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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평화를 간절히 소망’루벤스의 ‘평화와 전쟁’

2005. 11. 08

‘평화를 간절히 소망’루벤스의 ‘평화와 전쟁’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평화와 전쟁, 1629~1630, 캔버스에 유채, 204×298cm,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17세기바로크 미술의 대가 루벤스는 화가이면서 외교관의 역할도 했습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특히 영국과 스페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애를 썼지요. 그 공로로 두 나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평화와 전쟁’은 루벤스가 두 나라를 화해시키기 위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대각선에 의해 두 공간으로 나뉩니다. 대각선을 기준으로 왼편 아래쪽 공간은 평화의 풍경을, 오른편 위쪽 공간은 전쟁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맨 왼쪽에서는 술의 신 바쿠스를 따라다니는 여성들이 금은보화를 들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염소 다리의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염소인 괴물)는 그들 곁에서 무릎을 꿇은 채 먹음직스런 과일을 한 아름 내놓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평화의 열매입니다.
젖가슴을 쥐고 아기에게 젖을 짜 먹이는 여인은 의인화된 평화입니다. 그 위에서 날개 달린 아기가 평화에게 올리브 관을 씌우려고 합니다. 평화야말로 진정한 세상의 군주라는 거지요. 평화의 젖을 받아먹는 아기는 부의 상징인 플루토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재물의 신)입니다. 부란 평화가 정착돼야 쌓이는 것이지요.
그들 곁으로 다른 아이들이 다가옵니다. 옷을 입은 아이들은 루벤스가 런던에서 묵었던 집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위로 광기에 빠진 전쟁의 신 마르스가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와 더불어 평화를 파괴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투구를 쓴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얼른 나서서 이들을 막고 있습니다. 바로 이 어린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전쟁을 하지 말자고 루벤스는 그림으로 호소하고 있는 거지요. 루벤스는 평화를 누구보다 사랑했기에 이토록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가지 더∼
바로크라는 말은 포르투갈어 바로코에서 왔습니다. ‘비뚤어진 모양을 한 기묘한 진주’라는 뜻이지요. 진주는 아름다운 물건이지만 형태가 왜곡되면 아름다움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크는‘불규칙하고 그로테스크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고 그만큼 역동적이고 강렬한 17세기 유럽 미술을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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