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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잡는 아줌마 경찰관 김화자

글·강지남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12.06 17:24:00

지난 10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불법 성매매를 알선해온 조직폭력배들을 검거한 서울 강동경찰서 조직폭력전담팀의 사령관은 ‘아줌마 형사’ 김화자 경위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6명의 건장한 남자 형사를 지휘하며 범죄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화자 경위를 만났다.
조직폭력배 잡는 아줌마 경찰관 김화자

강동서 조직폭력전담팀 후배 형사들과 함께.


지난해9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한층 강화됐지만 음성적인 성매매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가장 흔한 성매매 수법으로 떠오른 것이 출장마사지 영업. 길거리에 뿌려진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남성들에게 성매매 여성을 보내주는 것이다. 이런 불법적인 출장마사지 업자들을 적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로 성매매 업소를 차리고 있지 않을뿐더러 대포폰(명의를 도용한 휴대전화)을 이용해 비밀리에 성매매를 알선하는 탓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 일대의 출장마사지를 장악하고 있던 조직폭력배들이 검거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 강동경찰서 조직폭력전담팀(이하 조폭팀)이 3개월에 걸친 장기 수사 끝에 전남 광주 일대에서 활개를 치다 서울 강남까지 진출한 3개 조폭의 연합체인 연합충장OB파의 두목과 행동대장, 조직원들을 잡아들인 것. 서울지역 6개 경찰서에서 이들을 검거하겠다고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사건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강동서 조폭팀의 건장한 남자 형사 6명을 진두지휘한 팀장이 바로 여성경찰이라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김화자 경위(45).
“이 사건을 수사하는 3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 훨씬 더 많았어요. 물론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죠. 하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범인을 검거하는 순간 그간의 고생은 다 잊게 돼요. 사무실에서 행동대장을 잡으러 간 형사들의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후배 형사가 전화를 걸어와 ‘땄습니다(범인을 검거했다는 뜻)!’라고 외치더라고요. 정말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기뻤어요.”
1981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물한 살의 나이에 경찰에 입문한 김화자 경위는 그동안 형사계·조사계·보안계·교통계·소년계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0년 강동서 소년계장을 맡아 청량리, 미아리와 더불어 서울의 3대 집창촌이라 불린 ‘천호동 텍사스촌’을 초토화시키면서 이름을 날렸다.

후배 형사들이 보낸 1백 송이 장미 꽃다발에 조폭팀장 제의 수락
지난 7월 조폭 수사만 전담하는 팀이 새로 생기면서 이 팀에 소속된 6명의 남자 형사들은 “직접 팀장을 골라보라”는 형사과장의 말에 당시 형사지원팀장으로 있던 김화자 경위를 꼽았다. 하지만 김 경위는 “강력형사를 해본 경험은 있지만 조폭 수사는 해본 적이 없다”며 후배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후배 형사들이 보낸 1백 송이의 장미 꽃다발이었다. 김 경위는 후배들의 정성 가득한 마음 씀씀이를 보고 더는 거절할 수 없어 “이왕 하는 거 한번 제대로, 열심히 해보자”며 팀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에 문신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무시무시한 조폭들의 상반신 사진을 깔아놓았을 정도로 터프한 후배 형사들에게 호리호리한 몸매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김화자 경위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위기 상황에서 판단이 빨라요.”
“뒤끝이 없어요.”
“카리스마가 엄청나죠.”
“짧게 야단치고 그걸로 끝이죠.”
“여자가 아녜요.”
김화자 경위는 잠복근무를 나가는 형사들에게 항상 건어물 한 보따리를 챙겨주는데 이런 모습이 철두철미한 성격과 고생하는 후배를 배려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짐작케 한다.

조직폭력배 잡는 아줌마 경찰관 김화자

3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조폭들을 검거한 김화자 경위는 “조폭전담팀에 3년 정도 근무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잠복근무를 나가면 가장 힘든 게 졸음과 소변 마려운 거거든요. 잠깐 졸거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범인을 놓칠 수 있으니까요. 졸음 쫓고 갈증 참는 데는 문어발 같은 건어물이 최고예요.”
일에 있어서 김화자 경위는 열정적이고 철두철미한 성격이다. 2000년 천호동 집창촌 단속 업무를 맡았을 때는 하루 두 시간만 자고 링거주사를 맞으며 매일 밤 집창촌 단속을 나갔다. 그는 천호동 집창촌의 정확한 업소 개수도 파악돼 있지 않자 업소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짜 업소 주인은 누구고 건물주는 누구인지 파악해나갔다. 그는 또한 경찰 단속이 들이닥칠 때 성매매 여성들을 대피시키는 비밀통로를 경찰 최초로 밝혀냈다. 직접 그림을 그려 무려 6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 이 같은 끈질긴 단속 노력 덕분에 1백14개이던 집창촌은 48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김화자 경위의 열정은 이번 조폭 수사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새벽 2시부터 5시가 조폭들의 주요 활동시간. 그는 후배 형사들과 함께 매일 밤을 꼬박 새우며 조폭들의 뒤를 밟았다. 성매매 여성들을 많이 만나온 지난 경험을 살려 조폭들에게 성폭행과 감금을 당한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받아내고 밤새 사무실에서 현장에 나간 형사들을 지휘했다. 검거 계획이 세워진 날에는 잠복근무도 함께 했다. 그는 “3개월 근무했는데 3년 근무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2003년 누명을 쓰고 파직되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된 것. 결국 무죄 판결을 받고 1년 6개월 만에 강동서로 돌아왔는데 당시의 일은 경찰 내부의 복잡한 갈등 때문에 불거진 일이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누명 쓰고 경찰서 떠나는 어려움 겪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두 아들에게 당당한 엄마
김화자 경위는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큰아들은 유학을 갔고 작은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엄마로서 아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하지만 일과 양육 사이에서 쩔쩔매는 다른 엄마들과 달리 아이에게 “엄마가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말은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허튼짓을 하며 집에 안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아들이 공부하는 게 당연한 일이듯 제가 범인 잡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들이 가끔 ‘엄마한테 불만 많아’ 그러면 저도 그래요. ‘나도 너한테 불만 많아. 네가 엄마를 골라서 태어나지 못했듯 나도 아들을 골라서 낳지 못한 거니까 서로 마찬가지’라고요.”
얼마 전에는 아들이 “다니고 싶은 학원이 있는데 등록하려면 학부모가 학원 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며 설명회에 가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갓 잡아들인 조폭들 수사 때문에 짬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섭섭한 아들이 “단지 엄마는 경찰관일 뿐이야”라며 냉랭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자 김 경위는 그제야 부랴부랴 학원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등록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그때만큼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법한데 그는 “내 사정이 어떤지 자기도 잘 알 텐데 싶어 (아들이) 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출장마사지 조폭사건을 마무리한 강동서 조폭팀은 현재 사채업에 뛰어든 조폭들을 검거하기 위한 장기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왕 조직폭력전담팀장을 맡았으니 천호동 집창촌 단속을 도맡았을 때처럼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여자라서 못한다’는 말은 절대 들을 수 없잖아요.”

여성동아 2005년 12월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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