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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컨설턴트 조진표의 ‘현명한 부자들의 자녀교육’

“넓은 안목 갖고 아이에게 다양한 세상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글·이남희 기자 / 사진ㆍ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4. 06

부자가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것은 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보통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전략을 갖고 있다. ‘부자연구포럼’의 설립 멤버인 와이즈멘토 조진표씨가현명한 부자들의 자녀교육법을 들려줬다.

교육 컨설턴트 조진표의 ‘현명한 부자들의 자녀교육’

와이즈멘토 대표 조진표씨는 “현명한 부자의 자녀교육법을 벤치마킹하라”고 말한다.


부자라고 해서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은 부모가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며 아이 교육에 소홀해 자녀를 문제아로 만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현명한 부자들의 자녀교육은 다르다. 그들은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며 인생의 지혜를 가르친다.
흔히 “돈이 있으면 무엇인들 못해?” 하며 부자들의 교육을 다른 세상 이야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결성된 ‘부자연구포럼(www.bujaforum.com)’ 설립 멤버인 와이즈멘토 대표 조진표씨(35)는 “현명한 부자의 자녀교육법을 벤치마킹하라”고 말한다. 부자연구포럼은 ‘21세기의 부자상’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모임. 이 포럼의 교육 전문가로 참가한 조씨는 진로 컨설팅업체 와이즈멘토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살려 ‘상류층 자녀교육법의 전도사’로 나섰다. 교육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류층 현명한 부모들을 만나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교육 노하우를 엿보게 됐다는 것이다.
“다양한 학부모를 상담하면서 저는 ‘부자 옹호론자’가 됐습니다. 물론 현명한 사고방식을 가진 부자에 한해서지요. 특히 남다른 시각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 성공한 부자들에게는 배울 것이 아주 많습니다.”
학자마다 ‘부자의 기준’에 대한 정의는 다르지만, 부자연구포럼의 경우 현금자산을 10억원 이상(부동산 자산은 20억~3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을 부자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조씨는 “재산과 함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까지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말한다.

학원 정보 수집에 급급하기보다 미래 유망 분야에 관심
조씨는 우리가 현명한 부자의 자녀교육에서 배워야 할 것으로 ‘거시적인 안목’을 첫손에 꼽는다. 특히 입시 정보를 수집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사실 공부 잘 하는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의사나 법조인이 되길 바랍니다. 현재 의사나 변호사가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직업을 이미 경험해본 부자 부모는 새로운 분야를 생각하게 됩니다. 유망한 직종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를 찾아온 한 변호사는 ‘자녀에게 법조인이 되라고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 정세를 잘 아는 인재로 자녀를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세상을 멀리, 넓게 바라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서 앞서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자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도 현명한 부자 부모에게서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부자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시간을 갖고 정보를 수집해 자본의 적정한 투입 시점을 따지듯이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한다는 것. 자녀가 부모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부모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다.
“국내 유명 물류회사의 대표가 찾아와 대학생 자녀의 취업 문제를 상담했습니다. 제가 ‘아버지 회사에 취직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더니, ‘아이가 바로 자신의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와야 내부 직원들에게도 인정받는다’고 하더군요. 결국 그 대표의 자녀는 다른 외국계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자녀가 바로 자신이 닦아놓은 탄탄대로를 걷도록 하지 않고, 차근차근 한계단씩 밟아 성장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한 로펌 대표의 부인은 자녀가 집안에 돈이 많다는 걸 알면 공부를 안 할까봐 교육 차원에서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으면 된다’는 식의 가르침이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란 걸 잘 알고 있는 거죠.”

교육 컨설턴트 조진표의 ‘현명한 부자들의 자녀교육’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설치된 자원순환테마전시관을 구경하는 어린이들. 자녀를 데리고 무료 체험학습장을 찾는 일만으로도 큰 교육이 된다.


교육에는 누구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부자 부모는 교육에서도 백화점의 명품 매장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상품을 찾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에서 골프, 승마, 수영 등을 가르치는 영어캠프나, 국내 유명 호텔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캠프 등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발굴한다. 비싸더라도 자신의 자녀만을 집중 관리해준다는 느낌이 드는 과외나 소형 강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

이렇듯 ‘교육 명품’을 선호하는 부자들의 교육전략에 대해 평범한 부모들은 괴리감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조진표씨는 “대한민국 입시교육시장에서 일반 부모들은 부자 부모들을 상대로 힘겨운 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면 게임을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생활 체험 중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주요 과목의 보충과외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여러 학원에 보내지요. 그러나 학원만 전전한 학생은 공부를 자기 것으로 소화할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부족한 한두 과목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명품 과외’를 시키는 것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그러나 ‘교육 명품’에 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체험하고 느낀 것만큼 세상을 이해한다. 부모와 어린 시절부터 공연을 보고, 박물관에 가고, 여행을 다닌 사람일수록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된다. 조진표씨는 “대단한 재력이 없어도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녀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공기업 연구원이 지난해 여름 두 자녀와 함께 두바이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하필 왜 그곳에 갔냐고 물었더니, ‘두바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더군요. 두바이에는 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7성 호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스키장과 골프장 등 특별한 볼거리가 많아요.
돈이 많아야만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를 데리고 무료로 운영되는 박물관이나 체험학습장, 전시회에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얻을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그곳에서 쌓는 거죠. 자녀와 견학한 후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벌이는 것도 중요한 공부입니다.”
현명한 부자들은 자녀가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조씨를 찾아온 고객 가운데 한 종합병원 원장은 고등학생 자녀가 과학자가 되길 꿈꾸자 대학 연구팀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한 기업체 고위간부는 고등학생인 자녀가 국제연합(UN)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도록 연결해주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상류층의 화려한 인맥 동원의 사례다. 하지만 누구나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자녀의 진로에 조언을 줄 만한 여러 사람이 생각날 겁니다. 지인 중 은행원이 있다면 자녀를 번화가에 자리 잡은 은행의 PB(Private Banking)센터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세요. 아이는 은행원과 대화를 나누며 금융업무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자녀가 진로를 결정하기까지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만나게 하십시오.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일하는 직장을 자녀에게 구경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10대 소년이,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에 가본 이후 부친을 존경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알게 된 거죠. 이후 그 소년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부자 부모들은 자녀가 국제적인 감각과 영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주려고 노력한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국제 정세를 잘 아는 인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자들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씨는 꼭 유학을 택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녀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해외 유학은 일반인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많은 부자들이 자녀를 유학 보낸다고 해서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유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임용고시나 사법고시에 도전할 경우 유학을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잖아요.
다만 자녀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주려는 부자들의 노력은 배워야 합니다.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세요. 좋은 영어교재가 많이 나와 있는 만큼 부모의 의지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자녀를 얼마든지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저렴한 가격의 영어캠프도 많이 있으니 정보를 꼼꼼하게 찾아보세요. 자녀가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되는 비결입니다.”

부자에게 배우는 자녀교육 노하우
미국계 경영자문회사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조진표씨는 2004년 진로컨설팅업체인 와이즈멘토를 창립하며 교육 전문가로 거듭났다. 경제와 교육 분야를 두루 섭렵한 조진표씨가 들려준 현명한 부자에게 배울 만한 자녀교육 정보.

▼ 차별화를 시도하라
상류층은 남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분야보다 자신의 능력을 특화시킬 수 있는 길을 발굴한다. 한 의사 부부는 국내 의료시장 개방에 발맞춰 201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사자격증을 취득해 시대의 변화에서 살아남고, 자녀에게는 영어를 습득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 상류층의 부모는 자신과 자녀에게 모두 득이 되는, 차별화된 진로를 모색한다.

▼ 중장기 계획을 잘 짜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가 유학을 준비할 때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하기 전 꼭 일본에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먼저 공부하면, 일본의 섬세함을 결코 배우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용 상무는 그 뜻을 받아들여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목에서 아들을 능력있는 CEO로 키우려는 아버지의 치밀한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중장기 계획을 잘 짜는 부모가 자녀를 성공시킨다.

▼ 부모가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라
자녀에게 “너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자녀에게 자칫 부모의 직업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세상의 다양한 직업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부모는 자신의 일을 자녀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은행원인 아버지에게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기자인 아버지에게 언론의 사명에 대한 이야길 들으며 자녀는 꿈을 키워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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