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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예방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이를 닦듯 하루 세 번 3분씩 남편과의 감정찌꺼기를 닦아내면 부부갈등이란 없어요”

글·최호열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12.14 14:09:00

‘이민 가지 않고도 우리 자녀 인재로 키울 수 있다’로 우리에게 새로운 자녀교육법을 제시했던 최성애 박사가 이번엔 부부갈등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지침서를 펴냈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한 동갑내기 남편 조벽 교수와 남다른 부부금실을 자랑하는 그를 만나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지혜를 들어보았다.
‘이혼을 예방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지난 10월부터 KBS 교양 프로그램 ‘주부! 세상을 말한다’와 EBS 라디오 ‘부모의 시간’을 통해 부부학 강의와 부부문제 상담을 하고 있는 최성애 박사(49). 교수들에게 강의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한 남편 조벽 미시간대 교수(49)와 함께 2002년 자녀교육서 ‘이민 가지 않고도 우리 자녀 인재로 키울 수 있다’를 펴내 자녀교육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그가 이번엔 부부갈등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지침서를 펴냈다.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가 그것.
“남편이 지난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안식년’이에요. 10년에 한 번씩 1년 동안 강의를 안 하는 거죠. 그래서 1년간 한국에 머무는 중이에요. 현재 하고 있는 방송출연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지금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부부문제를 상담해줄 전문가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과 함께 부부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일러줄 대중강연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그가 부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4년 결혼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조벽 교수와는 미국 유학 중에 친하게 지내던 선배 언니의 소개로 만났다고.
“제가 다니던 대학의 여자 선배였는데 무척 잘 챙겨주셨어요. 집으로 데려가 밥도 주고 친언니처럼 정말 잘해주셨어요. 그땐 몰랐는데 그러면서 저를 죽 관찰하셨던 모양이에요. 2년 반쯤 지났을 무렵 슬쩍 자기 남동생을 만나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남동생이 남편이에요.”
그는 조벽 교수와의 첫 만남에서 ‘이 남자와 결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생각과 지향점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합치는데 각자 읽은 교양서적까지도 같은 게 많았다고.
“결혼은 미국 시카고에서 했지만 전통혼례로 했어요. 그때 문득 연지곤지를 찍고, 혼례상에 기러기를 놓는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물어봐도 정확히 아는 분이 없었어요.”
당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논문을 준비하던 그는 호기심을 풀기 위해 논문준비를 잠시 멈추고 결혼의 상징문화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의 전통혼례를 연구하다 중국, 일본, 인도, 그리스, 독일 등 전 세계의 혼례문화로 넓혀갔다. 그는 보다 풍부한 자료를 얻기 위해 시카고에 있는 이민 1세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미국은 요즘 우리나라처럼 이혼율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주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아왔던 그는 노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부부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결혼생활의 종착이 이렇구나’ 하는 걸 느끼게 돼요. 부부문제에 대해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이잖아요. 한 할머니는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기는커녕 바람피우고 돈을 탕진하는 등 나쁜 짓은 골라가며 하면서 속을 썩였다고 해요. 지금의 젊은 주부였으면 당장 사생결단을 내렸겠죠. 그런데 그 힘든 시기를 넘기니까 지금은 웃으며 추억처럼 말을 하더군요. 함께 있던 할아버지가 ‘젊었을 땐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한다’며 계면쩍은 미소를 짓는 걸 보며 ‘남편이 나쁘다고 해서 헤어지지 않고 그걸 극복하면 또 다른 부부생활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부부갈등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격 차이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생기는 것
결혼생활은 오랜 시간 이어지는 긴 여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긴 여정의 전체를 보지 않고 어느 한순간만을 보고 판단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 부부간의 갈등이 있을 당시엔 그 갈등이 전부인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이혼을 예방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저는 부부문제를 연구할 여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친언니가 5명, 시누이가 5명이나 되었거든요. 10쌍의 부부를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까 부부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중엔 ‘이 나이쯤이면 이렇구나, 저 나이면 저렇구나’ 하는 걸 예측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결혼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최근 이혼한 부부들의 가장 큰 이혼 사유가 ‘성격 차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격 차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부부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참을 만큼 참아왔다’는 게 전부라고.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는 성격 차이겠지만 원인을 차분히 따져보면 정서 결핍이에요. 그게 부부 사이를 각박하게 하고 힘들게 해요. 게다가 정서 결핍을 메워줄 다른 사람도 없어요. 그래서 어떤 일로 부부가 부딪치면 자동차의 범퍼처럼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치명적인 충격이 되는 거죠.”
그는 지금 당장 자기 부부의 라이프 통장을 점검해보라고 충고했다. 즉 삶의 4가지 요소인 ‘재정’ ‘건강’ ‘정서’ ‘인간관계’를 점검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적금을 붓듯 채워놓으라는 것.
“한국의 결혼생활은 경제논리에 치우쳐 있어요. 다른 요소와 밸런스가 안 맞으니까 삐걱거리는 거예요. 몇 년 전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정서 부분에서 딱 막혀 있어요. 인간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최성애 박사는 자신도 결혼생활에서 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결혼하면서 우린 남편이 먼저 경력을 쌓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했어요. 이를 위해 제가 양육과 집안일을 주로 했지만 처음 10년 동안은 어려움이 없었어요. 저를 지극히 사랑해주는 부모님과 고모가 계셨거든요. 정서 통장이 늘 꽉 차 있었던 거죠. 그래서 남편에게 기대고 요구하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니와 고모가 잇달아 돌아가시면서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소리 없이 내조를 하던 제가 갑자기 요구하는 게 많아지니까 처음엔 남편이 놀라더라고요. 하지만 대화를 통해 조정을 했고,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이혼을 예방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이혼을 예방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그는 자신의 경우처럼 부부의 라이프 통장을 점검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요리법을 배울 때도 초보 주부 1백 명보다 요리선생 10명에게 배우는 게 낫듯이 부부관계를 제대로 리모델링하기 위해선 행복한 부부의 모델을 찾아 따라 배우는 게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자라는 사람을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배우자와의 관계를 고치는 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위해 그는 먼저 부부관계를 어지럽히는 결혼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가사분담 50대50의 원칙’을 버려야 한다는 것.
“제가 결혼할 당시 미국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가사분담 50대50’이 무슨 철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부부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아이를 좋아해서 자주 놀아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남편의 가사분담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결혼해서 니거 내거 따지면 둘 다 목표 이루기가 힘들어져요.”
그는 결혼할 때 다니던 대학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떨어져 살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느냐, 논문을 뒤로 미루고 남편과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그는 주저 없이 남편과 함께 사는 걸 선택했다고 한다. 공부와 아이를 선택해야 했을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논문완성이 12년이나 늦어졌다. 대신 뒤늦게 논문을 쓰는 동안에는 남편이 아이 양육과 집안일을 전담해주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 순차적으로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부딪치는 게 없었어요. 만약 우리 부부가 동시에 공부를 하려고 했다면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기혼여성이 직장을 그만뒀다가 나이 들어 재취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10년 전과 지금이 다르듯이 10년 후는 또 다를 거예요. 지금 직장을 놓치면 영원히 놓친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세요. 가장 중요한 건 성공이나 돈이 아니라 아이들이고, 균형 잡힌 삶이거든요.”
‘섹스 없는 부부도 잘 산다’는 잘못된 상식도 버리라고 충고했다.
“동양문화에서는 부부간의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부치료를 하고, 부부관계를 연구할수록 섹스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단적으로 섹스에 문제가 없으면 부부관계에 에너지를 10%만 투자해도 충분해요. 그런데 섹스가 해결이 안되면 90%의 에너지를 투자해도 충족이 안돼요.”

결혼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낼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
다음으로 그는 남녀의 생리적·신체적 차이를 이해하고, 배우자를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서 통장부터 채워나가라는 것.
“저는 생활을 아주 단순화하고 매일 아침 일찍 30분 정도씩 명상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합니다. 비록 30분밖에 안 걸리는 운동이지만 이를 거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저 자신이 피로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줄어들더군요. 결국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그는 직장일이나 집안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70%만 쏟고 나머지 30%는 부모나 이웃, 친구 등 인간관계의 통장을 채우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직장과 집안일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결혼생활에 위기가 생길 뿐 아니라 부모와 이웃, 친구들도 다 잃게 된다는 것.
최성애 박사는 “결혼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낼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혼이 주는 혜택이 결혼이 주는 어려움을 훨씬 능가한다는 것.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화목한 결혼생활이라고 말한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부부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충고했다.



“한 학자가 부부문제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린 게 있어요. ‘부부 사이는 이를 닦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음식을 먹으면 이 사이에 찌꺼기가 껴 냄새가 나고 썩잖아요. 부부도 살다 보면 감정의 찌꺼기가 낄 수밖에 없어요. 그걸 매일 제거하지 않아 이가 썩으면 빼야 하듯이 부부도 이혼할 수밖에 없어요. 너무 괴롭고 아프니까요. 그래서 이를 건강하게 보호하기 위해 하루 세 번 이를 닦듯이 하루 세 번 배우자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부부 사이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보세요.”



여성동아 2005년 12월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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