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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뜻 깊은 나들이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

섬 마을 아이들에게 ‘책 사랑’심어준~

기획·송화선 기자 / 글·최지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6. 12

지난 5월 초 전라북도에 자리한 9개 섬 마을 어린이 83명이 뜻 깊은 서울 나들이를 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에 참가해 책 선물을 받고 1박2일간 서울 곳곳을 둘러본 것. 평소 책을 접하기 어려운 섬 마을 어린이들에게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준 특별한 여행을 동행 취재했다.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

<B>1</B> 동화 기차 안에서 질문에 손을 들어 대답하고 있는 아이들. <br><B>2</B> 교보문고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모습. <br><B>3</B> 아이들은 기차 안에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5월2일 서울 용산역은 산뜻한 차림의 아이들 물결로 떠들썩했다. 전라북도 위도·식도·개야도 등 9개 섬에 사는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83명이 KTX를 타고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 이들은 책을 사려면 육지인 전북 군산시나 부안군까지 가야 할 만큼 외딴섬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와 전북도청이 마련한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에 초대받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발길이 처음 닿은 곳은 광화문 교보문고. 교보문고 독서코칭센터 오선경 선임연구원이 일일 도우미로 나섰다. ‘내 맘에 쏙 드는 책 고르기’ 강연을 맡은 오 연구원이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나한테 필요한 책이오”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오” “내가 좋아하는 책이오” 등 각양각색의 대답이 쏟아져나온다. 이어진 순서는 ‘맘에 쏙 드는’ 책을 직접 고르는 시간. 아이들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서점을 돌며 책을 고른 뒤 곳곳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평소 엄마가 배를 타고 군산까지 나가 책을 사다준다는 세진이(12·개야도초교 5학년)는 소설책을 두 권 골랐고, 곤충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진혁이(12·식도분교 5학년)는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를 집어들었다.
마음껏 책을 읽은 뒤 아이들이 찾은 곳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각종 체험시설 앞에서 성곽을 쌓았다 허물고, 신라시대 금관을 써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분 벽화에 새겨진 동물과 사람 모습을 탁본하고, 역사 낱말 맞히기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
저녁식사를 마친 뒤엔 서울 나들이 첫날의 마지막 코스인 N서울타워로 향했다.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놓여 있는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연신 “우리 위도는 어디 있어?” “식도는?”을 외치는 아이들의 얼굴이 해맑기만 했다.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

<B>4</B>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참가자들이 기차 앞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앞줄 양복입은 이가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민병욱 위원장. <br><B>5</B>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는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


“큰 서점 방문하고 동화작가와 책 읽어 신난다”고 입을 모은 섬 마을 아이들

서울 나들이 둘째 날은 아침 9시30분부터 시작됐다. 서울역에 모인 아이들은 기차를 타고 동화 ‘칠공주집’의 작가 김향이씨, E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와 동화 기차 여행을 떠날 참이다. 아기자기 꾸며진 동화 기차는 임진각역으로 출발!
기차가 달리는 동안 김향이 작가는 어머니의 사랑을 강조한 동화 ‘칠공주집’ 일부를 읽어준 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고, “책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쑥쑥 자란다. 오늘부터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갖고 책을 읽으며 하나씩 실현해나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등장한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는 뿔테 안경과 고깔 모자로 분장한 채 ‘그동안 읽은 책 이름 대기’ ‘책으로 풍선 터뜨리기’ ‘소리 내서 책 읽기’ 등 책을 갖고 즐기는 게임을 진행해 분위기를 띄웠다. 처음에는 뒷자리에 떨어져 있던 아이들까지 앞으로 몰려앉아 두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퀴즈를 맞히겠다며 앞다퉈 손을 드는 등 기차 안엔 웃음과 열기가 가득했다.
기차가 목적지인 임진각역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30분. 통일연못, 자유의 다리, 평화의 종 등 임진강 주변을 둘러보며 자유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풍선놀이를 하며 또 한 번 들뜨기 시작했다. 함께 기차에 오른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기다란 풍선으로 강아지·왕관·요술 지팡이 등을 만들어주자 아이들은 직접 왕관을 만들어 책뽀 캐릭터에게 선물하는 등 흥미로워했다.
문구세트와 ‘책뽀’가 그려진 책가방, 모자, 티셔츠, 동화책 등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을 향해 출발한 아이들은 “풍선놀이와 게임도 좋았지만 큰 서점을 방문하고 동화작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말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시 기차’를 운행한 데 이어 두 번째로 ‘기차 여행’ 행사를 진행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민병욱 위원장은 “앞으로 혼혈아나 보호시설 아동 등 책 읽는 환경에서 소외돼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책뽀랑 떠나는 동화 기차 여행

<B>6</B> 임진각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br><B>7</B> N서울타워에서 서울의 야경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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