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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Village

LA 트렌드세터들이 즐기는 면역력 높이는 건강 요리

기획·정윤숙 기자 / 글·김현진‘The WeeKEND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 ■ 사진제공·REX

2008. 04. 17

최근 미국 LA의 트렌디한 식당을 방문하면 마치 약국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식당은 ‘그냥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영양 균형과 면역력 증강까지 책임지는 클리닉’으로 진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LA 트렌드세터들이 즐기는 면역력 높이는 건강 요리

“통밀 빵으로 드릴까요, 그냥 흰 빵으로 드릴까요?” “양파는 넣을까요, 피클은요?” “커피는 디카페인? 저지방우유를 넣을까요?” “흰 설탕 괜찮으세요?” 미국의 샌드위치 가게나 커피숍에서 뭔가를 주문하면 으레 따라붙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기본이며,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면 “새우는 넣을까요, 뺄까요?”에서부터 “달걀노른자는 괜찮은가요?”까지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Harvest for Hope)’에 따르면 채식주의자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한다. 동물에서 얻어지는 일체의 식품은 물론, 모피나 가죽 옷까지 거부하는 유형(vegan), 달걀은 먹지만 닭고기는 먹지 않는 유형(ovo-vegetarian), 생선은 먹고 유제품과 달걀은 선택적으로 먹는 유형(pesco-vegetarian) 등. 먹을거리에 대한 뚜렷한 ‘신념’이 있는 사람들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만은 아닌 듯 싶다.
채식주의자의 유형이 진화와 분화를 거듭하는 사이, 유기농과 서구식 장수 음식들은 전 세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생산하는 중이다.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는 이러한 건강 음식 트렌드를 태동시킨 대표 도시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유기농, 장수 음식에 이어 ‘면역력 증강(Immunity Boost)’ 레시피를 내세운 식당들이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새로운 메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면역력 증강’ 요리들은 신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각종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제 성분이 듬뿍 들어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 비벌리힐스의 베트남 식당 ‘크러스타시안(Crustacean)’은 면역력 향상 요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대표적인 곳이다. 이 식당에서는 아예 메뉴판에 주요 재료와 영양 성분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이곳의 인기 메뉴인 ‘부다 롤(Buddha roll)’은 메뉴판에 ‘표고버섯(철분과 비타민C 풍부), 레몬그라스 버섯 스프(폴리에이트, 아연, 철분 함유), 오이를 곁들인 연어 타르타르(비타민C 함유)로 만들어졌다’고 친절히 소개돼 있다. 이곳의 메뉴를 컨설팅한 영양전문가 에슐리 코프 씨는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채소와 과일의 미네랄, 비타민 성분에 주목해 요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찻집이나 커피숍 역시 트렌드에 맞는 건강 음료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닥터 티스 티 가든 앤드 허벌 엠포리옴’은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차와 감기를 예방하는 주스로 입 소문이 났다. 북미 인디언이 천연 항생제 및 치료제로 사용했다는 에키나시아(echinacea) 성분에 로즈힙을 가미한 커피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간편 요리에도 면역력 향상 메뉴가 추가됐다. 식품제조사 ‘그린 자이언트’는 아예 ‘이뮤니티 부스트(면역력 증강제)’라는 이름을 붙인 냉동 야채요리를 개발했으며, 요거트 브랜드 요플레는 ‘에센스 이뮤니티 부스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면역력 항상 메뉴들만을 가려 먹는 일이 건강에 얼마나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건강 음식에 집착하는 것 역시 현대인의 또 다른 욕망의 표현이며, 그만큼 현대인은 나약하다는 사실의 반증이라는 시각도 곱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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