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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드라마 속 숨은 얘기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아쿠아리스트·호텔 컨시어지·조향사·청와대 영양사…

글·이남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이준기‘프리랜서’

2006. 08. 24

아쿠아리스트, 호텔 컨시어지, 조향사, 청와대 영양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최근 방영된 드라마에 등장한 이색 직업이라는 점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극 중 인물들의 특별한 직업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그 주인공들을 만나 드라마와 현실의 같은 점, 다른 점을 알아보았다.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5만여 마리 물고기들의 엄마, 아쿠아리스트 장유진

“물고기가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정성껏 돌보고 있어요”
이른 아침 관람객이 없는 조용한 수족관. 에메랄드빛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수백여 종의 물고기들을 일일이 살피며 정성스럽게 먹이를 주는 한 사람이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아쿠아리스트 장유진 대리(30)다. 아쿠아리스트란 대형 수족관에서 고객이 관람할 수중생물을 사육·관리·연구하고, 전시회 등을 기획하는 사람을 말한다.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 성유리가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다이버를 연기하면서, 장 대리는 부쩍 아쿠아리스트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느낀다고 한다.
“요즘 들어 ‘아쿠아리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드라마 속 서하늘(성유리)의 직업이 아쿠아리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수습 다이버예요. 물고기들과 함께 수족관 안을 헤엄치며 쇼를 벌이는 것이 다이버의 업무라면, 아쿠아리스트는 수족관의 어류들을 직접 기르고 보살피는 일을 주로 합니다. 수조 청소, 물의 온도와 질 유지 등도 아쿠아리스트의 업무고요. 대학에서 생물학, 양식학, 수산학, 어병학 등을 전공한 사람이 아쿠아리스트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에요.”
부산 출신인 장 대리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동경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경대 양식학과에 진학했고, 지난 99년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 때부터 아쿠아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것. 현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근무하는 11명의 아쿠아리스트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체력 소모가 커 상대적으로 여성의 숫자가 적다고.
“수족관에 온 수십 박스의 물고기를 나르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합니다. 또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고기는 밤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야간 근무도 많이 해야 하고요. 그래도 애써 보살핀 물고기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힘든 걸 금세 잊어요. 최근 곰치들끼리 수조 내에서 영역 다툼을 벌이다가, 한 곰치의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내장과 알이 튀어나왔어요. 그 곰치가 죽을 줄만 알았는데 저희가 항생제를 뿌려주고 정성껏 돌봤더니 용케 회복한 거예요. 곰치 정말 대견하죠?”

아쿠아리움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수조 속에 뛰어드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
그는 수족관에 사는 6백여 종, 5만여 개체 어류를 엄마의 마음으로 대한다. 한 마리라도 먹이를 제대로 먹지 않는지, 부상을 당해 웅크리고 있는지, 기생충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정성스러운 눈길로 체크하는 것. “유난히 눈치 없고 행동이 느려 다른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다 뺏기는 복어에게 가장 마음이 쓰인다”는 그는 내년 대학원에 진학해 해양 생물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 제작팀은 아쿠아리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자 장 대리에게 종종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촬영 세트 역시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 마련됐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을까.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성유리가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다이버로 등장하는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실수투성이에 덜렁거리는 여주인공 영인(이보영)이 진정한 호텔 컨시어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이동건이 뛰어난 후각을 타고난 조향사로 등장하는 SBS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국내 최초로 청와대 주방을 배경으로 등장시켜 눈길을 끈 MBC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


“극 중에서 아쿠아리움 강동하 팀장(남궁민)의 집무실에는 수족관 풍경이 보이는데, 실제 팀장님 방은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모두 관람객을 위해 공개해야죠. 또 수조 안에 쓰러진 하늘이를 구하기 위해 수족관 관계자가 아닌 오빠 건이(공유)가 물속으로 뛰어드는데, 이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족관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외부인 출입통제 구역이거든요. 다이버가 수조 안에 혼자 쓰러져 있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명이 수조 안을 청소하면, 다른 두 사람은 밖에서 거북이나 상어가 오는지 살피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상어보다 더 무서운 게 거북이에요. 상어는 보통 건강한 생물을 공격하지 않는데, 호기심 많은 거북이는 새로운 것을 보면 무조건 깨무는 습성이 있거든요(웃음).”
173cm의 키에 늘씬한 몸매, 화장기 없는 청순한 얼굴의 장유진 대리는 2004년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함께 일했던 남편(지금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만나 결혼했다. 아쿠아리움에서 그는 일과 사랑을 모두 성취한 셈이다. 수족관을 돌아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는 그는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까지 물고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할 물고기들을 여기에 가둔 게 늘 미안해요. 좁은 수조 속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물고기들이 이곳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호텔 입구에 서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컨시어지 김민정씨는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은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고객의 만능해결사, 호텔 컨시어지 김민정



“교통편 이용 안내부터 단추 달기까지 손님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드립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 들어선 순간, 입구 옆에 서있던 한 여성이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윳빛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환한 미소…. 단정한 바지 유니폼 차림의 그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의 5년 차 컨시어지, 김민정씨(28). 그는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에서 호텔 컨시어지를 연기한 이보영을 떠오르게 한다.

컨시어지는 원래 ‘문지기’를 뜻하는 말로, 호텔 투숙객의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교통편 및 호텔 이용 안내부터 손님이 놓고 간 짐을 찾아주는 일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도와주는 ‘전천후 해결사’이기도 하다.
김씨의 이미지는 실수투성이에 덜렁거리는 드라마 여주인공 영인(이보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호텔 안에서 구두를 벗고 바닥을 기어다니거나, 유니폼을 입고 외부로 나가는 극중 여주인공의 엽기적인(!) 행동은 현실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손님을 위해 헌신하는 여주인공의 노력만큼은 제대로 묘사됐다는 것이 김씨의 평가다.

유니폼을 입은 채 외출하고 근무 중 술을 마시는 행동은 원칙상 금지돼 있어
“드라마에서 영인이가 유니폼을 입은 채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가고, 심지어 상무(안재욱)와 그곳에서 소주를 마시고 돌아오는 장면을 보며 깜짝 놀랐어요. 근무 중 음주는 금지돼 있을뿐더러, 유니폼을 입고는 절대 외부로 나갈 수 없거든요. 영인이가 호텔 투숙객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손님들과 함께 화투를 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호텔에 맞선을 보러 온 손님의 옷에 단추가 떨어진 것을 알고, 자신의 단추를 떼서 달아주는 영인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공감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드라마에서 호텔 컨시어지들끼리 각종 서비스 정보를 적어놓은 비밀노트를 공유하는데, 저희도 그런 노트가 있어요. ‘호텔 인근에 어떤 음식점이 맛있다’는 류의 노트 속 생생한 체험담을 알려드리면, 고객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대학에서 관광통역을 전공한 김민정씨는 8년 전 이 호텔에 들어왔다. 3년간 호텔 카페에서 근무했는데, 고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시어지 업무에 매력을 느껴 이 일을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의 10명이 넘는 컨시어지 중 홍일점. 고객의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컨시어지 중에는 남자가 많다고. 그러나 김씨는 “여성이어서 컨시어지 업무에 더 유리한 것 같다”고 말한다.
“손님들은 여성 컨시어지의 안내를 받으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하세요. 제가 유일한 여성 컨시어지라서 그런지, 호텔을 찾는 손님들이 저를 잘 기억해주시고요. 언젠가 한 외국인 손님이 차량 예약을 잘못해서 진행하던 행사를 그르칠 뻔했는데, 제가 저희 호텔 차량을 이용하도록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훗날 그분에게 감사편지를 받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손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김씨는 “호텔 컨시어지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와 일본어 실력은 기본이며, 무엇보다 성실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컨시어지 업무는 오전, 오후, 야근 등 3교대로 진행되는데 그는 보통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한다고. 그는 체크아웃한 손님이 짐을 두고 가지 않는지 객실을 살피고, 체크인 손님을 안내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느라 일과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앉을 틈이 없다. 때로는 호텔을 지나가던 만취 손님이 ‘나는 왜 제대로 대접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거는 등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정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바로 호텔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미혼인 김민정씨는 여러 손님들로부터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말씀만으로 감사하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는 “컨시어지야말로 여성들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갈리마드 퍼품조향스쿨 원장 정미순씨는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에 조향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향기를 창조하는 마법사, 조향사 정미순
“향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합니다”
사람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감각은 바로 후각이다. 혹자는 “아내에게서 5월의 훈풍을 느껴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할 만큼 향기는 인간의 감성을 지배한다.
조향사 정미순씨(42)는 향기를 창조하는 마법사다. 새로운 향을 디자인 하고, 상품에 알맞은 향기를 입히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향수를 제작하는 것. 그는 2백50년 전통의 프랑스 향수회사 갈리마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갈리마드 퍼퓸조향스쿨(www.galimard.co.kr)을 운영하며 조향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에서 세계적인 조향사, 사라장을 연기한 김보연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를 통해 조향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기뻐요. 하지만 드라마가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길 보여주다 보니 조향사가 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하게 그려졌어요. 극 중에서 반하진(이동건)이 천부적인 후각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짧은 교육을 받고 대형 화장품 회사의 간판 조향사로 활약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향을 개발하는 업무는 초급 수준의 조향사가 할 일이 아니거든요.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1~3년 정도의 수련과정이 필요하고, ‘프로’로 인정받으려면 경력이 적어도 10년은 넘어야 합니다. ‘후각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나 쉽게 조향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죠.”

천부적인 후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1~2년 만에 대기업의 간판 조향사가 될 수는 없어
여고 시절, 조향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조향사의 꿈을 키웠다는 정씨는 기초지식을 쌓기 위해 연세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일본에서 조향과정을 공부한 뒤 한국의 프리랜서 조향사 1세대로 자리 잡았다. 그는 “향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여자 볼링선수를 위해 맞춤향수를 만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그 향수를 처음 뿌리고 나간 시합에서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 이제는 시합 때마다 꼭 사용한다고 해요.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한 남성 고객을 위해서는 옛 애인의 향기를 찾아 만들어드리기도 했고요. 방송국 아나운서 면접을 보러 가던 한 여성 고객도 맞춤향수를 뿌린 후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향기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줍니다.”
그렇다면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과거에는 프랑스나 일본의 조향스쿨을 수료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천연향료나 합성향료와 같은 단품 향료의 냄새를 기억하는 훈련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조합해 원하는 향과 같은 향료를 만드는 과정을 배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향료를 응용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향사는 화학 전공자가 많습니다. 대기업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화학을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프리랜서 조향사로 활동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화학 지식만 쌓아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조향사가 되려면 뛰어난 후각이 기본적으로 필요해요. 여기에 덧붙여져야 할 것은 꾸준한 교육과정을 이겨낼 인내심과 끈기입니다. 수백 가지 향을 기억하고 구별하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거든요.”
현재 한국에서 ‘프로 조향사’로 불리는 사람은 30여 명. 예민한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인만큼 조향사 중에는 여성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남성 조향사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대개 여자 향수를 만드는 사람은 남자고, 남자 향수를 만드는 사람은 여자입니다. 결국 자신의 향기를 맡고 느끼는 사람은 이성이잖아요? 이성이 끌리는 향수를 만드는 것이 보다 유리한 거죠.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여성 조향사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미순씨는 “향기 전문가가 되면 미래를 앞서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영업, 마케팅, 홍보 등 여러 분야에서 향기를 활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여름에는 라벤더나 시트러스향을 뿌리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며 여름나기 비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드라마 속 이색 직업 가진 4인 공개 ‘드라마와 같은 점 & 다른 점’

전직 청와대 영양사 전지영씨는 최근 푸드코디네이터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판 대장금, 전직 청와대 영양사 전지영

“청와대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잡채와 자장면이죠”
청와대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청와대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요리사, 영양사, 경호원, 사진사, 목수 등 청와대 직원들의 일상을 소재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 이 드라마의 자문위원 역할을 해준 전직 청와대 영양사 전지영씨(33)는 누구보다 꼼꼼히 극을 챙겨 본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제가 요리사인 봉순이(유진)의 모델인 줄 알고 계시는데, 사실 저는 안혜경씨가 연기하는 영양사 일을 했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조리사들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20년 넘게 일한 아주머니들이 많습니다. 물론 대통령 내외분이 머무는 관저의 조리장은 특급호텔 출신 일류요리사고요. 20명 정도 되는 조리사들이 본관, 춘추관(출입기자들이 머무는 곳), 비서실 식당 등을 돌아가면서 근무하는데, 관저에 발령받은 분들은 ‘꼼짝없이 과부가 된다’고 말합니다. 새벽 5시에 출근해 저녁식사 준비까지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래도 그분들에게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청남대를 방문할 기회가 생기기도 하죠. 드라마가 비교적 생생한 청와대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전씨는 국립의료원을 거쳐 95년부터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비서로 일했지만, 98년 청와대 영양사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면서 그가 전공을 살려 후임 영양사(9급)가 된 것. 그는 이후 4년 넘게 청와대 사람들의 식단을 책임졌다.

지금은 웃으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전지영씨는 4년 전 예기치 못한 일로 지독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지난 2002년 ‘청와대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라는 책을 펴낸 뒤, 청와대 보안시설의 기밀사항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 전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한다.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현직 청와대 직원이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을 썼으니 공무상 기밀누설이다’ ‘DJ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라는 비난까지 듣고 보니, 제 순수한 의도가 이렇게 왜곡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는 제가 청와대 영양사를 사칭했다는 억측까지 나돌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어요. 그 당시 힘겨워하는 저를 위로하고 다독여준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남편이죠. 4년 전에 비해서 요즘은 청와대에 대한 언급이 훨씬 자유로워졌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 그는 홍익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해 평소 하고 싶었던 푸드 스타일링 공부를 했다. 지금은 신흥대학 호텔외식경영 전공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토털 푸드 패션 디자인 회사 ‘PAPRIKA’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청와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는 아직도 치열하게 20대를 보낸 청와대를 잊지 못한다.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청와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설문조사하면, 인기순위 1위가 잡채였어요. 잡채는 그냥 먹어도 좋고 반찬으로 먹어도 좋은 부담 없는 음식이잖아요. 2위는 바로 자장면이에요. 아무래도 청와대에서는 쉽게 시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보니 직원들이 중국집 자장면 맛을 그리워했죠. 또 토요일 오전에는 금요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직원들을 위해 콩나물 해장국을 내놓곤 했습니다.”

신김치 좋아한 김대중 대통령, 적당히 익은 김치를 즐겨 먹은 이희호 여사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식성 역시 잘 기억하고 있다. 전라도 출신인 김 대통령은 홍어무침과 중국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김 대통령은 신김치를 좋아하는 반면, 이희호 여사는 적당히 익은 김치를 좋아해 관저 조리사들은 김치를 늘 두 가지 종류로 준비했다고 한다.
얼마 전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 핀란드 총리를 위해 준비한 고급 샴페인을 깨뜨린 봉순이가 복분자주를 곁들인 한국적 식단을 선보이며 위기를 극복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핀란드 대사는 자신의 건강까지 배려하며 식단을 준비한 봉순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그 장면을 보며 전지영씨도 옛 추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에서 ‘요리가 세계인의 마음을 이어준다’는 말을 실감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본관 식당에서 클린턴 대통령 수행비서들의 식사를 급하게 준비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제가 원래 준비한 메뉴는 갈비탕이었는데,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까봐 샌드위치도 함께 내놓았어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이 더 많이 먹은 음식은 바로 갈비탕이었어요. 갈비탕이 그들의 입맛에 잘 맞았는지, 한 그릇 뚝딱 비워낸 것을 보고 정말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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