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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립대 합격한 선린인터넷고 유학반 학생 5인의 공부법 공개

“국제기술자격증 취득하고 내신성적 70점 이상이면 미국 대학에 도전하는 게 가능해요”

기획·최호열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12.13 14:30:00

실업고등학교인 선린인터넷고 유학반 학생 14명 전원이 미국 중상위권 주립대학에 합격해 화제다. 민족사관고나 외국어고, 과학고 학생들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미국 유학의 꿈을 이룬 학생들과 이들을 지도한 하인철 교사를 만나 미국 대학 합격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미국 주립대 합격한 선린인터넷고 유학반 학생 5인의 공부법 공개

2년 동안 유학반 학생들을 지도한 하인철 교사(앞줄 맨 왼쪽)와 미국 주립대 진학이 확정된 박명훈, 장준환, 김민우, 이승국, 고유은 학생(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국유학’ 하면 흔히 민족사관고나 외국어고, 과학고 학생 등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나 상류층 아이들이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깬 학생들이 있다. 중학교 때만 해도 중위권 성적이었던 실업계 학생 14명이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SAT)을 보지 않고도 미국의 주립대학에 합격한 것. 미국 유학의 새로운 길을 연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유학반 학생들과 지난 2년 동안 이들을 지도한 하인철 교사(41)를 만났다.
하씨와 아이들이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당시 하씨는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정보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IBM 협력업체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2002년 교육부 요청으로 중등부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강의를 들은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산학 겸임교사로 와줄 것을 요청한 것. 하씨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요청에 1년만 해보겠다며 매주 한 번씩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을 만나며 자신이 가진 지식을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수업을 들으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제자들이 나타났다.
“저를 따르는 아이들이 모여 ‘네퓨즈’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미국에 유학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흘려들었지만 저는 한번 해볼 만하겠다 싶었죠. 실업고의 특성을 살려 기술자격증을 취득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수시모집을 통해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처럼 미국 대학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도전해보자고 했죠.”
하씨가 목표로 삼은 것은 미국의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립대학 입학.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 못지않게 인정받는데다 학비는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는 1백50여 개 주립대학의 입학조건을 일일이 알아보았다. 대부분 입학조건이 국제기술자격증과 5점 만점에 평균 3.5점(1백점 만점에 70점) 이상의 내신성적, 토플 성적 등이었고, IT와 관련해서 대외적으로 받은 상이 있으면 가산점을 주었다. 토플 성적은 최소 기준(3백점 만점에 2백10점 이상)만 넘으면 됐다.

미국에도 우리나라 수시모집처럼 재능 있는 학생 선발하는 제도 있어
그와 학생들은 먼저 국제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가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분야의 특성화고교인 만큼 자격증을 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내신 성적. 학생들은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의 내신성적을 받기 위해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열심히 공부했고, 토플은 학원 강의를 들으며 실력을 쌓아갔다.
목표가 생기니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달라졌다. 중학교 때는 중위권 성적이던 아이들이었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를 했고, 모르는 것이 생기면 알 때까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적극성도 보였다.

미국 주립대 합격한 선린인터넷고 유학반 학생 5인의 공부법 공개

학생들이 미국 유학의 꿈을 안고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하씨는 ‘실업계 학교에서 무슨 유학이냐?’ ‘돈 많이 드는 유학을 어떻게 가냐?’는 주변의 편견과 싸워야 했다. 모두들 과정보다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25명으로 시작한 유학반은 한 명 두 명씩 포기자들이 생겨나 1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하 교사는 흔들리지 않고, 평소 재능이 있다고 눈여겨봐둔 4명의 학생을 끌어들여 14명의 소수정예 유학반을 이끌어나갔다.
“유학은 돈이 많이 들고,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실업계에서도 특기를 살리면 얼마든지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희망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고요.”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을 때 하씨는 이들이 갈 수 있는 대학을 알아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미국의 중부와 북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탄탄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는 주립대학을 선택했다.
“중부와 북부는 발음이 정확하고 속도도 빠르지 않아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울 수 있어요. 이에 비해 동부는 말이 빨라 알아듣기 힘들고, 서부는 정통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주립대학은 우리나라에서 대학 가는 정도의 비용이면 이곳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르바이트도 가능해 학비를 벌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하씨는 미국과의 시차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잠을 안 자고 미국 교수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학생들의 입학전형 서류를 만들어 메일을 보내며 14명 전원이 미국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그는 학생들이 한 학교에 진학할 경우 몰려다니며 공부를 게을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적성과 재능을 고려해 14명 모두 다른 학교에 입학시켰다. 게다가 기숙사의 룸메이트까지 원어민 학생으로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이 미국 공항에 내렸을 때 이들을 학교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갈 현지인들까지 구해놓았다.
“아이들에게 늘 미국에서 배워야 할 것을 이야기했어요. 유창한 영어 실력과 전문 IT지식, 국제적인 대인관계에 대해서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술은 뛰어나지만 영어를 못해서, 외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 그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제 세계는 하나가 돼가고 있어요. 아이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국제적인 엔지니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열정 덕분에 유학반의 14명 아이들은 내년 초 모두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가게 돼 아쉽다고 말하지만 하씨와 함께 했던 지난 2년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신화의 주인공들인 이들 14명의 학생들이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돼 다시 한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을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5년 12월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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