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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도전

올 3월 대학 강단 서는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

“딸을 가르치며 얻은 노하우로 ‘제2의 박세리’길러내고 싶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김형우 기자

2006. 02. 10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 박준철씨가 오는 3월부터 대학 강단에 서서 딸을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키워낸 노하우를 전수한다. “제 2의 박세리를 길러내겠다”고 포부를 밝힌 박준철씨가 들려주는 “내 딸 세리의 성공비결 & 가족 이야기”.

올 3월 대학 강단 서는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

박세리의 아버지이자 영원한 스승인 박준철씨. 그는 오는 3월부터 백제예술대 외부강사로 초빙돼 후학을 양성할 계획이다.


‘골프 여왕’ 박세리(29)의 아버지 박준철씨(55)가 전북 완주군 백제예술대학 스포츠레저학과 외래교수로 임용돼 오는 3월부터 대학 강단에 선다. 인터뷰를 위해 대전 유성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아직 교수님 소리가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후진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제가 말주변은 없지만 그동안 세리를 키우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전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려고 해요. 선수로 활약하고 싶은 학생들은 실기 위주로 가르치고 지도자가 되려는 학생들은 지도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가르칠 계획이에요.”
교수 임용이 확정된 후 그는 밤잠을 설치며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충실한 강의를 준비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그는 아내 김정숙씨(53)와 막내딸 애리씨(26)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미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는 박세리도 틈이 나면 한국을 방문해 강의 도우미로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아내와 막내딸이 같이 매달려 강의에 쓸 기사와 사진을 모으고 있어요. 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교수법에 관한 조언을 받고 있죠. 제가 교수로 임용된 걸 가장 좋아한 사람은 세리였어요. 세리도 언젠가는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제가 먼저 나서서 길을 닦아놓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세리는 좀 수월하지 않을까요.”

“공동묘지에서 훈련하는 저희 부녀 보며 미쳤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지만 사실 미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어요”
올 3월 대학 강단 서는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

프로골퍼 못지않은 골프 실력을 자랑하던 박준철씨는 대전 유성초등학교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하던 박세리에게 골프를 적극 권해 중학교 2학년 때(1991년) 정식으로 입문하게 했으며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딸의 성공을 이끌었다. 박세리는 98년 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 메이저대회 22승을 차지해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을 갖추었으나 10시즌 이상 LPGA 선수로 활약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2007년 시즌 종료 후 정식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세리가 어려서부터 운동에 자질이 있어서 뭘 시킬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달리기를 잘 해서 처음에는 육상을 시켰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미국 이민을 가서 그곳 아이들과 경쟁을 시켜보니까 다리가 긴 서양인을 이기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테니스를 가르칠까 생각해봤지만 그것 역시 키 때문에 포기했고 결국 골프를 시키게 됐죠. 제가 먼저 한국에 들어오면서 세리에게 골프채를 하나 쥐어주고 왔는데 3년 뒤에 다시 보니까 실력이 부쩍 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박준철씨는 스스로를 ‘엄한 스승’이라고 평했다. 딸의 담력을 길러주기 위해 공동묘지 옆에 텐트를 치고 숙박하며 골프 연습을 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

올 3월 대학 강단 서는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

주변으로부터 ‘미치지 않았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하게 박세리를 훈련시킨 박준철씨. 덕분에 박세리는 LPGA 통산 22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 입성을 앞두고 있다.


“세리가 골프에 한창 빠졌을 때 아무데서나 스윙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럴 바에는 담력도 기를 겸 공동묘지에서 훈련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당시 사람들은 그런 저와 세리를 두고 ‘미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다는데 사실 미치지 않고서야 성공할 수 있나요. 목표가 있으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죠.”
그는 박세리가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 조깅과 15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연습장으로 직행, 스윙과 퍼트를 지도했고 오후에는 함께 필드를 돌고 밤에는 스윙 폼을 교정해주는 강행군을 7년 동안 계속했다. 또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마인드 컨트롤법을 개발, 박세리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었다. 이런 박씨의 집념은 박세리가 훌륭한 골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를 보며 박세리도 성공을 다짐했다는 것.
“세리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제가 세리 뒷바라지에만 매달리니까 친구들이 다 떠나가더라고요. 그걸 곁에서 지켜보던 세리가 하루는 울면서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꼭 성공해서 보답할게요’라고 하더라고요. 제 딸이지만 고맙고 기특해서 세리를 부둥켜안고 참 많이 울었어요. 제가 세리를 만들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세리와 저는 동반자로 지금까지 같이 걸어온 셈이에요.”

“중매는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딸에게 어울리는 좋은 신랑감을 못 찾았어요”
박세리가 세계적인 선수가 됐지만 박준철씨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딸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예쁘게 자신을 꾸밀 나이에 필드에서 새까맣게 그을리며 운동에만 몰두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고.
“어려서부터 골프만 해서 친구를 사귈 틈이 없었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 있으니까 외로워도 함부로 그런 내색을 할 수도 없고…. 그래도 마음을 터놓을 언니와 동생이 있어서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박세리는 박준철씨의 세 딸 중 둘째. 디자인을 전공한 맏딸 유리씨(34)는 박세리의 골프복을 직접 디자인하고 있으며 아버지 아래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배운 애리씨도 매니저로 곧 박세리를 도울 계획이다. 박준철씨는 박세리 곁에 붙어 있느라 다른 두 딸을 챙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지만 두 딸도 사랑의 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했다고 한다.
“형제 중 하나가 성공을 하면 다른 형제들이 질투를 하기도 한다는데 저희 아이들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서로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하죠. 그것도 사실은 교육의 힘이에요. 어려서부터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게끔 가르쳤고 특히 편애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세리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특별한 상황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대화를 많이 했죠. 그리고 유리와 애리는 세리가 힘들어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자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는 또 아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세 딸을 반듯하게 키워낸 아내에게 그동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는 것.
“다른 집들의 경우 아버지가 야단을 치면 엄마가 뒤에서 몰래 감싸주는 것 같던데 세리 엄마는 제가 아이들을 혼내켜도 절대 간섭하지 않았어요. 아내라고 왜 안쓰러운 마음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아이들 교육만큼은 철저하게 저를 믿고 따라주었죠. 그 점이 참 고마워요.”
박세리 선수가 언제까지나 품 안의 자식일 수만은 없다. 서른을 코앞에 둔 박세리에게는 요즘 중매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한다. 박준철씨도 서서히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서른이 넘으면 결혼문제를 생각해보기로 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네요. 결혼해서 안정을 찾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소렌스탐 같은 선수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아직은 사귀는 사람이 없는데 여기저기서 중매가 많이 들어오네요. 사윗감을 고르는 데 특별한 조건은 없어요. 다만 세리가 좋아하고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현재 박세리는 미국에서 킥복싱 등으로 순발력과 담력을 키우며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부상 등으로 부진했던 딸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자신의 현장경험이 후학 양성에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올해 박준철씨의 바람. 그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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