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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나눔 체험

장은정 주부의 아파트 마을도서관 봉사

기획·최호열 기자 / 구술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11.15 16:29:00

장은정 주부(34)는 아파트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난 6월 문을 연 마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도서관을 꾸려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그가 들려주는 봉사활동 체험기.
장은정 주부의 아파트 마을도서관 봉사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곳은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아튼빌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마을 도서관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이곳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뜻을 모아 1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일궈낸 소중한 공간이다. 오늘도 여섯 살과 네 살 된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도서관으로 왔다. 아파트 주민들이 기증한 책들이 탁자 위에 제법 쌓여 있다.
한권 두권 책을 기증받다 보니 6천여 권의 책이 모여 제법 도서관 태가 난다. 책장이 점점 채워질 때마다 마치 내 책이 늘어나는 것처럼 뿌듯하다.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독서실 역시 밤에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일찍 나오셨네요.” 관장을 비롯한 동네 주부들이 반갑게 나를 반긴다. 한마음 한뜻으로 만든 이 도서관에 대한 우리 주민들의 관심과 애착은 대단하다. 너도나도 발벗고 봉사에 나설 만큼 적극적이다. 도서관 봉사를 시작하면서 이웃과 한가족처럼 친밀해졌음은 물론이다. 특히 학부모들끼리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유익한 정보를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처음에는 아이 둘을 키우는 것만도 하루가 분주했던 터라 ‘내가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내 힘으로 조금씩 틀이 잡혀가는 도서관을 보면 여간 보람 있는 게 아니다. 남편과 두 아이 역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장은정 주부의 아파트 마을도서관 봉사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마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장은정 주부는 자녀교육에 좋을 뿐 아니라 이웃과도 더욱 가까워져 좋다고 말했다.


나는 쌓여 있는 책을 아동용·청소년용·성인용으로 나눈 후 이를 다시 소설, 시, 수필, 전문서적 등 종류별로 분류했다. 책 분류 외에도 아무렇게나 꼽혀 있는 책을 정리하는 일, 도서관 내부를 꾸미는 일, 시시때때로 드나드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고 지도해주는 일, 필요한 책을 주문하는 일,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짜는 일, 청소 등 전반적인 일을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요즘은 수천 권의 책을 분류해서 컴퓨터에 입력시키기 위한 바코드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이 작업이 끝나면 주민들이 손쉽게 책을 대출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힘든 줄도 모른다. 그간 아이들이 방과 후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책 빌려가면 안 돼요?” 하고 물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집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양손에 쥐고 있다가 아쉬운 듯 책장에 꽂고 돌아서던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유치원에 갔던 둘째 아이가 도서관으로 왔다. 마치 제집 안방인 양 돌아다니며 그림책을 골라보느라 신이 났다. 도서관에는 집에 없는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고 또래 친구들도 사귈 수 있으니 무척 좋아한다.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책과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 내 아이는 물론 아파트 아이들이 TV나 만화책, 컴퓨터 게임보다 ‘좋은 책’을 가까이하게 된 것은 분명 도서관으로 인해 생긴 변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리 단지에서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직접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다 ‘내 아이’ 같다. 동네 아이들을 따스하게 맞아주고 지도하면서 ‘아이 함께 키우기’ 의식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를 보러 오던 아이들도 이젠 수시로 드나들며 제법 의젓하게 책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종이접기, 글짓기 교실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다.
도서관 봉사는 특히 나이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보람 있고 값진 봉사라고 생각한다. 조금의 시간만 내면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양식을 쌓고 아이들에게는 최상의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마을 주민들에게도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을까.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honeypapa@ donga.com)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56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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