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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실천

오염된 도림천을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부 김종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최지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8. 22

‘도림천 아름답게 가꾸기 운동본부’를 이끄는 김종순 본부장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유명 인물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쓰레기에 뒤덮여 악취를 뿜어내던 ‘도림천’을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생태공원으로 변모시켰기 때문. 환경운동에 앞장서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어낸 김씨를 만났다.

오염된 도림천을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부 김종순

김씨가 녹음이 우거진 도림천에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 가면 역사 주위를 흐르는 맑은 하천을 볼 수 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해 영등포구 문래동까지 14.2km를 흐르는 ‘도림천’인데, 물길을 따라 꽃길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주말이면 조깅과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이들로 늘 북적인다. 특히 싱그러운 나무 사이로 곧게 뻗어 있는 자전거 도로는 요즘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꼭 한 번 달려볼 만한 자전거 코스’로 소개돼 멀리서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3~4년 전 이 하천의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껴요. 2003년까지만 해도 천변에 각종 중장비 기계들과 쓰레기 차량이 늘어서 있었고, 강물에는 벌레가 들끓어 악취가 말도 못했거든요.”
지난 2004년 ‘도림천 아름답게 가꾸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하천 환경정비에 앞장서온 김종순 본부장(65)은 요즘의 도림천을 보는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그가 도림천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98년, 도림천 부근인 영등포구 대림3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언론사 기자였던 남편이 유럽 특파원으로 나가게 돼 10년 넘게 독일·스위스 등에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바로 그때 귀국한 거죠. 그런데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전에는 미처 몰랐던 환경문제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김포공항에 내리는 순간 얼마나 갑갑하던지 숨을 제대로 못 쉬겠더라고요.”
‘손만 뻗으면 별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공기가 맑고 깨끗하던 유럽에서 살다 보니 한국의 탁한 대기를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는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몇 차례나 구토가 일어 차를 세우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간신히 집에 왔는데, 이쪽은 더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이사왔을 때가 영등포구 쪽이 한창 재개발되던 때였거든요. 연일 공사가 이어졌기 때문에 공기가 참 나빴어요. 특히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독한 냄새를 내뿜고 있는 하천을 방치해둔 채 그 주변으로 아파트만 수천 채씩 새로 짓는 걸 이해할 수 없었죠.”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집짓기 운동하고 싶어
오염된 도림천을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부 김종순

쓰레기에 뒤덮여 악취를 뿜어내던 도림천을 꽃과 나무가 우거진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선 김종순씨.


그는 처음엔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기다렸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저 하천은 언제 정화된대요?” 하고 묻기도 했다고. 하지만 주거지역이 거의 다 완성된 뒤에도 도림천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그는 비로소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의 바람은 도림천이 깨끗한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민원은 어떻게 제기하는 건지, 담당 부서가 어딘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무작정 하천 사진을 찍어들고 혼자 구청으로 찾아갔어요. 아무나 붙잡고 ‘이 하천을 좀 깨끗하게 해달라’고 말하고 다녔죠(웃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것이 세 번, 네 번으로 이어져 김씨는 한 달에 평균 20일 이상 구청에 드나들었다고. 그의 노력에 비해 변화는 더뎠지만, 조금씩 주위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하나 둘 그의 뜻에 동참하면서 2004년 인근 아파트 단지 부녀회 등이 참여한 ‘도림천 아름답게 가꾸기 운동본부’가 생긴 것. 이때부터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하천 주위를 청소하며 구청에 환경개선 사업을 요구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정비하고 시민공원을 만들면서 도림천도 예산을 배정받게 됐어요. 재작년 가을 하천 옹벽을 자연석으로 교체하는 공사가 시작됐고, 천변에 어지럽게 놓여 있던 청소시설과 중장비 기계도 다른 곳으로 옮겨졌죠.”
이후 꽃과 나무가 주위를 장식하면서 도림천은 지금과 같은 ‘시민 공원’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김씨의 고향은 거제도. 그는 “환경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지금도 늘 떠오르는 아름다운 거제도의 풍경 때문인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독일 체류 시절, 맑은 다뉴브 강에 비친 목조 건물의 그림자를 보다가 그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는 김씨는 “어린 시절 세상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곳에서 자란 덕분에 깨끗한 환경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지역 환경운동에 앞장선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어린 시절 마음껏 누렸던 아름다움에 대한 추억을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일이 이처럼 멋진 결실을 맺게 돼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요새는 이웃들로부터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도 많이 받는답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김씨. 그는 앞으로는 ‘아름답게 집짓기 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운 집’은 자연과 어울리는 집.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는 ‘나무와 돌, 낮은 산’과 멋지게 어울리는 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고 비싼 집을 좋아하죠. 하지만 그런 집은 대부분 아름답지 않잖아요. 내 손으로 돌을 쌓고, 대패질하고, 못질해 지은,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집짓기 운동을 하고 싶어요. 그런 노력들로 우리 환경이 아름답게 변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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