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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가 사는 법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이재용 아나운서의 싱글파더 스토리

“저를 꼭 닮은 아들이 잘 커가는 것을 보며 삶의 보람 느끼죠”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06. 01. 04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이재용 아나운서. MBC 아침 정보 프로그램 ‘아주 특별한 아침’과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2003년 이혼 후 4년째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파더이기도 하다. “자식교육이 방송보다 힘들다”는 이재용의 당당한 싱글파더 스토리.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이재용 아나운서의 싱글파더 스토리

지난 12월 초 이재용 아나운서(40)를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 MBC를 찾았을 때 그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현관까지 마중나와 따듯한 손을 내밀며 기자를 맞아주었다. MBC 아침 정보 프로그램 ‘아주 특별한 아침’과 ‘찾아라 맛있는 TV’,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을 맡아 방송과 라디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그는 피로 때문인지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메이크업을 해서 화면에는 잘 표가 나지 않는데 요즘 입술이 자주 터요.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는 건 아니지만 저를 찾는 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크죠.” ‘아주 특별한 아침’을 6년째 진행하고 있는 그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요즘 같은 겨울, 쌀쌀한 새벽바람을 가르며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다”며 소탈하게 웃는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찹쌀떡을 자기 전에 꺼내 두었다가 아침에 따끈한 차와 함께 먹고 나오면 속이 든든해요. 아침 방송만 할 때는 낮에 가끔 꾀를 부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저녁 라디오 방송까지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얼마 전 ‘아주 특별한 아침’을 함께 진행하는 최윤영 아나운서와 함께 제6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MC부문 포토제닉상을 수상했다. 그는 “카메라맨들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가 진행하는 방송은 한결같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탈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방송에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부모님께 감사해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나 성적에 찌들어 살았다면 이런 낙천적인 성격을 갖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부모님은 제가 무엇을 하든 믿고 맡겨 주셨거든요. 지금도 제가 재혼을 했으면 하는 눈치지만 밖으로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세요.”

“아이가 잘못하면 매를 드는 대신 좋은 글귀를 반복해서 쓰도록 하죠”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이재용 아나운서의 싱글파더 스토리

올해로 방송 경력 14년째인 이재용 아나운서는 욕심내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3년 결혼 11년 만에 아내와 헤어져 4년째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그의 아내는 서울대 출신으로 외국 유학을 다녀온 재원. 그는 이혼 배경에 대해 “당시 아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아내와는 왕래가 없지만 아들 지호(13)는 일주일에 두 번씩 엄마에게 보내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만 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죠. 그런 아내에게 가정주부의 역할만 기대했던 것 같아요. 부부는 서로 맞지 않으면 이혼을 할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부모가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은 아이를 일주일에 두 번씩 엄마에게 보내 영어와 수학을 배우도록 하는데 그 친구가 아이를 잘 가르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대신 다른 학부형들과 함께 순번을 짜서 학원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독서 토론도 하는 등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고 한다. 아들은 지난해 1학기 전교 어린이 회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아들 녀석의 선거 모토가 ‘신나고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자’였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4학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으면 6학년들이 비키라고 했다는데 녀석이 보기에도 그게 옳지 않게 여겨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4학년들도 6학년이랑 같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것을 포함해 신나는 학교를 만들자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대요.”
아들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팔자걸음에 해산물을 좋아하는 식성까지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에게 성적보다 건강과 인성을 강조한다고.
“아들에게 100점은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100점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어요. 학생이 모자란 구석이 있어야 선생님도 가르칠 맛이 나지 않겠어요?(웃음) 한두 개 정도는 틀려도 칭찬을 해주고 세 개 이상 틀리면 ‘이제 공부 좀 해야겠다’고 경고를 하죠.”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이재용 아나운서의 싱글파더 스토리

4년째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재용 아나운서. 팔자 걸음까지 아버지를 쏙 빼닮은 그의 아들은 전교 어린이 회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공부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한다고.
“아이와 외국 여행을 갔다가 ‘껌을 사와보라’고 시켰어요. 영어를 잘 못하니까 자기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고요. 또 ‘아빠가 아나운서인데 국어가 형편없으면 창피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했더니 국어에도 신경을 쓰는 눈치예요. 그런데 하루는 ‘녀석이 국사는 왜 공부해야 하느냐, 과거는 빨리 잊고 새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묻더군요.”
아들의 재치 있는 질문에 허를 찔린 그가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은 독서. “그 문제에 대해 일주일에 두 번씩 책을 읽고 토론하자”고 제안한 것. 그렇게 시작한 독서 토론은 요즘 과학, 인문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고.
“독서 토론을 시작한 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점차 나아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교내 발표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죠.”
그는 아들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매를 드는 대신 좋은 글귀를 반복해서 쓰게 한다.
“얼마 전에는 조계종 새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소개한 ‘심불참(心不懺) 면불괴(面不愧) 요불굴(腰不屈)’이라는 글을 서른 번 쓰도록 했어요. ‘마음은 후회 없이, 얼굴은 부끄럽지 않게, 허리는 구부리지 말라(아첨하지 말라)’는 뜻인데 남자라면 한번쯤 마음에 새길 만한 문구인 것 같아요.”
그는 활달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지호가 언론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소소한 일상 전하는 프로그램이 좋아요”
그가 새로 진행을 맡은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95년부터 청취자들의 따뜻한 삶의 사연들을 소개하며 사랑받아온 장수 프로그램. 입사 초 심야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후 10여 년 만에 라디오 진행을 다시 맡은 그는 청취자들로부터 ‘돌쇠’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입사 초기 정수기 물통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그에게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 ‘돌쇠’였는데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는 정겹고 친근한 의미의 ‘돌쇠’로 불리고 있는 것.
“사투리를 써가며 사연을 읽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고참인 최유라씨한테 많이 배우고 있죠.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부담도 크지만 따듯한 사연을 전하는 보람도 커요. 매끄럽게 잘 쓴 글보다 글씨도 못 쓰고 철자도 틀린 편지에 감동적인 사연이 더 많더라고요.”
아나운서를 꿈꾸던 대학시절 공부보다 방송동아리에 매달렸고 심지어 군대시절 대북방송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다는 이재용 아나운서. 이제 경력 14년의 베테랑이 된 만큼 중량감 있는 정통 시사 프로그램에 욕심을 낼 만도 한데 그는 아직도 “소소한 일상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한다.
“방송은 서비스업이에요.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임무죠. 물론 ‘방송을 이 정도 했으니 정통 시사를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치나 경제뿐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 시사예요. ‘아주 특별한 아침’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위한 눈높이 시사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 호응도가 좋은 편이에요. 주부들이라고 해서 다이어트나 요리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건강을 자신했던 그는 지난해 5월 급성 A형 간염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무엇보다 술을 좋아하는 게 화근이었다. 때문에 요즘은 술을 주 1회 정도로 제한하고 등산과 헬스 등으로 건강을 챙기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한다고 한다.
“마흔이 되면서 통이 좀 커진 것 같아요. 전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틀렸다’고 생각하고 외면했는데 이제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대화로 풀어볼 생각을 하죠.”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일을 열심히 하고 싶고 아들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고 답하는 이재용 아나운서. 그의 뒷모습도 그가 내민 따듯한 손처럼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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