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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최원정 아나운서의 ‘결혼생활 & 육아체험’첫 공개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페퍼민트 스튜디오 제공

작성일 | 2008.04.24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입사이래 줄곧 교양·시사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린 KBS 최원정 아나운서. 현재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아이를 낳고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남편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에게 아이 키우는 기쁨과 주부 아나운서로서의 포부에 대해 들었다.
KBS 최원정 아나운서의 ‘결혼생활 & 육아체험’첫 공개

봄기운이 완연한 토요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은 농구하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연인, 모처럼 아이들 손을 잡고 가족여행을 나온 사람들로 번잡했다. 그 속에서 보라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최원정 아나운서(33)가 눈에 확 들어왔다. 생후 11개월 된 아들 주호를 유모차에 태우고 유유히 산책을 즐기던 그는 “여의도 공원은 우리 아들이 꽉 잡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KBS 방송국 바로 옆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어 하루에 한 번씩 아이와 함께 여의도 공원에 나온다는 것.
2004년 KBS 입사 동기인 최영철 기자(34)와 결혼한 그는 서울 서초동에 신혼집을 마련했다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아이 낳기 얼마 전 여의도로 이사왔다고 한다. 그는 “집과 회사가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보니 출근해서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에 와 아이를 볼 수 있어서 편하다”며 “근래 가장 잘한 일이 회사 근처로 이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하는 엄마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할 수 있기에 아이의 성장과정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 아이가 처음 뒤집기를 했을 때, 엄마 아빠라고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물건을 집고 첫발을 떼는 순간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육아와 일 병행하기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해
지난해 5월 아들 주호를 낳고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그가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복직을 결심한 것도 집이 가깝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아이와 집에만 있으면서 답답함을 느낄 바에 거리도 가까우니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아침에 눈뜨면 KBS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휴직 중에도 빨리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주호가 좀 더 크면 회사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낼 계획인데, 그러면 저와 남편은 물론 아이까지 KBS 가족이 되게 생겼어요(웃음).”

KBS 최원정 아나운서의 ‘결혼생활 & 육아체험’첫 공개

연애 시절 ‘남매’라 불렸던 최원정·최영철 부부는 웃는 모습이 똑 닮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복직과 동시에 예상치 못했던 많은 기회를 얻었다. KBS 교양 프로그램인 ‘생방송 다큐 사미인곡’과 ‘국악한마당’ ‘뉴스광장(토요일)’, 라디오 ‘최원정의 음악편지’ 진행을 맡게 된 것. 또한 3월 중순부터는 출산휴가를 떠난 황수경 아나운서를 대신해 ‘낭독의 발견’ 진행을 시작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더욱 당당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있는 그는 요즘 들어 신인시절 돌아간 것처럼 설레고 벅차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3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출산 후 체력이 많이 약해진 데다 기억력과 순발력도 떨어져 방송 진행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 방송 대본이 잘 외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애드리브도 선뜻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우울증까지 앓았어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잠시 쉬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싶어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원래 모습을 찾게 됐고, 지금은 예전 컨디션으로 거의 다 돌아온 것 같아요. 더욱이 얼마 전 ‘여성들은 출산 후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많은 위안을 받았죠(웃음).”
그가 방송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할 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그의 동기 이지연·지승현 아나운서다. 물론 남편의 위로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내 인생의 조력자 중 절반이 남편이고, 나머지는 지연이가 25%, 승현이가 25%”라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입사할 때부터 유난히 ‘궁합’이 잘 맞아 친하게 지낸 세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특히 그와 이지연 아나운서는 한 달 차이로 아이를 낳았는데, 두 아이 성별도 같아 아이들을 거의 같이 키우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것을 공유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지연이가 아이를 데리고 저희 집에 와요. 아이들은 또래 친구가 있어서 좋고 저희도 두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어 좋죠(웃음). 지연이네 아이(승재)는 섬세한 반면 우리 아이는 몸으로 하는 걸 잘해요. 승재가 주호보다 한 달 빠른데 지적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벌써 사물을 구별할 줄 알더라고요. 기차를 짚어보라고 하면 기차를 짚고 시계를 짚어보라면 시계를 짚거든요. 대신 주호는 운동신경이 발달했는지 벌써부터 ‘낙법’을 알아요(웃음). 언젠가 아이가 혼자 뒤로 넘어졌는데 머리가 다치지 않게 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승재는 공대에, 주호는 체대에 보내자고 농담을 했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공부 강요하지 않고 ‘몸’으로 놀아줄 생각이에요”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주호는 또래에 비해 체구가 조금 작은 편이라고 한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우유를 먹지 않으려고 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뭐든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고 믿기에 발육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생각이다. 그는 교육에 있어서도 유난 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때까지는 마음껏 뛰어놀게 할 생각이라고.
“요즘은 아기들 장난감에서도 알파벳으로 멜로디가 나와요. 하지만 한글도 모르는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또 아이를 키워보니 육아와 관련해 엄마들의 경쟁심이 얼마나 큰지 알겠더군요.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비는 얼마고, 어떤 명품 옷을 입히는지가 은근히 부모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하거든요. 물론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건 아이한테도 독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풍족함보다 넘치는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고, 아이의 창조성을 키워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결혼 후 2년 반 만에 아이를 낳은 그는 신혼 때는 ‘아이 없이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매주 집에서 파티를 열었을 정도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육아에 대한 부담 없이 남편과 둘이서 즐겁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것. 심지어 그는 결혼 후 손님을 자주 초대할 목적으로 신혼집에 바를 꾸미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지연 아나운서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 사람도 계획을 수정, 바로 아이를 가졌다고.

KBS 최원정 아나운서의 ‘결혼생활 & 육아체험’첫 공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아들 주호를 유모차에 태우고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최원정 아나운서.


“지금은 아이 때문에 예전처럼 놀지 못하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친구들은 밖에서 만날 기회도 많고 무엇보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한때 아이 없이 살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워요(웃음). 사실 결혼 전에는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되니까 생각이 180도 바뀌더라고요.”
아이는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와 얼굴을 비비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 남편은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그의 모습을 볼 때 서로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가족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 가끔 남편이 아이만 챙긴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이 또한 그에게는 다정한 애정표현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아이한테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남편이 조금 서운해할 때도 있어요.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주면 ‘나도 맛있는 것 좀 해줘’ 하고 볼멘소리를 하죠. 하지만 진짜로 서운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애교 같아요(웃음). 서로 원해서 낳은 아이고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서로 잘 아니까요.”

“사내 커플인 남편과는 기자와 아나운서로서 서로 많은 도움 주고받아요”
입사 초부터 동성동본이라 서로를 ‘남매’라 부르며 친하게 지낸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허물없이 지낸 덕분에 각별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 모두 실연을 경험하면서 신세한탄과 위로를 주고받다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됐다고. 사내커플인 만큼 데이트는 주로 회사 근처 카페나 호프집에서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KBS 공식커플’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데이트를 했어요. 하지만 서로 바빠 만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방송 끝나고 늦은 밤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였죠. 당시 선배들이 거의 매일같이 맥주에 소주를 타서 폭탄주를 돌렸는데 남편이 신기하게도 잘 버티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고백하기를 그때 하도 힘들어서 방송국 앞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회사를 다녔대요. 데이트하느라 ‘링거투혼’을 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서로 도움되는 부분도 많다고 한다. 남편이 뉴스 리포팅 중 발음을 잘못하면 그가 득달같이 전화해 교정해주고, 남편 역시 그가 뉴스를 진행할 때 직접 사건사고를 취재한 사람 입장에서 생생한 정보를 준다고. 남편은 아나운서실에서도 ‘최서방’이라 불리며 선배 아나운서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는데 어떨 때는 그보다 더 냉철하게 남편을 평가하는 선배도 있다고 한다. 그는 “리포팅을 지적하는 건 물론이고 살 빼라는 충고도 해준다”며 웃었다.
둘째 계획을 묻자 그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첫아이를 33시간 진통 끝에 힘겹게 낳았기에 둘째를 가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묘한 갈등에 휩싸인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둘째를 낳고 싶다는 욕심과 의무감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둘째를 낳더라도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거예요. 승현이네 두 아이가 연년생인데 승현이를 보면서 연년생을 키우려면 보통 용기를 가지고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웃음). 아직 확실하게 결정한 건 아니지만 둘째는 낳더라도 천천히 낳고 싶어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특히 남편의 늘어나는 뱃살을 볼 때마다, 금세 체력이 바닥나 힘들어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그래서 부부가 시작한 운동은 바로 자전거 타기다. 일주일에 한 번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공원에서부터 시작해 한강 둔치, 양화대교까지 달리면서 한 주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한다. 그는 “주호가 얼른 자라 남편과 함께 여의도 공원에서 농구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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