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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전문가 조언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가 일러주는 교육법

“일상생활에서 엄마가 아이의 CQ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기획·강지남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2005. 12. 08

많은 아이들이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영어는 여전히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는 의사소통지수(Communication Quotient·CQ)를 높여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CQ 높이는 비결.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가 일러주는 교육법

아시아최초로 통·번역 박사 학위 취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국제의원연맹(IPU) 총회 등 1천8백여 회 국제회의 통역,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이 가진 정상회담 12차례 통역, 28년 동안 통역을 위해 68개국 방문, 외국어 관련 서적 20권 출간….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주인공은 전문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50·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다. 그 누구보다 영어에 능통한 그는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라고 조언할까?
“영어는 자기 의견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하지만 영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고 공부를 하다 보니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끼게 되죠.”
최 교수는 “영어를 익히기에 앞서 의사소통지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의사소통지수(CQ)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내 의견을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CQ는 이해력과 표현력을 아우른 ‘통(通)’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아이와 꾸준히 대화하면서 CQ 높여줘야
최정화 교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는 ‘영어 배우기’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영어로 말을 잘하는 아이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영어권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
CQ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선 한글로 준비한 다음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효과적인 어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연습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때 엄마의 역할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
“동화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본 다음에 아이에게 ‘어땠어?’라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대부분 아이들이 ‘재밌었어’라고만 대답할 거예요. 그러면 아이가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어떤 내용이었는데?’ ‘누구랑 누가 싸운 건데?’ ‘어떻게 다퉜는데?’ 등 여러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다음에는 아이가 각 질문에 대해 대답한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서 말해보도록 하세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이야기하도록 한 다음 그걸 아이 스스로 연결시키도록 하는 거죠. 이런 연습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처음에는 짧게 대답했던 아이들도 점차 자기 생각을 길게 설명할 수 있게 되거든요.”
최 교수는 그 다음에는 엄마가 아이의 어색한 표현을 고쳐주고, 아이가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져 아이 스스로 논리를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가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잘한 점, 좋은 점은 칭찬하고 잘못된 표현법은 고쳐주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CQ는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또한 최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TV나 라디오 방송을 듣고 그 내용을 요약해 써본다든가,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면서 잘못된 점을 스스로 찾는 방법을 추천한다. 일기를 쓰는 것 또한 좋은 방법. 아이가 단순히 ‘좋았다’ ‘싫었다’ 정도로만 일기를 간략하게 쓴다면 앞서 이야기한 방법대로 엄마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일기를 좀 더 길게 쓰도록 유도한다.
“21세기는 표현 능력이 월등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학자로서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강의를 잘 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그 지식을 전달할 수 없잖아요. CQ가 높은 사람이란 청중의 수준에 맞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정화 교수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CQ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한다. 황 교수는 연구 업적이 탁월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자신의 연구성과를 전달하는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는 것. 최 교수는 “황 교수의 뛰어난 표현 능력 덕분에 그의 연구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12세 이후에는 문법 공부해 영어의 기본을 다져야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가 일러주는 교육법

21세기에는 황우석 교수처럼 표현력이 월등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최정화 교수.


요즘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팝송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이 인기다. 하지만 최정화 교수는 같은 영어학습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10∼12세 이전에는 재밌는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그 이후 영어문법을 익히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10∼12세 이전의 아이들은 모국어 체계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영어를 많이 들려주고 흥미를 유발시키며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모국어 체계를 완전히 습득하고 나면 모국어와 다른 영어의 조립구조를 배워야 합니다. 영어의 조립구조를 알고 나면 좀 더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어요.”
최 교수는 모국어 실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실력이 70점인 사람은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60점에 그치고 만다”는 게 최 교수의 지론이다. 한국어 실력을 기본으로 삼아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할 때 CQ 또한 그만큼 올라간다고.
“지난 29년 동안 통역이라는 외길을 즐겁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일은 재미있어야 잘하게 되는 법이잖아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엄마 또한 영어에 재미를 느꼈으면 해요. 엄마도 아이도 모두 영어에 재미를 느낄 때 그 효과가 더욱 커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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