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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 그리고 우정

에세이 소설 ‘키다리 아저씨’ 펴낸 드라마 작가 예랑

”가슴 아픈 이별 경험 후 깨달은 사랑 황신혜와의 애틋한 우정…”

기획·강지남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12. 07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를 집필하고 있는 작가 예랑이 최근 에세이 형식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펴냈다.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가 사랑에 대한 생각, 탤런트 황신혜와의 애틋한 우정에 대해 들려줬다.

에세이 소설 ‘키다리 아저씨’ 펴낸 드라마 작가 예랑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를 집필 중인 작가 예랑 (35)이 최근 에세이 형식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도서출판 이미지박스)를 펴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애잔한 사랑이야기를 다뤘기 때문. 이 소설은 지난해 가을부터 그의 미니홈피(www.cyworld.com/rang38)에 연재돼 이미 인터넷에서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일종의 독백이에요. 키다리 아저씨에게 가슴이 터질 듯이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좀 더 사랑해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헤어진 후에는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죠.”
그는 ‘내가 힘들 때, 외로울 때, 울고 싶을 때, 안아달라고. 당신이 안아주는 그 순간부터 힘들었던 기억도, 외롭다는 느낌도, 울고 싶다는 생각도 모두 사라져버린다’고 고백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당신을 만나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당신처럼 미칠 듯이 내 감정을 흔들어놓지는 않았다’고도 털어놓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후 ‘키다리 아저씨’ 쓰기 시작해
예랑의 미니홈피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지 궁금해했다. 그는 키다리 아저씨를 “언제나 내 편인 남자,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남자, 듬직하고 의지하고 싶은 남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나에게 이런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 속의 남자죠. 한 남자와 이별한 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키다리 아저씨’ 연재를 시작했어요. 그와 헤어지고 나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무섭고 힘들 것 같았는데, 그럴수록 더 근사한 사랑을 꿈꾸게 되더라고요.”
지난 1년 동안 그의 미니홈피를 찾은 사람들은 무려 40여만 명. 그가 쓴 사랑의 독백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키다리 아저씨’에는 제 사랑의 감정과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기도 해요. 이별할 때 아픈 마음은 그와의 이별을 떠올리면서 썼어요. 지금도 가끔씩 그가 생각나요.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이런 면은 참 좋았는데…’ 하고 잘해준 것만 생각나요. 이율배반적이죠.”
예랑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사랑의 성공과 실패는 ‘상대방이 나에게 어떻게 해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믿게 됐다는 것.
“그와 사귈 때는 ‘그가 내게 왜 이것밖에 못해주나’ 하고 불만이 많았는데 헤어진 후에는 ‘왜 내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왜 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까, 왜 맘속에 담아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을까’ 하고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뒤늦게 내게도 문제가 많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그런 잘못은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가진 것 없어도 꿋꿋한 자동차 영업사원 정재원(윤다훈)과 세상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노처녀 홍나영(강성연)과의 좌충우돌 결혼이야기를 그린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를 통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예랑은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대화의 기술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만과 요구사항을 솔직하고 자세히 밝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세이 소설 ‘키다리 아저씨’ 펴낸 드라마 작가 예랑

작가 예랑의 미니홈피에는 황신혜와 함께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다.


“예전에는 사랑이 열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치도록 보고 싶고, 미치도록 그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 게 사랑이라고. 그런데 지금은 사랑이란‘따뜻함’이라고 생각해요. 뜨거운 열정보다도 그저 손만 잡고 있어도 좋고 둘이 있으면 행복한 그런 거요. 나이가 드니까 뜨거운 사랑보다는 따스한 사랑이 그리워져요.”
그의 글을 가장 즐겨 읽는 사람은 황신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7년 전 황신혜(42)와 처음 만났다. 둘은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됐고 이후 남다른 우정을 나누고 있다. 황신혜는 ‘키다리 아저씨’를 꼬박꼬박 챙겨 읽으며 “예랑아, 그 글은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라든지 “나에게도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곤 한다고.
“언니가 저보다 일곱 살 위지만 어느 땐 철없는 소녀처럼 보이기도 해요. 또 어느 순간 ‘큰 산’처럼 느껴지죠. 제가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요?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잊어야겠다고 맘먹은 일은 쉽게 잊어버리는 성격이 참 맘에 들어요.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끼고 사랑하죠. 전 언니의 그런 용기와 씩씩함이 항상 부러워요.”
지난해 가을 황신혜는 예랑을 만나기 위해 일본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살면서 가장 힘든 날들을 보낼 때였어요. 제 두 손을 꼭 잡아준 언니가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언니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죠.”
밤새도록 황신혜와 대화를 나누면서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그는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눈감는 그날까지 황신혜가 자신의 든든한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니는 제게 둘도 없는 친구예요. 예쁜 옷을 보면 제 몸에 맞는 치수가 있는지 확인해주고, 머리를 잘 하는 미장원이 있으면 귀찮아하는 절 끌고 가 파마와 염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요. 우리 둘은 함께 여행을 가서 밤새워 수다를 떨 수 있고, 어쩌다 난 흰머리를 보면, 갑자기 싸∼아해지는 감정을 느끼는 애틋한 친구죠.”
황신혜는 예랑이 남자친구와 싸우고 울고 있을 때도 한걸음에 달려와 손을 꼭 잡아줬다고 한다. 그가 새벽에 전화를 걸어도 “안 잤다”며 자다 깬 목소리로 반갑게 전화를 받아준다고.
“언니는 ‘힘들어 죽고 싶다’고 하면 ‘그런 말 하지 마라’고 화내며 같이 울어줘요. 나이가 들수록 운동해야 한다고 잔소리도 하고요. 밤늦게 자면 피부가 나빠진다고 빨리 자라고 야단도 쳐요. 저 닮은 예쁜 아기를 보고 싶다고 저보고 꼭 딸을 낳으래요. 그러면 자기 딸이 입었던 옷을 다 물려준대요.”
8년 동안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을 나눠 가진 황신혜와 예랑은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상대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이라고 한다. 올 초 결혼 7년 만에 황신혜가 파경을 맞았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니가 이혼을 결심할 때 ‘언니 마음 가는 대로 해라. 그게 최고다. 언니는 이혼해도 참 멋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걱정하지 마라’고 조언했어요. 언니가 맘 아픈 채로 힘들게 살면 남편과 딸,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어진다고, 언니 맘 편한 대로 결정하는 게 최고이자 최선이라고 마음을 다독여줬어요.”
올 2월 예랑의 모친이 세상을 떠났고 3월에 황신혜가 부친상을 당했다. 황신혜가 부친상을 치른 후 두 사람은 소주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고 한다. 예랑은 “내 평생 소주가 그렇게 달게 느껴지기는 그날 밤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사나이 의리 못지않은 우정을 나누는 예랑과 황신혜의 사이를 시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둘이 여행도 자주 가고 행사장에도 함께 참석하니까 왜 저렇게 둘이 붙어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남들이 우리 둘의 우정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런 말들에 흔들리고 상처받을 사이가 아니거든요.”

“7년지기 황신혜는 내 삶의 또다른 키다리 아저씨”
에세이 소설 ‘키다리 아저씨’ 펴낸 드라마 작가 예랑

외모 가꾸기와 담쌓고 살다시피한 예랑에게 황신혜는 코디네이터를 자처했다고 한다. 황신혜는 예랑이 대충 입고 나가면 “빨리 백화점 가서 옷을 사 입고 나오자”고 하고, 헤어스타일이 조금만 이상해도 “너랑 같이 안 다닐래” 하며 꾸준한 자기 관리를 강조한다고.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황신혜가 “무조건 사라”고 충고해 산 옷들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 행복할 때도 많다고 한다. 그는 “살찌면 언니한테 혼이 나 운동도 열심히 한다”며 웃었다.
“우리 둘 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로 비치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욕심이 우리 두 사람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촉매제가 돼주죠.”
사랑은 어떻게 베푸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예랑 작가. 황신혜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그는 “이제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황신혜는 자신의 삶에 있어 또 다른 키다리 아저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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