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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자살 둘러싼 미스터리&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연합뉴스 제공

입력 2009.04.22 16:16:00

고 장자연이 죽기 전 남긴 자필문건이 공개된 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건에는 “소속사 대표로부터 방송사·언론사 관계자에게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접대받은 이들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 하지만 문건의 진위여부, 유출경로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 유족과 사건 관련자들의 엇갈린 주장을 입체 취재했다.
장자연 자살 둘러싼 미스터리&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

KBS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금잔디를 괴롭히는 악녀 3인방 중 하나로 눈길을 끌던 장자연(29)이 사망한 건 지난 3월7일.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걸 고인의 언니가 발견했다. 유족은 자살이유에 대해 “1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약을 복용해왔다”고 진술했고 사건은 단순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문서 유출 후 성상납 관련 인물리스트 떠돌아

하지만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모씨는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죽기 전 장씨가 작성한 문건이 있다고 알렸고,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2주 전부터 장자연이 나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2월28일) 장자연이 자필로 쓴 6장의 종이를 보여주었고, 나에게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3월10일에는 장자연의 측근으로부터 건네받은 고인의 지장이 찍힌 문건의 일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글이 한 인터넷 매체에 공개됐다.
이어 3월13일 KBS ‘뉴스9’는 고인의 자필문건을 입수,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부분은 장자연이 자신의 소속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페트병 등으로 맞고 방송사·언론사 관계자들에게 술과 골프, 성 접대 등을 강요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김씨는 연예계에서 ‘미다스의 손’ ‘스타제조기’로 불리는 인물. 최진실 심은하 김남주 등 톱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김씨의 소속사 사무실은 와인바, 테라스 등을 갖춰놓은 3층 규모의 고급건물.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이곳에 손님을 불러 술을 접대했고 그 자리에 장자연을 자주 데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 수배된 상태.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는 3월18일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장자연 사망사건과 관련해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성상납이냐. 식사하는 자리에서 서로 알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을 소개한 것도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장자연 자살 둘러싼 미스터리&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

고인의 자필문건이 공개되면서 문서유출이 유씨의 자작극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김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유씨는 지난해 회사를 설립, 김씨의 소속배우였던 이미숙 송선미를 데리고 나가면서 김씨와 갈등을 빚었다. 고의로 문서를 유출한 의혹이 일자 유씨는 “문서 일체를 유가족에게 넘겼다”며 부인했다.
KBS는 이후 “유력 인사의 실명이 들어 있는 문서를 입수했다”고 추가 보도했고, ‘증권가찌라시’ 등을 통해 ‘장자연리스트’가 인터넷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유족은 이들 중 3명과 김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어이없다” “술시중과 성상납이라니 말도 안 된다. 여러 명과 함께 밥 한번 먹은 게 전부”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족 “소속사와 관계 안 좋았던 건 사실이나 유씨도 믿을 수 없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마침내 유족이 입을 열었다. 장자연의 오빠와 언니는 3월15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빈소에서 유씨로부터 사본문서를 처음 건네받았고, 3월12일 서울 봉은사에서 유씨를 다시 만나 문서의 원본을 받아본 뒤 그 자리에서 모두 태웠다. KBS에 보도된 문건은 그날 본 문서와 형식이 다른 것 같다”며 “(문서를 읽기 전까지) 고인이 구타를 당하거나 술자리에 불려간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이 기억하는 장자연은 착하고 의욕적인 동생. 2002년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데 이어 10년간 중풍을 앓던 어머니마저 2005년 사망하자 오빠, 언니를 부모처럼 의지하며 살았고 가족에게 걱정 끼치는 게 싫어 일하면서 겪은 안 좋은 일은 털어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서를 작성한 이후 고인의 행적은 어땠을까. 문서작성 당일인 2월28일 장자연은 측근에게 문서 작성한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측근이 “어떻게 유씨를 믿고 써줬느냐”고 나무라자 “유씨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다. 법정에 제출할 다른 서류도 준비해뒀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이후 우울증 증세가 눈에 띄게 심해졌고 문서 써준 것을 후회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또 다른 측근은 “평소 고인이 술자리 참여 문제와 수익분배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얼마 전에도 드라마 촬영 중 해외에서 골프접대를 하라고 요구받았는데 ‘스케줄 때문에 못 가겠다’고 대답하는 걸 들었다”며 “하루는 김씨가 고인에게 폭언을 심하게 퍼붓기에 휴대전화에 녹취해뒀는데 얼마 전 이것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가수 김지훈 부부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던 장씨는 ‘집에서 쉬겠다. 다음에 같이 가자’는 문자메시지를 남겼고, 그로부터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유족은 3월17일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유씨도 고소했다. 그러자 유씨는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김씨의 부하직원인 로드매니저에게 협박당한 통화 내용을 녹취로 들었다. 그 자리에서 고인과 함께 문건을 작성했고 고인에게 3월9일 변호사를 소개시켜주기로 약속했다. 자살하던 날에도 고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문서작성 과정을 설명했다. 소속사 이적 목적으로 문서를 이용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씨가 옮기고 싶어하는 회사는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유씨는 이튿날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에게 문서작성을 강요한 적도, 명예를 더럽힐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다. 고인을 돕고 싶었고, 부당함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씨가 문서유출에 개입돼 있다고 판단,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신병확보를 위해 일본 인터폴에 적색수배(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등 주요 사범에 대한 수배조치)를 요청한 상태. 김씨는 경찰이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귀국할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
유족이 고소한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가운데 경찰은 술 접대와 성상납 등 문건 내용을 확인해 줄 증거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장자연리스트’ 유포자를 찾아내는 수사에도 착수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故 장자연 사건 의혹
장자연 자살 둘러싼 미스터리&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
‘故 장자연 문건’이 베일을 벗었지만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다. 문건 작성 이유와 유출과정, 문건의 총량, 문건에 담긴 내용의 진위 여부 등이 불분명한 상태. 수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은 몇 가지 사항을 정리했다.
문건은 왜 만들었나?
신인 여배우가 자신의 치부를 자필로 써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전 매니저에게 건넸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문서마다 주민등록번호와 지장이 찍혀 있다는 점, 피해사례 위주로 적혔다는 점으로 볼 때 이 문건은 고인이 소송을 준비한 문건으로 생각된다.
장자연은 왜 유씨에게 문건을 넘겼나?
유씨와 장자연은 한 달 정도 함께 일했던 사이. 유족과 측근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그렇게 민감한 내용을 공유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장자연이 문서만 써 주면 소속사 문제가 해결될 걸로 믿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 동기는 무엇인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하는 방법 대신 성상납·폭행 폭로 문건을 작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의문. 장씨의 계약금은 3백만원으로 2~3배의 위약금을 문다고 해도 경제력이 있는 고인에게는 무리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장자연은 부모가 남긴 유산이 꽤 있어서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이 살았다고 한다. 우울증이 있었지만 치료가 거의 끝난 상태. 유족은 고인이 유씨와 김씨의 법적다툼에 낀 희생양이라고 보고 있다.
문건은 몇 장이며, 어떻게 유출됐는가?
문건이 총 몇 장인지는 분명치 않다. 유씨는 3월8일 빈소에서 기자를 만나 “고인이 2월28일과 3월2일 두 차례에 걸쳐 총 6장의 문건을 작성했다. 4장을 먼저 작성한 뒤 2장을 추후 작성했다”고 했지만, 유족은 “7장의 문건 중 5장은 고인, 2장은 다른 연예인에 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3월17일 병실에서 다시 만난 유씨는 “원본과 복사본 등 총 문건은 18장이며, 유족이 보는 앞에서 소각했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장자연 자살 둘러싼 미스터리&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

KBS ‘뉴스 9’를 통해 고인이 유씨에게 남긴 자필문건이 공개됐다. 문서 작성 이유와 유출과정, 내용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유씨는 3월1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소각했다는 문서가 KBS에 보도되면서 복사본이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KBS는 문서입수 경로에 대해 “유씨의 사무실 쓰레기통에서 불에 탄 문건을 발견한 뒤, 다음 날 다시 현장을 찾아 쓰레기통 밑부분에서 찢어진 다른 사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씨 기획사빌딩 CCTV 화면에도 포착됐다.
언론에 공개된 문서의 종류도 여러 가지. 처음 공개된 문서는 주민등록번호와 지장이 끝부분에 찍힌 것이지만 KBS가 보도한 문건은 날짜 쓰는 방식과 서명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유족은 두 개 문건 모두 자신들이 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장자연리스트는 존재하나?
‘증권가찌라시’에서 시작된 10여 명 인사의 실명이 적힌 장자연리스트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 KBS로부터 문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처음에는 “문건에 몇 명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며 장자연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했지만, 곧 “KBS가 실명을 지워 넘겨줬기 때문에 확보 문건에는 이름이 없다” “명단이 아니라 관련자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3월21일에는 “KBS에서 방송된 불에 탄 문건과 조각난 종이를 포함한 문건을 제출받아 문건의 상태와 지워진 부분을 확인했다. 실명을 육안으로 확인했으나 유족들이 문건과 관련해 고소한 피의자와 KBS 문건에 적시된 실명이 동일한 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성동아 2009년 4월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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