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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동희 기자의 베스트셀러 산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완득이’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진행·서지혜‘인턴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8. 05. 09

생기 가득한 5월,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싱싱한 신간들이 등장했습니다. 난쟁이 아버지를 둔 소년의 좌충우돌 청춘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완득이’, 수많은 작가의 삶의 지혜가 농축된 인용문과 딸을 향한 애정을 듬뿍 실은 공지영씨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마음을 끌어당기네요. 짧고 유머러스한 경구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이외수 선생의 ‘하악하악’도 바쁜 삶에 쉼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완득이’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오픈하우스)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너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너의 특별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맥 팔레인 교수는 ‘손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이 영원히 곁에 있어주지 못할 것이기에’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를 썼습니다. 작가 공지영씨는 맏딸 위녕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매주 화요일마다 맥 팔레인을 비롯해 많은 작가의 감동적인 문장, 자신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체득한 삶의 지혜와 애정을 담은 편지를 써서 건넸지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오픈하우스)는 그 편지들을 엮은 책입니다. 어떤 쪽을 펼쳐도 마음 따뜻해지는, 혹은 가슴 뭉클해지는 응원의 글귀와 만나게 되지요. 책 말미엔 그의 딸 위녕의 감동적인 답장이 담겨 있답니다.
‘완득이’(창비)의 주인공인 고등학생 완득이에겐 어머니가 없습니다. 대신 카바레 댄서인 난쟁이 아버지, 허우대는 멀쩡한데 말과 생각이 어눌한 삼촌, 그리고 영원한 천적인 담임교사 ‘똥주’가 있지요.
“똥주에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일주일 내내 남 괴롭히고, 일요일 날 여기 와서 기도하면 다 용서해주는 거예요? 뭐가 그래요? 만약에 교회 룰이 그렇다면 당장 바꾸세요. 그거 틀린 거예요. 이번 주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맹랑한 주인공은 담임교사가 다니는 교회에서 담임 좀 잡아가라고 기도하지만 옆집 옥탑방에 사는 담임은 수시로 “완득아!”를 외치며 그의 인생에 끼어듭니다.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후원하는 담임은 완득이를 두고 떠났던 필리핀인 생모를 찾아주는 등 맹활약을 펼치지요.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 등 가볍지 않은 소재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소담)은 작가가 89년부터 2003년까지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9편의 작품을 한데 묶었습니다. 그중 표제작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우울증이 있는 여주인공과 남편, 남편의 동성 애인이 화목하게 지내는 이야기를 그린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입니다. 불륜도 문어발식 연애도 가볍고 산뜻하게 그려내는 작가는 세 사람을 위해 어떤 미래를 마련했을까요? 이 밖에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광적인 팬인 아내와 그런 아내를 위해 이벤트를 마련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러브 미 텐더’, 벼룩으로 인해 애완고양이와 애인 모두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여주인공의 심리를 인상적으로 그려낸 ‘재난의 전말’ 등 매력적인 단편이 가득합니다.
이외수 선생의 새 수필집 ‘하악하악’(해냄)은 ‘거친 숨소리’를 뜻하는 제목을 비롯해 본문 곳곳에 ‘쩐다’(‘대단하다’ 혹은 ‘잘한다’), ‘조낸’(매우) 등 인터넷 비속어를 등장시키는 파격을 보여줍니다. 젊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완득이’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하악하악’(해냄)


“저는 붕어입니다. 인간들은 제 기억력이 0.4초밖에 안 된다고 조롱하시지만 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곁을 떠나서 지금까지 순전히 자립으로만 성장했습니다. 혹시 인간들 중에서 조낸 부끄럽다고 생각하시는 분 안 계십니까?”
“지난 일요일은 마누라의 생일. 밤을 새워 정성껏 미역국을 끓였다. 하악하악. 이름하여 감성 미역국. 내조를 잘하는 아내는 우렁이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가는 것이다.”
삶의 지혜와 유머를 담은 짧은 경구에 곁들인 화가 정태련씨의 민물고기 세밀화가 청량감을 더해줍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의 저자 이지성씨의 ‘꿈꾸는 다락방’(국일미디어)은 지난해 출간된 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자기 개발서입니다.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R=VD 공식을 설명하고, 그 방식을 이용해 성공한 화장품 재벌 에스티 로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서울교대 배종수 교수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설명을 들려줍니다. 뇌 속엔 학습·자기통제 기능을 관할하는‘세망신경계’가 있는데 인류의 세망신경계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왔다고 하네요.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맹수가 아닐까 의심하고, 모르는 사람은 일단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지요. 그 결과 직장 상사가 이유 없이 호출을 하면 ‘내게 큰 칭찬을 해줄 거야. 혹은 내게 멋진 프로젝트를 제안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대신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닐까’걱정부터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훈련을 하루 30분씩이라도 꾸준히 하면 뇌의 사고 패턴이 바뀐다니 시도해볼 만한 일입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4월 첫째 주, 종합)
1 시크릿 론다 번, 살림Biz, 1만2천원)
2 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밝은세상, 9천8백원)
3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한국경제신문사, 1만원)
4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오픈하우스, 1만원)
5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1만2천원)
6 메이플 스토리 송도수, 서울문화사, 8천5백원)
7 하악하악 이외수, 해냄출판사, 1만2천8백원)
8 몰입 황농문,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2천원)
9 20대 공부에 미쳐라 나카지마 다카시,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원)
10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푸른숲, 9천8백원)
11구해줘 기욤 뮈소, 밝은세상, 9천8백원)
12해커스 뉴토익 Read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8천8백원)
13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이레, 1만1천원)
1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1만2천원)
15스타일 백영옥, 예담, 1만원)
16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국일미디어, 1만1천원)
17해커스 뉴토익 보카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2천9백원)
18해커스 뉴토익 Listen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8천8백원)
19작은 기쁨 이해인, 열림원, 7천5백원)
20완득이 (김려령, 창비, 9천5백원)
21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한국경제신문사, 9천원)
22리버보이 팀 보울러, 다산책방, 9천원)
23우주에서 살아남기 3:우주정거장 편 코믹컴, 아이세움, 8천5백원)
24감사의 힘 데보라 노빌, 위즈덤하우스, 1만1천원)
25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1:와인의 세계 이원복, 김영사, 1만1천9백원)
26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소담출판사, 1만원)
27행복한 사람 토드 홉킨스, 쌤앤파커스, 1만2천원)
28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 지도 재미있는 지리학회, 북스토리, 8천원)
29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문학과지성사, 9천5백원)
30해커스 토익스타트 Read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4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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