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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색 현장 스케치

월경 페스티벌‘피고 지고’ 현장 스케치

당당히 드러내고 즐기자~

글&사진·백경선‘자유기고가’|| ■ 자료제공·여성문화기획 불턱

입력 2005.11.11 17:30:00

월경을 당당히 드러내고 즐기자는 이색행사가 열려 눈길을 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월경 페스티벌이 그것. 지난 10월8일 홍대 정문 앞에서 열린 이 행사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월경 페스티벌‘피고 지고’ 현장 스케치

지난10월8일 오후 2시. 홍대 앞 광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열심히 무언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놀라서 수군거린다. “벌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잔뜩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창피하게 생리에 대해 떠벌리다니.” 이에 대해 월경 페스티벌을 준비한 여성문화기획 ‘불턱’은 이렇게 말한다. “월경은 불결하고 더러운 것도, 위험과 불안정을 유발하는 병도 아니다. 혈액순환이나 호흡과도 같은 여성의 생리적 현상이다. 따라서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월경으로 상징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99년부터 시작된 ‘월경 페스티벌(www. mensefest.org)’이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피고 지고’라는 제목으로 초경과 완경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깨우쳐주는 행사들을 마련했다.
오후 2시부터 ‘나의 몸, 나의 삶’이라는 주제 아래 1부 부스행사가 열렸는데, 3개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월경통에 좋은 음식과 운동 등을 소개하는 ‘초경마을’, 성감대와 피임법 등 여성의 몸과 성을 주제로 한 ‘우리 몸 마을’, “완경기는 자신과 연애에 빠질 수 있는 기간”이라며 갱년기를 다시 보자는 ‘완경마을’이 그것.
‘초경마을’에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초경 파티였다. 영국 등에서 초경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들이 파티를 한 것에서 비롯된 초경 파티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친구들이나 가족 간에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부스 관계자는 “초경 파티는 ‘월경은 더럽고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는 좋은 방법”이라며 이런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 마을’에서는 우리 몸에 관한 상식 OX퀴즈가 인기를 모았다. 사람들은 ‘남자들이 성충동을 느꼈을 때 사정을 하지 않으면 몸에 해롭다’(X), ‘정관수술을 한 남성은 발기부전을 겪거나 정액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X), ‘초경 전 여성도 임신할 수 있다’(O), ‘월경을 하는 동안 이루어진 성관계에선 임신이 되지 않는다’(X) 등의 퀴즈를 풀고 선물도 받아가며 즐거워했다.
‘완경마을’에서는 완경 때 주고 싶은, 혹은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화려한 속옷이나 여행, 케이크, 꽃, 그리고 따뜻한 말과 포옹 등의 대답이 많이 나왔다.

생리가 아니라 월경, 폐경이 아니라 완경으로 바꿔 불러야
3가지 부스행사 외에 ‘야한 옷을 입거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등 성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는 사회적 통념을 바로잡자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특히 ‘생리’ ‘폐경’ ‘성기 삽입’ 같은 언어를 좀 더 여성에게 긍정적인 용어로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
생리적인 모든 현상을 일컫는 ‘생리(生理)’ 대신 달마다 일어나는 변화를 일컫는 ‘월경(月經)’이나 ‘달거리’로, ‘닫혔다’ ‘여성으로서의 삶은 끝났다’라는 부정적 의미가 있는 ‘폐경(閉經)’ 대신 여성으로서의 과제를 마치고 완성했다는 의미의 ‘완경(完經)’으로, 남성의 시각에서 본 섹스를 일컫는 ‘성기 삽입’ 대신 ‘성기 접촉’으로 바꾸자는 것. 그리고 처녀막을 대신할 수 있는 용어를 묻는 설문이 이루어졌는데 ‘사랑막’ ‘내 안의 그대’ ‘천사의 날개’같이 재미있는 대답들이 많이 나왔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 콘돔 사용법을 가르쳐주었고, 면 월경대와 같이 친여성적, 친환경적인 대안월경용품을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생긴 모임인 피자매연대에서는 대안생리대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오후 7시부터는 체육관에서 2부 무대행사가 진행됐다. 초경과 완경에 대한 일반인의 목소리를 담은 ‘길거리 인터뷰’ 동영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마임, 춤, 밴드 공연 등이 펼쳐졌다. 특히 기획단과 자원활동가, 그리고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의 저자인 한의사 이유명호씨가 함께 출연해 무월경의 여성, 자궁을 적출한 여성, 월경통이 심한 여성,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여성의 독백을 연극 형식으로 보여준 ‘다양한 몸을 축복해’가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월경 페스티벌‘피고 지고’ 현장 스케치

지난 10월8일 홍대에서 열린 월경 페스티벌은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장이 되었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김경아씨(성균관대 심리학과 3학년)는 “여성의 몸은 타자화돼 있다”며 “여성의 몸은 아내의 몸이고, 어머니의 몸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나를 위한 몸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행사를 통해 많은 여성이 주체성을 찾길 바란다”고 밝혀 이 날의 축제가 갖는 목적을 상기시켰다.
월경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준비한 여성문화기획 ‘불턱’은 해녀들이 오랜 작업 뒤에 옷을 갈아입으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여자들만의 장소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이름처럼 이날 축제가 열린 곳에서만큼은 여성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여성들의 얼굴엔 ‘시원~하다’는 미소가 번졌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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