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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사연

둘째 이어 셋째까지 입양해 화제 모으는 ‘예쁜 엄마’ 신애라

글·김유림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컴패션 제공

2008. 03. 21

2005년 12월 생후 백일 된 예은이를 입양했던 신애라·차인표 부부가 얼마 전 또 한 명의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식구가 늘어나자 집안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고 말하는 세 아이 엄마 신애라에게 아이 키우는 기쁨에 대해 들었다.

둘째 이어 셋째까지 입양해 화제 모으는 ‘예쁜 엄마’ 신애라

탤런트 차인표(41)·신애라(39) 부부가 세 아이의 부모가 됐다. 둘째 딸 예은이(3)에 이어 얼마 전 생후 백일 된 여자아이를 공개 입양한 것. 이번 일은 예은이를 입양할 때부터 염두에 뒀던 일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이뤄졌다. 이름은 ‘예수님의 진리’라는 의미로 예진이라 지었다.
이로써 아들 하나, 딸 둘의 다복한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은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 덕분에 세상에서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애라는 지난 2월 중순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 키우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입양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갓난아이를 키우느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법도 하건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으며 때로는 감동에 벅차 가늘게 떨리기도 했다.
“아이가 두 명일 때와 세 명일 때 차이가 크더라고요. 밑에 두 아이가 한꺼번에 울기라도 하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죠(웃음). 그럼에도 육아가 행복한 건 아이가 주는 기쁨이 육체적인 고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팔이 떨어져나갈 듯이 아프다가도 아이가 한번 찡긋 웃어주면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거든요. 더욱이 예진이가 정민이(11), 예은이 때와 달리 참 순해요. 언니, 오빠도 돌봐야 하는 엄마의 사정을 알고 봐주는 것 같아요. 또 얼마나 잘 웃는지 예은이를 안고 있어도 저와 눈이 마주치면 몸을 흔들면서 좋아해요.”

둘째 이어 셋째까지 입양해 화제 모으는 ‘예쁜 엄마’ 신애라

“예은이가 동생 때문에 긴장하지 않도록 더 많이 안아주고 관심 기울이려고 노력해요”
육아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예은이 때와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예은이의 경우 정민이를 키우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여서 갓난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우왕좌왕했다면 예진이는 예은이를 돌보는 과정의 연속이라 생각해서인지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된다고. 그는 “터울이 많이 나지 않는 한 첫째보다 둘째 키우기가 편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뭔지 알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예은이가 아우를 많이 탄다는 것이다. 동생이 생기자 엄마 품에서 떠나려 하지 않고 그가 예진이를 안고 있는 모습만 봐도 내려놓으라는 시늉을 하며 떼를 쓴다고. 그럴 때면 그는 갓난아이는 육아를 도와주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예은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행여나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 그는 “예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예은이는 한창 감성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예은이를 많이 데리고 다녀요. 동생이 생겼지만 엄마가 예은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요. 처음에는 예은이가 돌이 지나면 바로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시기가 되니까 예은이가 너무 어리고 작게 느껴지더라고요. 엄마의 사랑을 좀 더 독차지하게 해주고 싶어서 1년을 더 기다렸죠.”
그는 처음부터 예은이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줄 계획이었다. 예은이가 입양한 아이다 보니 함께 입양한 자매가 있으면 크면서 많은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진이 역시 언니를 의지하며 외롭지 않게 자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혹여나 두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면 어떻게 할까.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다행히 팔이 두 개라 두 아이를 동시에 안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자매로 크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나중에는 정민이가 두 여동생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며 농담을 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정민이는 두 동생을 엄마 아빠 못지않게 끔찍하게 아낀다고 한다. 처음 예은이가 왔을 때는 동생이 생긴 것에 대해 다소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동생들을 만들어준 엄마 아빠에게 오히려 고마워한다고. 특히 예진이가 갓난아이다 보니 신기한지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한다고 한다. 예은이와도 잘 놀아주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안고 얼굴에 뽀뽀를 하는 등 애정표현을 잘한다고. 이처럼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그는 ‘그동안 딸을 안 낳고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한다.
“사실 정민이한테 많이 미안해요. 아무래도 동생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 써주거든요. 그럼에도 우리 가족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해줘 기특하고 고마워요. 정민이 어렸을 때는 남편이 목욕을 자주 시켜줬는데, 이제는 정민이가 아빠를 대신해서 예은이, 예진이 목욕시키는 걸 도와요. 작은 손으로 갓난아이를 어루만지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둘째 이어 셋째까지 입양해 화제 모으는 ‘예쁜 엄마’ 신애라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세 아이 외에도 전세계 27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아빠 대신해 동생들 목욕시켜주는 아들 정민이
두 돌이 지난 예은이는 애교가 많고, 말도 부쩍 늘어 가족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고 한다.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모든 일에 참견하고, 말도 평범하게 하는 법 없이 노래하듯 흥얼거리며 한다는 것. 때문에 아이는 밤이 되면 금세 지쳐 몇 번 등을 토닥거려주면 바로 곯아떨어진다고 한다.
“예은이는 정민이에 비해 발육이 빠른 편이에요. 돌이 지나면서 젖살이 빠져 얼굴이 달라지더니 자라면서 점점 더 예뻐지고 있죠(웃음). 요즘은 이유식을 떼고 밥을 먹는데, 편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육류보다 과일을 좋아해요. 지금껏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는 가족이란 혈연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배 아파 낳은 아이와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결코 다르지 않으며, 입양 후 생기는 사소한 문제도 가족간의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뭐든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인간적인 갈등도 많이 겪었죠.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정말 내 아이처럼 사랑으로 키울 수 있을지, 혹시 자라다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입양을 행동에 옮기고 보니까 그런 걱정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떤 책을 보니 입양을 하면 자신이 낳은 자식 수보다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는 게 좋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일단 입양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앞으로 복지원과 관계를 더욱 깊게 갖고 싶어요.”
신애라가 입양에 대한 소망을 이루기까지는 남편 차인표의 도움이 컸다. 그가 결혼 전부터 입양에 관심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남편은 예은이의 입양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남편과 결혼한 지 13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신혼부부처럼 산다면 거짓말이죠(웃음). 하지만 남편과 제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오히려 신혼 때는 보통 부부들처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진 적도 있는데, 지금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만큼 편안한 관계가 됐죠. 특히 봉사활동을 함께하면서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어요.”
두 사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선행부부다. 현재 아동구호단체 컴패션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민이와 함께 동남아·중남미 등지에 있는 27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부부가 함께 에티오피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실 차인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봉사활동에 대해 아내만큼 큰 열정을 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신애라의 간곡한 요청으로 떠난 동인도 봉사활동에서 사랑과 희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다고.

“남편과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산다는 게 참 행복해요”
“제가 컴패션 홍보대사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하루빨리 남편도 제가 하는 일에 동참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몇 번이나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2년 전 제가 예은이를 보느라 봉사활동을 떠나지 못하게 되자 남편이 처음으로 제 부탁을 들어줬어요.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동인도로 떠난 거죠(웃음). 결국 장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또 9시간 동안 털털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려간 남편은 목적지에 도착해 아이의 손을 잡는 순간 ‘왜 이제 왔느냐’ 하는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해요. 그 사건을 계기로 남편이 많이 변했고 이제는 아이들이 더 크면 다함께 봉사활동을 떠나자고 먼저 말해요.”
결혼 직후부터 보육원·복지원 등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다 입양까지 하게 된 그는 현재 더욱 큰 꿈을 계획 중이다. 미혼모에 대한 보호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는 복지시설을 마련하는 것. 미혼모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에게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일깨워주고 싶다고 한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체계적인 미혼모 보호시설이 필요하고, 아이와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도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미혼모 보호시설과 탁아소를 연계하고, 미혼모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주는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아이들이 영아원과 보육원으로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는 보육시설을 마련하고 싶어요.”
앞으로 예은이와 예진이는 자신들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라게 된다. 또한 엄마 아빠 모두 연예인이다 보니 많은 사람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자랄 터. 하지만 신애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오직 자신에게 맡겨진 사랑을 실천하며 소신껏 살고 싶다고.
“때로는 저희 부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희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저희 방식대로 사랑을 실천하려 노력했을 뿐인데, 많은 분이 박수를 보내주시니 감사하죠. 하지만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앞으로도 물론 그럴 거고요. 오히려 주위의 반응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저희 스스로 족쇄를 차게 될 것 같아 되도록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신이 저희 부부에게 맡겨주신 정민이, 예은이, 예진이를 사랑으로 예쁘게 키우고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사랑의 일부를 나눠주는 일, 그것 말고 중요한 게 또 뭐가 있겠어요.”
차인표 부친 차수웅 전 우성해운 회장 인터뷰
“아이들이 입양 결정했을 때 200% 찬성했어요”

차인표의 아버지인 차수웅 전 우성해운 회장(68)은 아들 차인표·신애라 내외가 두 번째 입양을 실천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까지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아들 내외가 자랑스럽다는 것.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 입양을 하겠다고 했을 때 200% 찬성했다”고 말했다.
“아들 며느리가 효도한 거라 생각합니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정민이는 물론 예은이, 예진이를 보러 저희 부부가 아들네 집에 자주 가고, 아들 내외도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에 자주 옵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다 예쁘고 귀한 존재죠.”
이어 차 회장은 아들 내외를 통해 이 땅에 입양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족의 울타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더 이상 핏줄에만 연연하지 말고 참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 회장은 예은이, 예진이가 공개 입양됐다는 사실 때문에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자랄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의 사랑 속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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