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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s Cafe | 오늘도 달린다

라디오 진행 10년,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손석희가 웃다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1. 19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MBC로부터 ‘브론즈마우스상’을 받았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8년을 포함해 1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공로다. 그가 방송 뒷얘기를 들려줬다.

라디오 진행 10년,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손석희가 웃다

“새벽에 일어나는, 늘 단정한, 날카롭게 질문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어록을 만들어내는, 적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군을 잃지 않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궁금해지는, 그것이 바로 손석희 스타일이다.”
지난 12월10일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브론즈마우스상’ 시상식에서 주인공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53)는 이렇게 소개됐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그를 차갑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비유하기도 했다.
‘브론즈마우스상’은 MBC가 1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사람에게 주는 상. 손석희는 지난 86년 ‘젊음의 음악캠프’ DJ로 처음 라디오와 인연을 맺었고, 8년 동안 ‘시선집중’을 진행하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 청취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2006년 사직 후 성신여대로 자리를 옮겼지만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진행은 계속하고 있다.
이날 그의 옷차림이 뜻밖의 화제가 됐다. 축사 낭독을 위해 무대에 오른 엄기영 MBC 사장이 “오늘 같은 날에는 넥타이를 맬 줄 알았는데 여전히 빈티지 스타일을 고수했다”며 농담을 던진 것. 하늘색 줄무늬 셔츠에 남색 조끼, 그 위에 콤비재킷을 걸친 모습은 곧 손석희의 ‘이미지’기도 하다.
“처음 ‘시선집중’ 진행을 제안받았을 때는 오래 못할 것 같아서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담당 PD(정찬형)가 ‘자폭하겠다’고 협박해 ‘그럼 한번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선집중’이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새벽에 ‘쭈그려 앉아 양말을 신을 때’ 가장 괴롭지만 마이크 앞에 앉기만 하면 활력이 생깁니다.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시선집중’을 청취해주신 엄기영 사장님, 회사를 떠난 후에도 언제나 한식구처럼 대해주는 아나운서 선후배, 제작진, 청취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디오 진행 10년,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손석희가 웃다

새벽에 ‘쭈그려 앉아 양말 신을 때’괴롭지만 마이크 앞에 서면 잘한 선택이란 생각 들어
그는 매일 새벽 4시반 방송국에 도착해 오전 6시15분에 시작되는 생방송을 준비한다.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 손석희는 “성인이 되고부터 지금까지, 33년 동안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적은 없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며 자기관리 노하우를 밝혔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던 담배도 5년 전 끊었다고 한다. 2~3년에 한 번씩 속병이 났는데 담배를 끊은 뒤로는 그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그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적잖은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언론인의 숙명’ 때문이다. 손석희는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이슈로 2006년 ‘황우석 사건’을 꼽았다. 당시 그는 네티즌들로부터 “‘PD 수첩’이 잘못한 게 뻔한데 왜 손석희는 입을 다물고 있냐”며 공격을 받았고, ‘PD 수첩’ 제작진을 인터뷰한 뒤에는 그들로부터 서함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회사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선집중’ 팀 역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 딴엔 객관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했는데, ‘PD 수첩’ 쪽에서는 서운해하더군요.”
출연자 섭외도 늘 고민거리라고 한다. 늦은 밤까지 섭외가 안돼 마음 졸이는 날도 많고,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출연이 취소되기도 하기 때문. 한번은 한 국회의원이 ‘시선집중’과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동시에 전화 연결해 난감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방송인이 아닌 ‘인간 손석희’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방송국 밖에서도 딱딱하냐”고 묻자 그는 “나에게도 감성적인 면이 많은데 사람들은 인정을 잘 안 해준다”며 웃었다.
“저희 방송에 ‘미니인터뷰’란 코너가 있는데, 지난해 99세 되신 할머님이 두 번이나 출연하셔서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셨어요. 100세 되시는 날에는 제가 하모니카로 생일축하곡을 연주해 드릴 계획입니다. 이만하면 인간미 있지 않나요?(웃음)”
후배 아나운서와 결혼해 슬하에 딸 둘을 둔 그는 집에서도 그리 다정다감한 가장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면서도 집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 것 같아 가족에게 미안하다”며 웃었다.
손석희는 가까운 시일 내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로 기업 CEO와 이명박 대통령을 꼽았다. ‘제2의 IMF’라는 요즘 경제 최일선에서 일하는 CEO와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것. 빠른 시일 내에 그의 입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MBC에서 ‘브론즈마우스상’을 받은 손석희가 아나운서국 선후배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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