수 빚만 55만원. 그 8개 대부업체가 다 한통속이란 걸 그녀는 전혀 몰랐다.
사채업자들은 그녀의 자취방을 찾아와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나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처음 계약할 때 형식상 적으라고 했던 친구와 가족의 연락처는 협박 수단으로 악용됐다.
도저히 그 큰 빚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하자 대부업체는 드디어 마각을 드러냈다. 몸을 팔아 빚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대부업체의 압력에 밀려, B양은 지난해 3월부터 친구와 함께 룸살롱 일을 시작했다. 몸을 팔아야 하는 이른바 ‘2차’만 하루에 3번. 그러나 빚은 줄지 않았다. 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손님들에게 온갖 희롱을 당하고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러워 못 견딜 지경이었다.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사채업자들은 강남 논현동에 일수방을 얻어 그곳에서 그녀들을 모여 살게 했다. 도망가거나 24시간 동안 연락이 안되면 매매춘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일수방 방세에, 매일 내야 하는 일수 이자에 벌어도 벌어도 빚은 늘어만 갔다. 사채업자들과 짠 룸살롱 마담은 B양이 받아야 할 화대까지 빼돌렸다. 완전히 나락에 빠진 나날이었다.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벗어날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결국 지난해 11월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외국에 나갔다 귀국한 아버지는 그때 맏딸의 사정을 처음 들었다. 단돈 3백만원의 빚 때문에 자신의 딸이 그런 수렁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의 충격, 분노는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그러나 수렁에 빠진 딸을 건져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남은 빚은 아직 7천만원. 아버지는 백방으로 뛰어 돈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7천만원 갚는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빚에 대한 보증이 들어갔다. 그 돈까지 다 갚으라”며 그들은 코웃음을 쳤다. B양은 업자들한테 대출을 받으며 친구의 보증을 받았고, 동시에 다른 친구의 보증을 서줬다. 그렇게 보증이 얽히고 얽혀 홀로 빠져나온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돈을 다 갚을 테니 보증서를 폐기해달라고 애원했지만, 8개 업체 가운데 3곳은 보증서를 내줄 수 없다고 버텼다.
11월25일, 아버지는 딸 B양의 자취방을 찾아 딸의 목을 졸랐다. 그렇게 딸을 죽인 뒤 그는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가본들 경찰이 지키고 있음을 그 또한 알았던 듯 그가 살던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 언젠가 그 또한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을 법한 천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사채 빚에 쫓겨 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이 부녀의 이야기는 당시 한 지방지 사회면에 조그맣게 실려 세상에 알려졌다. 이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 접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부녀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수사에 나서 지난 4월9일 숨진 여대생 B양을 비롯, 2백여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최고 연 680%의 부당한 이자를 받아 챙긴 혐의로 대부업자 4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B양이 다닌 룸살롱의 마담도 성매매 알선행위로 구속됐다. 이들은 B양이 숨진 뒤에도 B양의 친구들에게 “죽은 아이는 죽은 아이고, 너희가 보증을 섰으니 그 돈도 갚아야 한다”며 성매매를 강요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동아 2009년 5월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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