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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시련을 딛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로 새 출발한 서세원

글·김명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5.11.14 11:30:00

2002년 연예계 비리 의혹으로 한동안 대외활동을 중단했던 서세원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고 재기에 나섰다. 그동안 원정도박, 원조교제 등 근거 없는 소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그는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서세원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로 새 출발한 서세원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고 재기에 나선 서세원. 그는 앞으로 자신의 ‘고향’ 같은 방송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사건 연루 의혹으로 불명예스럽게 연예계를 떠났던 서세원(49)이 지난 9월 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서세원미디어그룹을 설립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 10월 중순 서울 청담동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서세원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듯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는 요즘 새 영화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영화 ‘스위트 홈’의 촬영이 거의 막바지 단계예요. 내년 1월 개봉 예정인데 연정훈이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이라 화제가 될 것 같아요. 영화 외에도 음반과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요즘 눈코 뜰 새가 없어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서는 세월의 연륜과 함께 그동안 고생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아직도 2002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해 경찰에서 연예계 비리사건을 수사할 당시 갑작스레 방송을 펑크 내고 해외로 잠적해 ‘해외 도피설’ ‘원정 도박설’ 등의 의혹을 샀던 그는 방송사 PD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건네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까 제가 30년 동안 PD들에게 돈 주고 방송을 한 파렴치범이 돼 있더라고요.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잘 때가 많아요.”
여자 연예인과의 동침, 원조교제에 관한 루머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 그는 일부 네티즌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여자 연예인을 데리고 잤다는 소문도 있는데 도망다니기 바쁜 사람이 무슨 기운이 있어서 그랬겠어요. 인터넷 IP를 추적해서 원조교제를 했다느니 우리 집사람이 한 백화점에서 도둑질하다 잡혔다느니 하는 소문을 퍼뜨린 네티즌을 잡았는데 평범한 주부였어요. 우리 부부가 잘 사는 게 질투가 나서 그랬다더군요.”
그는 자식들이 이런 소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일부 언론사를 고소했다고 한다. 그는 “고소의 속뜻은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의미”라고 했다.
“보통의 아이들 같았으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저희 아이들이 심지가 굳어서 그런 헛소문에 흔들리지 않았죠. 저희 부부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힐러리 클린턴 등을 배출한 미국 명문 여대 웰슬리를 다니던 그의 큰딸 동주양(22)은 올해 MIT 대학에 편입, 현재 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들 동천군(21)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사회정치학을 전공하는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는 심지어 아들, 딸이 모두 명문대에 진학한 것을 두고도 항간에서 부정입학설 등 헛소문이 돌아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저에 관한 루머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 관해서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아니, 저희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웃기는 것은 동주가 성형 수술을 받았다고까지 소문이 났더군요. 동주, 제 딸이지만 자세히 보면 예쁜 얼굴이 아니에요. 눈도 작고 코도 납작하고…. 자연산 그대로예요.”
그는 아이들이 명문대에 진학한 것보다 성실하고 지혜롭게 자란 데 감사한다고 한다.
“동주는 웰슬리 대학에 잘 다니다가 갑자기 MIT 대학으로 진로를 바꿔 저희도 좀 놀랐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봤더니 MIT 대학에 장학금이 많아서 그쪽으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동천이도 그동안 제가 계속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니까 가까이에서 엄마 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미국에서 일본으로 학교를 옮겼다고 해요.”

힘든 상황 속에서 잘 자라준 아이들 보며 힘을 얻어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로 새 출발한 서세원

그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어렸을 때부터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더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붙인 것 같다”고 한다.
“동주가 중학교 1학년, 동천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어요. 처음부터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했던 건 아니고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저희 부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기 때문에 모든 걸 아이들 자율에 맡겼어요. 대신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국을 방문해 아이들과 되도록이면 많은 시간을 가지려 했죠.”
한국과 미국, 일본에 떨어져 살고 있는 그의 가족은 요즘도 만나면 네 식구가 모두 한방에 모여 잘 만큼 가족 사랑이 각별하다고 한다.
“식구가 한방에서 얘기하다 잠이 들어요. 떨어져 살다 보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것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지죠.”
아내 서정희(44)는 그가 힘든 일을 겪는 동안 변함없는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그의 곁을 지켰다. 한때 서정희는 자궁근종으로 인해 자궁을 들어내는 등 건강이 악화됐으나 최근에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 그는 요즘 아내에게 “고졸 출신인 당신이 아이들을 모두 명문대에 진학시켰으니 그만하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냐”고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를 되찾았다고 한다.
“한동안 아내가 저를 대신해 가정을 이끌었는데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줄 알았지, 그렇게 강한 여자인 줄 몰랐어요. 하루는 절망에 빠져 있는 제게 ‘처음부터 맨손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더군요. 그런 아내에게 감사하고 평생 갚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세원은 이젠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회장으로 새로운 영역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아직 방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 초 한 방송사와 토크 프로그램 진행을 놓고 물밑협상을 했으나 집행유예 중이라서 출연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경영을 통해서도 수익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고향과도 같은 방송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커요. 저 방송하는 동안 정말 밤잠 안 자면서 열심히 했고 그래서 전투력은 최강이었거든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요.”
지난 3년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깨달음을 알았다는 서세원. 그는 앞으로 더욱 성실하게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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