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국경을 넘어

팝페라 테너 임형주와 ‘일본 팝계의 여왕’마쓰토야 유미의 특별한 우정

기획·강지남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제공·디지앤콤

2006. 01. 10

일본 최고의 ‘디바’ 마쓰토야 유미와 한국을 대표하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이 알려져 화제다. 지난 12월 초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공연을 가진 임형주는 마쓰토야를 게스트로 초대하기도 했다. 마쓰토야가 임형주를 ‘한국의 양아들’이라 부르며 든든한 음악적 후원자로 나선 사연.

팝페라 테너 임형주와 ‘일본 팝계의 여왕’마쓰토야 유미의 특별한 우정

마쓰토야 유미(51)는 일본의 전설적인 여가수다. 일본 음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오리콘 차트에서 무려 21개의 앨범이 1위를 기록한 바 있는데, 현재 일본 톱 여가수 3인방인 아무로 나미에, 하마자키 아유미, 우타다 히카루도 이 기록을 깨지 못했다고 한다. 1973년 싱글앨범 ‘답장은 필요 없어’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4천2백만 장의 앨범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그런 그가 지난 12월3일 임형주 전국투어콘서트가 열리는 경희대 평화의전당 무대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약관(弱冠)의 팝페라 테너 콘서트에 참여해 임형주와 함께 ‘스마일 어게인’을 부른 것. 이날 마쓰토야 유미는 “본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 노래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 한국과 중국에 반일정서가 일고 있어 ‘스마일 어게인’을 부르게 됐다”며 “‘스마일 어게인’은 아시아 각국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고 말했다. 임형주의 어머니 김민호씨(45)는 “마쓰토야씨는 형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국에 오신 것”이라며 “정말 감사하다”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마쓰토야 유미는 지난해 가을 임형주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후지TV의 ‘우리들의 음악회’라는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이 친구는 한국의 양아들”이라며 임형주를 소개했다. 이러한 그의 돌발적인 발언에 방송 관계자들은 물론 임형주까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임형주가 일본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일본 음악계의 프리마돈나가 저를 ‘한국의 나이 어린 아티스트’ 정도가 아니라 혈육 관계로 특별하게 표현해줘 무척 고마웠어요. 마쓰토야씨는 나이로 보면 어머니뻘이지만 외모만 보아서는 누나 같은, 참 따뜻한 분이세요.”
그는 또한 임형주가 지난해 11월 일본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의 초청을 받아 왕실 주최 파티에서 노래했을 때도 큰 역할을 했다. 평소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나루히토 왕세자는 그와 임형주가 아이치 엑스포에서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후 임형주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또 마쓰토야 유미가 TV에서 임형주에 대해 “클래식으로 신한류(新韓流)를 이끌 주인공”이라며 극찬하는 모습을 보고 왕실행사에 임형주를 초대하기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마쓰토야는 임형주가 일본에서 자리 굳히는 데 결정적 도움 줘
임형주가 마쓰토야 유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그는 일본에서 발표한 첫 앨범 ‘샐리가든’에 ‘봄이여 오라’라는 곡을 일본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했다. 이 곡은 마쓰토야의 대표곡으로 94년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1백만 장 넘게 팔린 곡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선곡해야겠다고 했더니 소니뮤직에서 ‘국민가요 중 하나’라며 이 곡을 추천해줬다고.
하지만 임형주는 당시에는 마쓰토야 유미를 만나지 못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8월. 아이치 엑스포 주최 측에서 폐막기념 콘서트 주제를 ‘아시아’로 정하고 아시아 각국의 대표싱어를 선정했는데 그때 한국 대표로 임형주가 선정됐던 것.
“마쓰토야씨와는 폐막송 연습을 하러 간 도쿄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일본 팝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분이기에 무척 도도할 줄 알았는데, 참 자상한 분이시더라고요. 한류 현상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셔서 3∼4시간 동안 녹음하면서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한국에서 팝페라의 인기는 어느 정도냐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팝페라 테너 임형주와 ‘일본 팝계의 여왕’마쓰토야 유미의 특별한 우정

12월3일 열린 공연에서 임형주와 마쓰토야 유미가 ‘스마일 어게인’을 열창하는 모습.


임형주는 마쓰토야 유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고 한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챙기는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았다고.
“제 목이 상할까봐 스태프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하셨어요.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부부가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이라며 자상하게 챙겨주셨지요.”
임형주의 어머니 김민호씨는 무엇보다 마쓰토야 유미의 완벽한 자기관리에 놀랐다고 한다. 유명 가수라 해도 녹음실에서는 대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편안한 옷차림을 하기 마련인데, 마쓰토야는 정장 재킷과 스커트는 물론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하고 깍듯이 한국의 나이 어린 가수를 맞아주었다는 것. 그는 임형주가 ‘스마일 어게인’의 한국어 가사를 알려줬더니 금방 따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한국에 와보신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셨어요. ‘마사지가 유명하다고 들었다’며 웃으시기에 ‘한번 초대하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정말 형주의 전국투어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걸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2박3일 동안 한국에 머문 마쓰토야 유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빨간색으로 가득했던 한국에 대한 인상이 무척 강렬했는데, 최근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한국어가 무척 부드럽고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두 사람은 일본의 연말 최대 가요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도 함께 출연할 계획이다.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가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또한 마쓰토야 유미의 공이 컸다. 마쓰토야가 이번에 출연을 결정하며 임형주를 추천한 것. 이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은 중국 상하이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아시아의 화합을 노래하는 ‘스마일 어게인’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부르게 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