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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웃으며 살아요

김영식 교사의 '웃음 건강학'

“웃으면 피부가 탱탱해지고 위장과 심장이 튼튼해지고 정력에도 좋아요”

글·최호열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12.14 14:25:00

낮에는 학생들에게, 방과 후엔 직장인과 시민들에게 웃음을 가르치는 이색 교사가 있다. 풍물과 요가, 스트레칭에 웃음을 가미한 ‘웃음요가’를 개발해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영식 교사가 그 주인공. 가족을 셋이나 잃는 슬픔을 겪으며 웃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그가 들려준 가슴 찡한 웃음이야기.
김영식 교사의 '웃음 건강학'

늦가을 주말, 전남 장성군에 있는 한마음 환경농업교육장에선 색다른 강연이 펼쳐졌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강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충남 청양군에서 오셨다고요. 청양고추 한번 먹어보니까 겁나게 맵더만, 진짜 매운 사람들이 왔네요잉.”
때로는 장구가락에 맞춰 타령을 부르며, 때론 직접 요가 시범을 보이며 청중들이 배가 아프다고 손사래를 칠 때까지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 강사는 김영식씨(40). 전남 장성군 삼계중학교 체육교사인 그는 평일엔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방과후나 주말엔 공무원, 시민,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웃음특강을 펼치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 recyoga)는 회원수만 1천8백 명이 넘을 정도. 최근엔 ‘웃음요가 교본’을 펴내고 웃음요가 강사 양성까지 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웃음 전도사인 셈이다.
“성공한 인생이냐 아니냐는 죽을 때 웃느냐 아니냐로 결정되잖아요. 고단한 인생은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어요. 즐겁게 살면 얼굴도 편안하고요. 밝은 얼굴이 좋잖아요.”
그는 웃음의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웃는 순간에는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뇌가 맑아지며 웃을 땐 옆에서 때려도 아프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음은 정신건강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많이 웃으면 피부가 탱탱해지는 것은 물론 위장병에도 좋고 심장도 튼튼해진다고 한다. 또한 웃다 보면 항문과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남녀를 불문하고 정력이 좋아지고 변비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고.
“간단하게 말하면 웃으며 살면 좋다는 건데 살면서 웃는 게 참 힘들잖아요. 그래서 웃는 연습을 하자는 거예요. 억지로라도 웃어야 해요. 한 연구소에서 실험을 했는데 억지로 웃는 것도 즐거워서 웃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요. 즐거워서 웃기도 하지만 웃으니까 즐거워지기도 하는 거죠. 중요한 건 웃을 땐 15초 이상 웃어야 효과가 있어요.”
그는 아침에 잠이 깨자마자 눈을 뜨기 전에 활짝 웃으라고 권했다. 그러면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쳐다보며 쫓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고 즐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여동생, 형을 잇달아 잃으며 극심한 우울증 앓기도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처럼 밝은 미소를 가진 김씨는 뜻밖에도 가족을 잇달아 3명이나 잃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었다. 그 모든 아픔을 ‘웃음’이 감싸주었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너무 약했대요. 어머니가 들에 내버렸다가 다음 날 아침까지 살아 있어서 다시 데려왔다고 하더군요. 전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게다가 아버지가 일찍부터 앓아 누우셨으니 집안에 웃음이 있을 리 없었죠.”
그때만 해도 사정은 나았다. 아프시긴 했지만 가족의 울타리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 2학년이던 해에 돌아가셨다.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폐결핵이 심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가장이 되었어요. 형과 누나는 돈을 벌기 위해 객지로 나가 제가 집안에서는 유일한 남자였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공부했어요.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웃고 즐길 여유가 없는 사춘기를 보냈죠.”

김영식 교사의 '웃음 건강학'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고 이젠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여동생이 아프다며 드러누웠다. 동네 병원에선 감기라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큰 병원에 가자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백혈병이란 진단을 내렸다. 그것도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며 입원 한 달 만에 퇴원조치를 내렸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동생을 업고 택시를 타고 오는데 동생의 코로 입으로 귀로 피가 쏟아지는 거예요. 백혈병은 한번 피가 터지면 지혈이 안 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졌죠.”
여동생은 퇴원 후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비만 와도 눈물이 나고, 술만 마시면 동생이 생각나 무덤을 찾아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잠이 들면 동생이 너무나 생생하게 나타나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의식을 잃을 정도로 술에 취해야 잘 수 있었죠. 그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술에 취하니 성격이 자꾸 거칠어지더라고요. 전에는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때는 그럴 정신도 없었어요. 너무 힘들고 지쳐 인생을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정신을 차리자’는 생각과 ‘차라리 생을 포기해버리자’는 생각이 끊임없이 교차했다는 그는 특전사 장교를 지원했다고 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그곳의 훈련을 받다 보면 죽든지, 새 삶을 찾든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위험하다는 훈련은 뭐든 앞장서서 했어요. 비행기에서 공중낙하를 하는데 낙하산끼리 부딪치는 위험한 상황도 겪었고, 낙하산이 안 펴지다 지상 500m 지점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펴져 살아난 적도 있어요. 줄 없이 건물 옥상에서 내려오다 떨어진 적도 있고요.”
극한 상황을 겪으며 동생을 잃은 슬픔을 잊어갈 무렵 이번엔 형이 아프다며 느닷없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 검사 결과 위암 말기 판정이 내려졌고, 어떻게 손써볼 겨를도 없이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의 절반이 요절을 한 셈이었다.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92년 군 제대 후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석 달째 되던 날 그가 숙직하던 학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고, 집안에 상습적으로 도둑이 드는 등 시련이 이어졌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꽉 막힌 가슴이 풀리질 않았죠. 그게 화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봐야 했어요. 술을 마시면 눈물이 나고, 화가 치밀고…. 이러다 정말 죽어버릴 것 같더라고요. 차라리 죽어버리자는 생각도 수없이 했어요.”
하지만 생각을 다잡은 그는 가슴에 맺힌 울분을 풀기 위해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판소리를 하면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전통무예와 요가를 배웠다. 웃음이 슬픔을 잊게 해줘 정신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좋다는 말을 듣고 레크리에이션을 배워 강사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우울증이 생기니까 스트레스가 쌓이고, 위장병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살아야겠다 싶어 레크리에이션을 했는데,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좋아졌어요. 그래서 웃음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죠.”
판소리 안에 있는 해학, 풍물에 있는 신명이 한국인들의 정서에 가장 맞는 웃음이라고 생각한 그는 95년부터 풍물, 전통무예, 요가, 레크리에이션 등에 웃음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요가 스승이 “우리나라 수행문화는 너무 고루하고 엄숙하다. 재미있게 하는 수행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저도 요가강사 자격증이 있지만 솔직히 요가가 재미는 없어요. 어떤 면에선 힘들고 지루하죠. 그래서 재미있는 요가법이 없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까 인도와 미국에 ‘래핑요가(웃음요가)’라는 게 있는데 우리와는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맞는 ‘웃음요가’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큰 병 앓은 아이들도 웃음 통해 건강 빨리 회복해
김영식 교사의 '웃음 건강학'

중학교 체육교사인 김씨는 학생들에게 웃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웃음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한국적 웃음요가’ 이론은 완성했지만 솔직히 스스로도 그 효과를 자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의 자녀를 통해 그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고.
지난해 첫째 딸 은서(9)가 복막염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일찍 발견했으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을 아이 혼자 끙끙 앓다 그만 염증 부위가 터져버린 것. 게다가 수술한 부위가 곪아 재수술을 하는 등 큰 수술을 연이어 세 차례나 해야 했다고 한다.
“회복이 무척 더딜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도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서인지 많이 힘들어했고요. 그래서 전 아이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억지로라도 웃도록 했어요. 배가 아파 웃지 못하겠다고 하기에 얼굴 표정만이라도 웃으라고 했죠. 그런데 아이는 웃기 시작하면서 회복속도가 훨씬 빨라졌어요.”
둘째 아들 낙원이(6)도 올해 초에 뇌수막염을 앓았는데 역시 많이 웃게 했더니 다른 아이들보다도 회복속도가 훨씬 빨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술과 투병생활에 대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완전히 떨쳤다는 거예요. 크게 아팠던 아이들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밝아요. 웃음 덕분이죠.”
그는 지금도 아침이면 잠에서 깨자마자 온 가족과 함께 크게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이면 온 가족이 함께 웃음요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한다.
“즐겁게 웃는 것처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웃다 보면 내 안에 힘들고 슬픈 것이 녹아내리기 시작해요. 웃기 시작하면서 저 자신이 바뀌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어요.”
지난해부터 자신이 연구했던 요가와 레크리에이션에 웃음을 결합한 웃음요가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김씨는 전국적으로 웃음이 생활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며 간단한 웃음요가 동작 몇 가지를 일러주었다.




여성동아 2005년 12월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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