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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가 알려주는 ‘강박증 대처법’

기획·강지남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지재만 기자

입력 2006.01.09 13:26:00

씻고 또 씻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병이다. 서울대병원 강박클리닉의 권준수 교수가 강박증 원인과 치료법, 그리고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강박증세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줬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가 알려주는 ‘강박증 대처법’

생머리인 강미정씨(가명·31)는 머리 손질하는 데만 하루 2~3시간씩 걸린다. 머리 감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길기도 하지만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욕실로 뛰어들어가 머리를 감기도 한다. 어느 날 그는 꼬불거리는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곧게 펴기 위해 헤어무스를 바르는 데 6시간을 썼다.
최옥분씨(가명·42)는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한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자기 손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10번 이상 손과 발을 씻어야 직성이 풀린다. 발을 씻을 때는 화장실 바닥의 더러운 것이 발에 묻을까 걱정돼 화장실 청소를 6~7회씩 한다. 식료품들은 슈퍼에서 사온 그대로 냉장고에 넣지 못하고 포장을 벗겨내 깨끗이 씻은 다음 미리 씻어 말려둔 비닐팩에 담아야 안심된다고 한다. 걸레는 하루에 5~6회 삶고, 설거지할 때는 그릇을 7~8회씩 헹군다. 하루 종일 쓸고 닦다 보면 금세 하루 해가 저문다. 항상 손을 물속에 담가놓고 사는 그의 손은 만성 습진에 걸려 있다.
서울대학병원 강박클리닉의 권준수 교수(47)는 “강박증이란 같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병”이라며 “그 생각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고 과도하다 해도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이 그 생각이나 행동이 저절로 떠올라 이상행동을 안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어떤 물건을 만지면 손에 더러운 게 묻은 것 같아 씻고 또 씻고, 문은 잠갔는지, 가스는 껐는지, 수도는 잠그고 나왔는지 의심되어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물건이 제자리에 없거나 제자리에 있더라도 대칭이 맞지 않거나 하면 불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등이 강박증의 대표적 증상이에요.”
권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성적(性的) 생각에 시달리는 강박증을 앓기도 한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와중에도 성행위하는 영상이 떠오르거나 남성 혹은 여성의 특정 부위만 자꾸 쳐다보게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에 대한 강박적 사고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고. 혹시 자신의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하며 틈나는 대로 아이에게 별일 없는지 확인해야 안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뾰족한 물건을 보면 자기 아이를 찌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위나 바늘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별로 쓸모가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무조건 모으기만 하는 탓에 집안을 온통 잡동사니로 가득 차게 만드는 주부 환자들도 있어요. 홀수에 불안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두 번이나 네 번씩 반복해 전화를 걸고, 항상 옷을 두 벌씩 사고, 휴대전화의 진동 횟수도 짝수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 견디지 못하곤 해요.”

강박증 치료사례

30대 초반의 주부 H씨는 항상 초등학생인 자신의 아이가 넘어져 피를 흘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이 들면 불안이 극도로 심해져 아이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한다. “불길한 생각이 들 때마다 아이의 즐거운 표정을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쉽게 줄지 않는다”는 것.

H씨는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 치료를 받았다. 아이에게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에 대항하는 다른 생각을 애써 떠올리기보다는 사고를 아예 중지하는 훈련에 들어갔다. 불길한 생각이 들 때 “중지!” 또는 “스톱!”을 크게 외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한 것. 이런 ‘사고 중지법’을 집중적으로 훈련받음으로써 H씨는 수개월 후 많은 진전을 보았다고 한다.


청결에 집착, 위험상황에 처한 자녀 상상, 성적(性的) 상상에 사로잡히기도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가 알려주는 ‘강박증 대처법’

강박증은 뇌신경 전달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뇌질환이다. 강박증상이 야기돼어 활성화 된 전두엽 부위.


권 교수는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손을 씻고, 밤새워 집안 정리를 하는 등의 강박적 행동을 하는 것은 환자 마음속의 고통이나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잠시 동안 고통과 불안을 해소시킬 뿐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는다고. 때문에 더욱 고통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강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 강박증 환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 없어 더욱 큰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 뇌신경학이 발달하면서 강박증은 뇌신경 전달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뇌질환임이 밝혀졌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뇌의 완와전두엽-미상핵-시상 등의 과잉 활성이 문제가 되고 유전적 경향이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 강박증 환자의 친척들 중 약 10%가 강박증을 가지고 있고, 또한 5~10%의 친척들이 아주 가벼운 정도의 강박증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강박증 환자의 자녀가 반드시 강박증을 가지지는 않는다. 유전적 성향이 한 세대를 뛰어넘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 성인기에 발병한 강박증보다는 소아기에 발병한 강박증, 투렛증후군(코의 경련, 얼굴을 찡그리는 현상, 발을 구르거나 몸을 꼬거나 구부리는 증세)이나 틱장애(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증세)를 동반하고 있는 강박증 환자들이 좀 더 유전적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양쪽 부모가 모두 강박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도 강박증이 나타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해 평균 20% 정도라고.
“강박증은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시작돼 서서히 발병합니다. 10대 후반∼20대 중반에 최고조에 달하며 증세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에요. 전체 인구의 2∼3%가 이 병에 시달리는 흔한 질환이지만 대부분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 참고 지내다가 오랜 시간 병을 앓게 됩니다. 강박증 환자들 중 15%는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고 알려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남자보다 여자가 강박증에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강박증의 발생비율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보다는 강박증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스트레스 자체가 원인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아이 출산, 이혼 등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강박증이 발병되거나 기존 강박증이 악화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특히 출산 후 각종 호르몬의 분비가 취약한 상태에서 강박증이 두드러지거나 악화돼요.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시집과의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산모의 경우 산후 우울증을 앓기 쉬운데, 이런 여성들에게 강박증상이 좀 더 많이 발견되기도 해요.”
뇌 이상과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줄인다고 완치되지 않아
현대인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강박적 성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두 치료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병적이냐 아니냐를 진단하는 기준은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을 강박증세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가’의 여부다. 강박증 초기증상을 열거하자면 △뚜렷한 목적 없이 빈둥거린다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지고 반복해 확인한다 △간단한 일을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꾸물거린다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잠을 자지 않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등이다. 따라서 가족 중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이러한 행동을 나타낸다면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박증 치료방법

▼ 약물요법
대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 약제를 투약해 신경증을 안정시킨다. 약물 치료는 최소 몇 주~몇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 인지행동 치료
‘씻기’ 강박행동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노출반응 방지법’이라는 인지행동 치료를 한다. 환자들이 피하는 더러운 옷, 쓰레기 등을 만지도록 한 후 손을 씻지 않고 견디도록 격려한다. 처음에는 1분, 다음에는 3분, 5분으로 견디는 시간을 늘려나가거나 아예 처음부터 10분 이상 참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 상상해왔던 부정적인 생각이 잘못된 믿음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 수술요법
발병한 지 5년 이상 지났고 약물이나 인지행동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뇌의 이상부위에 전극을 넣어서 전기로 직접적인 자극을 가한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가 알려주는 ‘강박증 대처법’

여성의 경우 아이 출산이나 이혼 등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강박증이 발병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권준수 교수는 강박증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이 질환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증상을 숨기려 하는데, 강박증은 치료받지 않으면 무한정 지속돼요. 뇌 이상과 관련된 질환인 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진다고 해서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가족들이 환자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태도가 필요해요.”
그는 또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약한 강박증세를 조심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 속에서 불안이 완전히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불안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요. 이러한 불안을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원치 않는 생각, 잡념이 들더라도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세세하고 중요하지 않은 생각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해요.”
그는 강박증 환자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에 신경을 쓰도록 하는 한편 평소 이완요법인 명상, 복식호흡 등을 하는 것도 강박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미 국립보건원의 강박증 자가 체크리스트
Part A

다음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Part B 또한 체크한다.

다음과 같이 불유쾌한 생각이나 이미지 때문에 괴로운 적이 있습니까?
1. 오염(더러운 것, 병균, 화학물질, 방사선)되거나 에이즈 같은 심각한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
2. 물건(옷, 식료품, 도구)을 정렬하거나 정확하게 순서대로 정리하는 데 과도한 관심
3. 죽음이나 무서운 사건에 대한 생각
4.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교적 혹은 성적 생각

다음과 같은 무서운 사건이 일어날 것 같아 많은 걱정을 하십니까?
5. 불, 도둑 혹은 집이 침수될 것 같음
6.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을 칠 것 같음. 혹은 자동차가 언덕에서 굴러 내릴 것 같음
7. 병을 퍼뜨릴 것 같음
8.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음
9. 내가 조심성이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음

다음과 같이 원하지 않는 혹은 어리석은 충동이나 욕망에 따라 행동할 것을 걱정하십니까?
10. 사랑하는 사람을 해칠 것 같음, 버스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밀어버릴 것 같은 충동, 보행자 길로 자동차를 몰고 갈 것 같은 충동,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질 것 같은 욕망, 손님의 음식에 독을 탈 것 같은 충동

다음과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 적이 있습니까?
11. 과도한 씻기, 청결 행동 및 손질하기
12. 전등, 수돗물, 난로 혹은 응급 제동기를 확인
13. 셈이나 정리벽
14. 쓸모없는 물건 모으기, 쓰레기를 갖다버리기 전에 다시 확인하기
15. 일상적인 행동(의자를 넣었다 뺏다 하거나 문을 들어왔다 나갔다 함, 담뱃불을 다시 붙임)을 정해진 숫자만큼이나 옳다고 느껴질 때까지 반복
16. 사물이나 사람을 만지고 싶은 필요성을 느낌
17. 쓸데없이 반복적으로 읽고 쓰는 행동, 봉투 붙이기 전에 편지를 반복 확인
18. 병의 징조를 살피기 위하여 신체를 세심히 관찰
19. 불길한 사건과 불유쾌한 생각과 관련이 있는 특정한 색깔(빨간색은 피를 상징), 숫자(4는 죽음), 이름 등을 피함
20. 죄를 고백해야 할 필요성이나 자신이 말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 위안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질문함



Part B


Part A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항목이 최근 30일 동안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체크한다. Part A의 항목 중 2개 이상에 해당되고, Part B의 점수 합계가 5점 이상이면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1. 하루 동안 이런 생각이나 행동에 몰두해 있는 시간은 평균 얼마나 됩니까?
0      1              2              3               4
       1시간 이하 1~3시간 3~8시간 8시간 이상

2.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습니까?
0               1        2        3        4
전혀 없음 약간 중간 심함 아주 심함

3. 얼마나 통제할 수 있습니까?
0              1        2        3        4
완전통제 많이 어느 정도 약간 불가능

4.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을 피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얼마나 자주 반복합니까?
0              1        2        3        4
전혀 없음 가끔 어느 정도 자주 항상

5. 사회생활이나 업무에 얼마나 지장을 줍니까?
0              1        2        3        4
전혀 없음 약간 확실히 많이 항상


여성동아 2006년 1월 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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