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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3. 23

5월 첫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탤런트 이창훈·김미정 부부. 노총각 탈출과 동시에 예비아빠까지 된 이창훈은 요즘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행복한 결혼생활은 동화 속 얘기인 줄 알았는데 아내 만난 뒤 현실 됐어요”
서울 방배동에 자리한 이창훈(43)·김미정(27) 부부의 신혼집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다.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김씨를 위해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한다. 배부른 아내를 도와 차와 과일을 내오는 이창훈의 얼굴에서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얘기인 줄 알았어요. 실제 주위 친구들을 봐도 결혼생활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솔직히 저는 결혼을 못할 줄 알았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결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내를 만난 뒤 신기하게도 ‘이 사람이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마음이 잘 통하는 ‘절친(절친한 친구)’을 얻은 기분이에요(웃음).”
김씨는 아직 결혼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연애기간이 짧아서인지 여전히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기분이 든다고. 2007년 크리스마스 날 친구들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김씨에게 첫눈에 반한 이창훈이 그 자리에서 바로 애프터 신청을 하면서 교제를 시작했다. 프러포즈도 만난 지 열흘 만에 했다고 한다. 이창훈은 김씨와 나이 차가 많다는 점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나와 결혼해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김씨가 뜻밖에도 흔쾌히 청혼을 받아들인 것. 만남이 진지해질수록 결혼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었던 사람도 김씨라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만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결혼에 골인했다.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오빠(이창훈)를 만나기 전에는 놀기 좋아하고 ‘기분파’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만남이 계속될수록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결혼 전 연애도 몇 번 한 걸로 알고 있는데(웃음), 한 사람한테만 충실한 스타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 부분도 크게 걱정 안 해요.”
이창훈은 결혼 전 장인에게 이미 성실함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항공사 기장 출신인 김씨의 아버지는 딸이 이창훈과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예계 인맥까지 동원해 이창훈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 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음에 든다”며 흔쾌히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아이에게 듬뿍 주고 싶어
부부는 집에서 가장 넓고 전망 좋은 곳을 아이방으로 정했다.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확 트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아직은 침대 하나만 들여놓았지만 곧 두 사람은 방 전체를 알록달록한 아이용품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창훈은 “아이 성별에 따라 방 색깔이 달라질 것 같다”며 웃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들이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외아들이라 아내도 다소 부담을 갖는 것 같고요. 하지만 딸이면 아내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그것도 좋아요. 저희가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까 나중에 제가 먼저 세상을 뜬 뒤 딸이 아내를 잘 돌봐줄 것 같아서요.”
김씨는 지난해 9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잠시 당황했지만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양가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고. 이창훈의 나이를 생각해 내심 손자를 기다리던 양가 부모는 반색하며 축하해줬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된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어요.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은 다 아내 덕분이에요. 저와 결혼해준 것도 고맙고 아이를 통해 온전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고맙고요. 이제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창훈은 결혼 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부정(父情)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탓이 크다. 화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살아생전 연구소에 파묻혀 지내다 간경화로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그는 “미처 아버지로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물질적으로는 비교적 풍족하게 자랐어요. 자전거를 사달라고 하면 바로 다음 날 집으로 자전거가 배달돼왔죠. 하지만 어린 시절 제게 필요했던 건 자전거가 아니라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는 거였겠죠. 만약 아이가 태어나면 제가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 듬뿍 주고 싶어요.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화도 많이 하고,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세상이 얼마나 크고 재미있는 곳인지 알려줄 거예요. 아버지의 부재로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 덕분에 일찍 철이 들었고, 책임감도 강해진 것 같아요.”
그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지금까지 홀로 5남매를 키워온 어머니를 위해 배우자 1순위로 ‘어머니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어머니는 결혼이 늦은 막내아들을 걱정하며 늘 그에게 “네가 마음에 드는 여자면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정중히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처음 김씨가 인사를 드리러 간 날에도 어머니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촉촉이 적셨다고 한다. 이창훈이 홀어머니에 외아들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할 텐데 김씨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님이 딸처럼 예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결혼하고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걸어서 5분 거리에 어머니가 사시는데 아내가 날마다 찾아가서 말동무가 돼드리거든요. 아내와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가 다른데도 주일에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가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제가 아내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임신 후 늦잠 자는 아내 위해 직접 아침상 차리는 남편
평소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이창훈은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하고 술자리 횟수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총각 때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지만 지금은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 약속을 잡는다고.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부부는 가정경제를 생각해 소비 규모도 대폭 줄였다.
“아이가 태어날 걸 생각하면 무척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어깨가 무거워요. 예전에는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별 생각 하지 않고 샀는데 요즘은 알뜰한 아내 덕분에 꼭 필요한 물건도 몇 번 고민한 끝에 구입해요. 생활비를 많이 아끼게 됐는데, 결혼 초에 비해 외식비가 3분의 1로 줄어들었어요. 또 얼마 전에는 아내가 기존에 이용하던 세탁소가 너무 비싸다면서 옷을 직접 수거하고 배달해주지 않는 대신 싼 가격에 세탁해주는 곳으로 바꾸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절대 와이프한테 재무상태를 공개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알뜰한 아내와 살면서 저도 모르게 다 오픈하게 돼요(웃음).”
두 사람의 하루는 오전 11시쯤 느지막이 시작된다. 이창훈은 임신 후 부쩍 잠이 많아진 아내를 위해 아침식사를 직접 준비한다고 한다. 때마침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휴식 중인 그는 “앞으로 결혼생활이 편하려면 지금 아내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0년 넘은 ‘자취경력’ 덕에 요리솜씨도 제법이라고.
“혼자 살 때도 항상 아침을 챙겨 먹었기 때문에 요리가 어렵지는 않아요. 요즘 아내는 뚝배기에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해요(웃음).”



‘허니문 베이비’ 가진 이창훈 김미정 부부 알콩달콩 신혼일기

이창훈·김미정 부부는 집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방에 아기방을 꾸며놓고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꼼꼼한 성격을 지닌 이창훈은 ‘정리정돈’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집안 곳곳을 둘러봐도 어디 하나 흐트러진 구석이 없는데, 가구 배치는 물론 소품 정리까지 그가 자진해서 하는 편.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해 의견충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총각 때부터 집안 꾸미는 걸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가구 모으는 취미도 있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 대부분이 오빠가 혼자 살 때부터 써온 것들이에요. 덕분에 혼수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어요. 외출할 때 옷 코디도 오빠가 직접 해줘요(웃음).”

동서지간 호칭 어색하지만 부부 사이 세대차는 전혀 없어
이창훈은 아내의 태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표시해두었다가 아내에게 읽어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태아와 대화를 나눈다. 그는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할 얘기도 많아졌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지은 태명은 ‘사랑이’. 김씨는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할 때마다 배를 문지르며 ‘사랑아~’ 하고 부르면 속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결혼 당시 단연 화제가 된 건 열여섯 살의 나이 차. 이창훈과 나이 차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 장모는 여전히 사위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한다. 동서지간의 호칭도 사석과 공석에서 달라진다고.
“처형도 결혼했는데 형님이 저보다 열세 살 어려서 호칭 부르기가 애매해요(웃음). 그래서 결혼 전에 따로 만나 미리 말을 맞췄죠. ‘내가 형님이라 부르면 앞으로 나한테 술을 많이 사줘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선수 쳤더니 바로 ‘에이~ 형님 왜 그러세요’ 하더라고요(웃음). 어른들 앞에서는 격식을 갖추고 아닌 곳에서는 편하게 형 동생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지난 설날 처가에 가서 무심코 형님 이름을 불렀다가 이모님한테 꾸중을 들었어요(웃음).”
당사자인 두 사람 역시 이제껏 나이 차가 문제된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하면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이창훈은 아내를 만난 뒤 대인기피증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의식적으로 대중을 피하려 했는데, 결혼 후에는 아내와 함께 있으면 어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내가 저보다 한참이나 어리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방패막이 돼줘요. 남자들은 결혼해야 철이 든다고 하는데 저를 보면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웃음).”
2007년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를 끝으로 연기활동을 잠시 중단한 그는 올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작품까지 7년 동안 약 스무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는 결혼을 전후해 한동안 휴식을 취한 덕분에 에너지를 가득 충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가 아닌 ‘가족’이라며 “연기자란 직업과 돈과 명예는 신으로부터 받은 옷에 불과하다. 가족을 위해 사는 삶만큼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꽃향기가 가득한 5월 새 생명의 탄생으로 지금보다 더욱 행복해져 있을 이창훈·김미정 부부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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