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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씩씩하고 듬직하게 키워 장가 보낸 탤런트 이정섭

글·최호열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12.07 11:42:00

말투와 몸짓, 요리 솜씨 등 여성스러움으로 유명한 중견 탤런트 이정섭이 최근 아들 혼사를 치렀다. 아버지 이정섭과 달리 키가 크고 늠름한 아들 이진규씨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진짜 사나이’ 이정섭의 참모습을 들어보았다.
아들을 씩씩하고 듬직하게 키워 장가 보낸 탤런트 이정섭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뿐 아니라 요리 솜씨도 빼어나 여성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것으로 유명한 중견 탤런트 이정섭(59)이 지난 11월5일 아들 혼사를 치렀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진 그의 여성스런 이미지와 달리 아들 이진규씨(30)는 키가 크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우리 아들 듬직하죠? 제게 이렇게 씩씩한 아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하셨을 거예요.”
결혼식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하객을 맞는 이정섭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한 번도 언론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그의 아내도 이날은 즐거운지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제가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보다도 지금이 더 떨려요. 드라마 촬영은 충분히 연습을 하고, 실수를 하면 다시 할 수도 있지만 결혼식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요. 식장이 손님들에게 불편하지는 않은지,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는 그의 모습은 정말 ‘여성스러움’ 자체였다. 아들 이진규씨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여성스러웠다고 한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친구들이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하면 꼭 오해를 했어요.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면 ‘너네 어머니 참 자상하시다’고 하고, 어머니가 받으면 ‘너네 아버지 참 무서우시다’고 했거든요(웃음).”
그래서 그의 누나는 어렸을 때 대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라고 하자 “아버지 목소리를 남자처럼 바꿔주세요” 하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아들은 보통 아버지를 닮기 마련. 그런데 진규씨에게 이정섭과 같은 여성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선수로 활약한 어머니를 더 닮은 것도 있지만 아들이 씩씩하게 자라도록 어머니가 특별히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했다.
“저희는 대가족이었는데, 남자라고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한분, 그리고 저뿐이었어요. 반면 고모가 다섯 분이었고, 제 형제도 누나와 여동생이에요. 게다가 큰집이라 친척들이 많이 와 계셨는데 전부 고모할머니들이었어요. 게다가 일하는 아주머니도 여자고요.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4~5세 때부터 태권도를 가르쳤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운동을 좋아하게 됐어요.”
사춘기 시절, 다른 아버지들과는 다른 아버지의 목소리와 몸짓, 행동 때문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냐고 묻자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저에겐 아버지시잖아요.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럴지 몰라도 집에선 무서우세요. 남자다운 면이 많으시고요. 아버지를 아는 분들은 하나같이 아버지야말로 진짜 남자라고 말씀하세요. 믿기 힘들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육군 현역으로 군복무를 한 것은 물론 태권도 교관도 하셨대요.”
이정섭은 진규씨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등산도 다니고 주말이면 축구도 하는 등 어느 아버지보다 자상했지만 엄격할 땐 한없이 엄격했다고 한다. 진규씨가 성인이 돼 크게 잘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로부터 대걸레자루 2개가 부러질 때까지 흠씬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고 한다.
“제가 아주 많이 잘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때리는 대로 맞겠다는 심정으로 맞았죠. 솔직히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때릴 줄은 몰랐어요. 어떤 남자도 자기 아들을 그 정도로 때리지는 않잖아요. 대걸레자루 2개가 부러지니까 더는 못 맞겠더라고요. 그래서 맞다가 도망갔어요(웃음).”

아들을 씩씩하고 듬직하게 키워 장가 보낸 탤런트 이정섭

이정섭은 아들 결혼식장에서도 피로연 음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는 섬세함을 보였다.


잘못했을 때 대걸레자루 2개가 부러질 때까지 때릴 정도로 엄한 아버지
이진규씨는 아버지의 여성스러운 목소리와 몸짓은 닮지 않았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과 끼는 쏙 빼닮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학로를 즐겨 갔다는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다 결국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현재 ‘난타’로 유명한 PMC(대표 송승환)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 구은자씨(31)도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아버지랑 닮은 게 또 있어요. 미식가에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죠. 아버지랑 자주 다니다 보니까 저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음식을 절대 아무 곳에서나 드시지 않아요. 단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휴게소는 화장실에 가려고 딱 한번 들를 뿐 음식은 안 드세요. 반면 맛있는 음식점이 있으면 멀리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드시러 가세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입맛이 까다로워진 것 같아요.”
그는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내가 결혼 전에 집 놀러와 두 번 정도 국을 끓여 밥을 차려준 적이 있는데 한입 먹어보고는 더 이상 손도 안 댔다고 한다. 아내가 섭섭해하거나 화내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원체 입맛이 까다로운 걸 아니까 아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아내가 해주는 밥을 어떻게 먹을지 솔직히 걱정이에요(웃음).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오래 살 거니까 그때까지는 내가 해주는 밥 먹고 살다가 아빠가 죽으면 그때 걱정하라’고요.”
이정섭은 현재 MBC 대하드라마 ‘신돈’에서 공민왕을 보좌하는 환관 최만생으로 출연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내시’ 역할이다.
“연기를 시작한 후로 내시 역할이 한번쯤은 들어오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제의가 없어 이상하다 싶었어요. ‘신돈’ 드라마 캐스팅을 할 때 연출자인 김진민 PD가 저에게 ‘어떠시냐’고 묻는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안 그래도 지금까지 맡은 배역들이 박수무당, 디자이너, 요리사 등 여성스런 캐릭터였기 때문에 ‘환관’ 역할은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저는 어떤 역이든 제가 소화할 수 있으면 하는 편이에요.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저는 조직폭력배 보스 역할이 들어왔을 때도 저의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조폭 특유의 맛을 가미해 연기했어요.”
그는 연기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목소리와 행동 때문에 자신에게 배역이 들어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연극연출 쪽으로 자리를 잡았었다고 한다. 그러다 92년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게 더없이 행복하다고.
“제 캐릭터를 살리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배역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환관 역할이면 어때요. 제가 이렇듯 씩씩한 아들을 둔 아버지인데요” 하며 아들을 쳐다보는 그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여성동아 2005년 12월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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