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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명희 기자의 스타 건강학

명상으로 마음 다스리고 자전거, 등산으로 몸매 가꾸는 김혜옥

“사랑하는 사람들과 잇단 사별의 아픔 겪은 뒤 명상 시작, ‘채움’보다 ‘비움’의 기쁨을 알게 됐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 ■ 헤어 & 메이크업·쟝피엘(02-3444-1704) ■ 의상 & 소품 협찬·닥스(02-546-7764) 크로커다일 레이디(02-541-7212) ■ 장소협조·위빠사나 선원(02-512-5255) 길상사(02-3672-5945) ■ 코디네이터·박미순

2006. 11. 23

단역 연기자로 출발해 뒤늦게 맛깔나는 조연 연기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김혜옥.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잇따라 잃고 고통에 시달리다 명상을 시작한 후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조용한 사찰을 찾아 명상을 하거나 자전거 등산 등 운동으로 심신을 다스린다는 그의 자기관리 비결을 들어보았다.

명상으로 마음 다스리고 자전거, 등산으로 몸매 가꾸는 김혜옥

푼수기 가득한 할머니(‘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부터 우아한 대통령 영부인(‘진짜진짜 좋아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상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는 탤런트 김혜옥(48). 브라운관에서는 꽉 찬 모습이지만 매일 오전 불교방송에서 ‘아름다운 초대’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시간이 나면 조용한 사찰을 찾아 명상하며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채움보다는 비움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얻는다는 것.
“조용히 명상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해요. 이렇게 편한 세상이 있는데 난 왜 매일 긴장을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푼수기 많은 모습만 봐온 사람들은 제가 명상을 즐긴다고 하면 깜짝 놀라곤 하지만요(웃음).”

Her Story “남편과 남동생 잇달아 떠나보낸 후 마음의 병 얻어 꼬박 3년을 누워만 지내기도 했어요”
“원래 성격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밝은 쪽으로요.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성격도 변하더라고요.”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성격이 밝아졌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그 반대가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는 예의 선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명상으로 마음 다스리고 자전거, 등산으로 몸매 가꾸는 김혜옥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자리에서 일어나 국어책도 못 읽는 수줍음 많은 소녀였어요.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연기의 매력에 빠져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소녀처럼 맑은 표정 뒤로 언뜻 슬픈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젊은 시절 그는 가난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3남1녀 중 장녀이자 유일하게 수입이 있었던 그를 ‘우리집 대표선수’라고 불렀다고.
“학창시절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출판사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다 서울예대 미대(야간)에 진학했는데 교수님이 연극을 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말없이 새침한 게 교수님 눈에는 남달라 보였나봐요(웃음). 수줍음이 많았지만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연극과로 옮겼고 거기서 연출을 공부하던 남편을 만나 스물두 살에 결혼을 했죠.”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연기도 재미있었지만 생활은 여전히 고달팠다. 생활고 때문에 80년대 중반 TV로 무대를 옮겼지만 데뷔 10년이 지나도록 좀처럼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정말 싫은 역할도 돈이 필요해서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원일기’에서 10년 동안 빨래하는 아낙 역을 했어요. 오랫동안 같은 역할만 하니까 어떤 PD가 ‘그 역할 아니면 못 먹고 사냐?’고 농담처럼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정말 그 배역이 아니면 먹고살지 못했거든요.”
그 무렵 그는 설상가상 남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간암이었다.
“그 사람을 영영 보지 못하게 됐을 때는 도저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어지럽고 온몸이 아팠어요. 의사를 찾아갔더니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흔히 이야기하는 ‘마음의 병’이었나봐요. 남편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그게 한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3년 동안 좋다는 병원을 다 찾아다녔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유언장까지 썼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 후 조금씩 증세가 호전됐다고.

명상으로 마음 다스리고 자전거, 등산으로 몸매 가꾸는 김혜옥

젊은 시절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답지 않게 고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김혜옥. 그의 건강 비결은 욕심내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인 듯하다.


“동생 소개로 공주 마곡사를 찾았는데 스님이 백팔 배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한 달 동안 매일 백팔 배를 했는데 그러는 사이 거짓말처럼 몸이 나았어요. 어지럼증이 심할 때는 꼭 죽을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지냈는데 몸이 낫고 나니까 허송세월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일 죽더라도 오늘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걸.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웃음).”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을 무렵 그는 또다시 동생을 암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착한 동생…. 그는 가만히 말을 멈췄다.
“먼저 간 사람들이 저한테 참 많은 걸 베풀고 떠났고 지금도 제 곁에 남아 저를 도와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은 제가 이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모두 먼저 간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픈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가슴이 따뜻해지죠.”

Mind Control “과거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곱씹어 보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구분돼요”
사랑을 받아본 사람일수록 베푸는 데 관대하다. 그는 텅 빈 자신에게 많은 걸 채워주고 떠난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더 큰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끔씩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잃고 내가 왜 사는 걸까’라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보면 단순해져요. 제가 누군가를 위해 할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거죠. 행복이란, 또 사랑이란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 숨어있나봐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부모님이 저를 보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혜옥, 너 잘 살고 있다’라는, 스스로 대견해하는 마음이 생겨요.”
그는 “‘고정된 나’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에는 욕심과 질투, 사랑과 기쁨 등 여러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 그는 그러한 모습 속에서 나쁜 것을 버리고 옳은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힘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고 한다. 자신이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를 떠올려 보면 된다는 것.



“처음 연극을 해서 번 돈 30만 원 중 만원을 제가 쓰고 29만원을 부모님께 드렸는데 그때 느꼈던 행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후로 돈이 생겼을 때 옷도 사보고 차도 바꿔보고 다 해봤는데 그때만큼 기쁘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유혹이 많긴 해요. 하지만 그 유혹이 영원한 행복을 주는 건 아니죠. 살면서 여러 가지 안 좋은 유혹에 시달리지만 과거의 경험을 곱씹어 보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없을까.
“가끔 헛헛할 때가 왜 없겠어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날 수도 있죠(웃음). 슬프다고, 외롭다고 혼자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세상에 나와 정신없이 일하고 또 세상을 사랑하고…. 그런 게 인생 아닌가요.”

Health Secret “저녁에는 소식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자전거 타며 건강관리 해요”
그는 또래 사람들에 비해 고운 피부와 몸매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몸무게는 20대 때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데 비결은 과식하지 않는 것.
“사람들이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냐’고 묻기도 하는데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요(웃음). 어릴 적부터 소식을 한 습관 때문에 조금만 많이 먹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소식을 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였는데 그런 습관이 굳어져 지금의 몸매를 만들어준 셈이죠.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고 아침은 좀 푸짐하게 먹고 저녁은 되도록 간소하게 먹는 편인데 특히 살이 좀 쪘다고 생각하면 움직이기가 불편해져 바로 식사량을 줄이고 간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아요. 그리고 불교방송에서 진행을 하다보니 전국에 계신 스님들이 직접 재배한 좋은 차를 많이 보내주세요. 녹차도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마시고 있어요.”
그는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습관이 돼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답답할 정도라고.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헬스와 재즈댄스, 에어로빅으로 몸에 탄력을 주고 시간 날 때마다 온몸에 땀이 흐르도록 산을 오른다고 한다.
“저한테는 산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지리산 종주도 몇 번이나 했는걸요. 또 대부분의 사찰이 산 속에 있다보니 자연히 산을 많이 오르게 돼요.”
요즘 그가 누리는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은 자전거를 타는 것.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서울 은평구에 있는 집부터 불교방송국이 있는 마포까지 자전거로 오간다고 한다.
“자전거 마니아인 가수 김창완씨 꾐에 넘어가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집에서 여의도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차를 타고 가는 시간과 비슷하죠. 꼭 살을 빼려고 하는 건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수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을 맞으면서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아마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런 걸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것 또한 삶의 큰 행복이 아닌가 싶어요.”
쉽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줄 알게 됐다는 김혜옥. 그를 만나 세 가지 큰 선물을 받았다. “그냥 보내기 미안하다”며 법정 스님의 산문집 ‘맑고 향기롭게’를 손에 쥐어준 그는 “입고 있는 바지가 독특하고 예쁘다”고 하자 그마저도 벗어 주었다. “저 이런 바지 많아요. 물건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 손에 들어가야 더 빛을 발하지 않겠어요”라며. 그가 준 마지막 선물은 베풀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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