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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정복자의 야망 생생히 그린 ‘스핑크스 앞의 보나파르트’

2006. 01. 04

정복자의 야망 생생히 그린 ‘스핑크스 앞의 보나파르트’

장 레옹 제롬(1824~1904), 스핑크스 앞의 보나파르트, 1867~68, 캔버스에 유채, 30.2×45.6cm, 카이로, 외교 클럽


“병사들이여, 이 피라미드 위에서 사천 년의 역사가 제군들을 굽어보고 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중에 자신의 군대를 향해 외친 말이라고 합니다. 이집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하나지요. 그 위대한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입니다.
장 레옹 제롬이 그린 ‘스핑크스 앞의 보나파르트’는 그 유명한 상징물과 정복자 나폴레옹이 처음으로 만난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말을 탄 채 스핑크스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스핑크스와 싸움이라도 한 판 할 태세입니다.
이렇게 긴장된 모습을 보니 오이디푸스 일화가 생각납니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지요. 테베로 향하던 오이디푸스가 그 길목을 지키던 스핑크스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자의 몸과 여자의 얼굴을 한 이 괴물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문제를 내어 풀지 못하면 모조리 죽여버렸다고 합니다.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이라는 유명한 수수께끼가 바로 스핑크스의 질문이었지요. 이 질문에 오이디푸스는 주저하지 않고 “답은 인간”이라며 간단히 풀어버렸습니다. 이에 굴욕감을 느낀 스핑크스는 바위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고 하지요. 악명 높은 괴물로부터 자유를 얻은 테베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오이디푸스를 그들의 왕으로 삼았습니다.
이 그림에서 제롬은 나폴레옹을 이집트의 오이디푸스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야말로 이집트에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줄 영웅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와 같은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일 뿐 정복당하는 입장에서는 또 한 사람의 압제자일 뿐입니다.
배경에 개미처럼 보이는 프랑스 군인들과 나폴레옹 뒤로 보이는 장군들의 그림자가 이 태고의 땅을 지배하려는 정복자들의 굳은 의지와 야망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이집트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리엔트 문명에 속합니다. 오리엔트 문명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서 번성한 문명으로, 지금으로부터 5천여 년 전에 국가가 성립되고 문명이 시작됐습니다.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시작된 이집트 문명은 태양신을 숭배하며 영혼의 불멸과 심판을 믿었고, 이 시기에 기하학과 수학, 측량술 등이 발달했습니다.
정복자의 야망 생생히 그린 ‘스핑크스 앞의 보나파르트’
이주헌씨는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 전문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세 아들, 입양한 딸과 함께 살며 집필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밀이 담긴 명화 이야기’ ‘명화를 통해 보는 전쟁 이야기’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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